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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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피노키오’의 절망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5-01-18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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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 피노키오’의 절망
    1999년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9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 영화 ‘A.I.’의 연출을 제의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기획한 영화지만 영화의 성격상 스필버그의 감성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의를 받아들인 스필버그는 ‘쥬라기공원3’의 연출을 다른 이에게 맡기면서까지 이 영화에 매달렸다. 현대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두 거장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당연한 일. 게다가 영화의 제작과정을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해 영화팬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인공지능 공학의 미래에 관한 큐브릭의 이상과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적 감성이 만나 탄생한 영화 ‘A.I.’는 인간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꼬마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다. 극지방의 해빙으로 인해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지구상의 모든 천연자원이 고갈해 가는 어느 먼 미래. 인류의 과학문명은 급속히 발전해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들이 속속 개발되어 인간을 대신해 온갖 궂은 일을 대신한다. 이런 가운데 하비 박사는 로봇공학 발전의 마지막 관문이자, 논란의 쟁점이 되는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이렇게 탄생한 로봇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헨리와 모니카 부부의 집에 실험 케이스로 입양된다. 모니카를 진짜 엄마로 여기며 점차 인간사회에 적응해 가던 데이비드는 친아들이 퇴원해 돌아오자 숲 속에 버려진다.

    ‘사이보그 피노키오’의 절망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은 데이비드. 그는 엄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마법의 힘으로 진짜 인간이 되면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고 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남창 로봇 지골로 조(주드 로)와 동행하는 여정에서 두 사이보그는 황폐한 로봇 세계와 그들을 혐오하는 인간 사이에서 악몽 같은 경험을 한다. 결국 수몰된 도시 뉴욕으로 하비 박사를 찾아가지만 데이비드는 그곳에서 출시를 앞둔 수많은 ‘데이비드 로봇’을 발견한다.

    “난 내가 하나뿐인 줄 알았어요.” 절망한 소년 로봇은 깊은 물 속에 몸을 던진다. 놀랍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 찬 ‘A.I.’가 문득문득 가슴 아프게 하는 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보그의 모습 때문이다. 특히 ‘식스 센스’의 아역 스타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주인공 데이비드 역을 맡아 지능만 가진 로봇에서 감정을 가진 존재로 변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커다란 눈망울에 절망과 환희를 담아내면서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느끼는 애상을 간절하게 표현한 그의 연기 덕분에 ‘A.I.’는 아름답고도 슬픈 SF 영화가 되었다.

    귀여운 테디 베어 로봇과 피노키오 동화에서 빌려온 모티브, 데이비드와 조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가족영화로도 손색 없을 법하지만, 한편으론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래의 우리는 데이비드 같은 로봇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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