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곳엔 그 어떤 위생허가증도 없었을 뿐 아니라 생산시설이 열악하고, 원료미와 가공미가 한 창고 안에 뒤섞여 쌓여 있는 등 정미업의 위생조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출처마저 불분명한 ‘원료미’에는 곰팡이가 핀 채 벌레가 돌아다니고 이상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 쌀을 장기간 먹으면 쌀에 들어 있는 황색누룩곰팡이로 인해 간암·위암·신장암 등을 일으키는데, 단기간엔 오히려 소수의 사람에서만 광물성 기름의 영향으로 구토증세가 나타날 뿐 대다수는 별다른 외적 증상이 없어 위험성이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쌀은 전쟁에 대비해 오랫동안 쌓아둔 비축미로 알려졌다. 따라서 식용은 절대 불가능하고 오직 가공해 사료로만 사용 가능한 것.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발암 쌀’은 겨우 공업용 주정으로만 사용 가능한 수준.
그런데도 이 쌀은 그동안 겉모양이 반질반질한 우수 품종의 쌀로 둔갑해 유명상품으로 팔렸다. 악덕업자들은 이 저질 쌀을 어디에선가 대량으로 모은 뒤 쌀 껍질을 벗기고 표백한 다음, 표면에 광물성 기름을 발라 광택을 냈다. 그러고는 ‘동북미’ ‘태국향미’ 등 가장 잘 팔리는 42종의 유명상표를 붙여 시중에 팔아왔다. 더욱이 시중가격보다 훨씬 싸게 팔았기 때문에 소매상과 소비자들은 쉽게 유혹에 빠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쌀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대형 슈퍼마켓으로 몰려 쌀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바람에 일시적인 쌀 부족현상까지 빚어졌다.
원래 중국에서 쌀을 비롯한 양곡의 유통은 국가가 철저히 통제하는 배급제. 그러나 쌀 시장 개방 이후 쌀 도·소매상의 난립으로 쌀 수급에 대한 국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관리가 불철저한 낙후한 유통구조와 결합해 가짜상품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저질상품이 활개치는 온상이 되었다. 현재 쌀 도매상은 50만 위엔(한화 7500만 원)의 자금과 창고, 품질검사 시설 등을 갖추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대다수 도매상은 원가를 낮추려 품질검사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실정. 또 위생당국의 관리감독 기능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 때문에 광둥성 위생청은 지난 7월 30일 뒤늦게나마 성 안의 모든 양곡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위생검사에 나섰다. 동시에 이번 ‘발암 쌀’이 장시성과 후난성 등지에서 들어왔다는 정보에 따라 중앙 정부 위생부에 장시·후난·광시성 등과 공동으로 ‘발암 쌀’의 유통경로를 조사하고, 이 쌀을 시장에서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공동으로 협조할 것을 건의했다. 이어 8월1일엔 중앙정부 위생부도 전국에 긴급통지문을 보내 관 내의 모든 쌀 공급상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와 저질미 색출을 명령했다. 어쨌든 상당수 농산물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급기야 발암물질까지 든 중국 쌀의 소식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조만간 중국산 농산물 통관절차에 대한 관리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