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2016.06.15

책 읽기 만보

우리가 몰랐던 트럼프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6-13 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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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미국 대통령선거(대선) 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1987년 마흔한 살에 출간한 회고록 ‘거래의 기술’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게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그가 어떻게 거래를 성사시키는지도 적었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 물론 여기에는 똑똑한 머리와 타고난 브로커 본능이 필요하다는 ‘잘난 척’도 덧붙였다.

    트럼프가 돌아왔다. 이번 거래의 목표는 미국 대통령이다. 2015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구호를 내걸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많은 이가 트럼프가 이번 목표를 터무니없이 높게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가상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트럼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쏟아낸 막말과 무지가 사실은 치밀한 전략의 하나임을 깨달은 것이다. 트럼프, 그는 사기꾼인가, 거래의 달인인가.

    ‘거래의 기술’에는 트럼프를 성공으로 이끈 11가지 거래 원칙이 나온다.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그렇다. 비록 29년 전 정리한 것이지만 이 11가지 원칙에는 ‘워싱턴의 아웃사이더’에서 하루아침에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트럼프의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 전략이 담겨 있다. 미국 ‘월스트리저널’은 서평에서 “이 책에는 그의 변칙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들이 나와 있다. 그는 이 책을 선거 전략의 청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11가지 원칙이야말로 ‘트럼프 신드롬’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거래의 원칙’ 마지막 글의 제목은 ‘다음엔 무엇을?’이다. 29년 전 트럼프는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 질문의 대답을 알지 못한다. 대답을 안다면 흥미가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라고 썼지만 지금 세상 사람들은 트럼프의 다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 안다. “앞으로 남은 한 가지 과제는 지금까지 나 자신만을 위해 써온 이 같은 재능들을 이제부터는 남을 위해 훌륭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라고. 그는 일생일대의 아주 큰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거래도 예술로 승화할까.



    명견만리
    KBS ‘명견만리’ 제작팀 지음/ 인플루엔셜/ 296쪽/ 1만5800원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트렌드’다. KBS 1TV에서 방영 중인 ‘명견만리’는 ‘밝은 지혜로 만 리를 내다보라’는 말 그대로 각종 트렌드 속에 숨어 있는 변화의 방향에 주목한다. 이를 강연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렉처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 내용을 정리한 1편에서는 앞으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 즉 인구, 경제, 북한, 의료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만화/ 생각의길/ 368쪽/ 1만6000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논술 특강’ 등 글쓰기 책을 낸 후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진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 인문 에세이. ‘왜 쓰는가’로 시작해 감정이입, 표절, 비평의 문제 외 댓글, 악플, 스토킹 수준의 도배, 내 말을 듣지 않는 무한 반복 질문에 대처하는 법 등 다양한 글쓰기 기법을 소개했다. 유시민의 고백에 응답하듯 그린 정훈이의 만화는 또 하나의 ‘표현의 기술’이다.





    다이너마이트 니체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372쪽/ 2만1000원

    니체가 자신의 철학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 가장 먼저 읽기를 권한 책이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였다. 철학은 학문이 아니라 삶의 문제이자 행함이라고 믿는 저자가 2014년 ‘언더그라운드 니체’에 이어 니체 읽기에 도전한다. 표면적으로 ‘선악의 저편’ 강독을 내세웠지만, 텍스트 해석에서 나아가 자신의 삶을 가꾸고 변형해가는 행함의 문제로 니체의 철학에 접근한다.





    사필(史筆)
    조선왕조실록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396쪽/ 1만3000원

    사필이란 ‘조선왕조실록’을 남긴 붓을 가리키며, 사필을 잡고 조선의 국정 기록을 전담한 사관은 춘추관 기사관을 겸직했던 예문관 한림들이자 문과에 급제한 지 얼마 안 된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공식 사초를 작성하면서 주 ‘사신왈(史臣曰)’로 시작하는 주관적 의견, 즉 ‘사론(史論)’도 수록했다. 이 책은 단종의 모친 현덕왕후 복위 논란 등 38건의 사론과 함께 사관의 업무와 실록 활용법 등도 설명하고 있다.




    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판미동/ 240쪽/ 1만2000원

    1895년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날 ‘심플라이프’의 개념을 제안했다. 생각법,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돈, 인관관계, 교육 등 심플라이프는 삶의 전 영역에 망라해 있으며, 과학기술과 자본주의 발달로 날로 복잡해지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130쪽/ 1만2000원

    제프 쿤스의 조형물과 아이폰의 공통점? 바로 매끄러움에 있다. 매끄러움이란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연마된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판단도, 해석도, 성찰도, 사고도 필요하지 않다. 오로지 아름다움만 있을 뿐.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독창적 시각에서 분석해온 저자가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으로 대변되는 긍정사회의 아름다움은 ‘매끄러움의 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거꾸로 보면 패턴이 보인다
    이지효 지음/ 처음북스/ 256쪽/ 1만5000원

    신사업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발견했거나 남들이 무시한 것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찾은 것이다. 베인앤컴퍼니코리아 상무인 저자가 신사업을 발굴하는 ‘컨트라리언(Contrarian)’, 즉 역발상 접근법을 소개하고 실제 성공적인 신사업 발굴 사례와 찾아낸 기회의 선택 등 구체적인 적용법을 소개한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동양북스/ 256쪽/ 1만2500원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내버려둬”라고 외치는 딸. 딸에게 의존하는 엄마와 엄마의 ‘애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이 있다. 일본 심리치유사인 저자가 ‘미안하다 대신 고맙다고 말하기’ ‘싸우는 습관 버리기’ 등 엄마와 딸을 위한 37가지 실천법을 제시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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