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2016.06.15

국제

레일건 장착 스텔스 구축함, 미국의 히든카드

줌월트호 실전배치 본격화…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둘러싼 워싱턴의 힘 과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06-13 14: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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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으로 남중국해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 바다로 만들고자 인공섬 건설에 적극 나서는 한편, 군사력 강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완성 단계에 접어든 인공섬에 젠(J)-11 같은 전투기와 레이더, 훙치(HQ)-9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영유권 확보 전략이 착착 진행 중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 전단의 접근을 막고자 둥펑(DF)-21D(사거리 1500km), 둥펑-26(사거리 3000km) 같은 지대함미사일도 배치했다. 남중국해에 일종의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그에 맞서 ‘항행의 자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올해 1월과 5월 세 차례에 걸쳐 미사일 구축함을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2km) 이내 해역으로 항해하게 했다. 앞으로도 분기마다 최소 두 차례씩 자국 군함을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진입케 한다는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장소에서 항행과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5월 27일 버지니아 주 달그런

    양측의 팽팽한 대결에서 어느 쪽이 우세한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소한 군사력 증강 측면만 놓고 보면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육군대 전략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계속 강화한다면 앞으로 수년 내 중국이 이 해역의 실효 지배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항행 자유 작전으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남중국해 주도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워싱턴의 복안은 무엇일까. 미국 측 전략가들은 주로 중국 군사력을 압도할 강력한 무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지목한다. 이를 위한 히든카드로 흔히 거론되는 게 ‘꿈의 무기’라 불리는 레일건(Rail Gun)을 탑재한 최신예 구축함. 레일건은 화약을 사용하지 않고 2개 레일 사이의 전자력을 이용해 탄환(발사체)을 음속보다 7배 빠르게 발사하는 첨단무기다.



    레일건은 소형 발전소와 대용량 콘덴서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25MW의 전기 힘으로 발사된다. 이는 1만8750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를 이용해 레일건은 25파운드(약 11.3kg) 무게의 텅스텐 탄환을 시속 4500마일(약 7242km) 속도로 날려 원거리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각종 항공기와 함정은 물론, 무인기나 미사일도 요격 가능하다.

    레일건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발사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기존 대포보다 분당 10배 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사거리도 200km에 이른다. 미 해군이 운영하는 6인치(약 152mm) 함포의 사거리가 15마일(약 24k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능이다. 초속 1km가 넘는 탄환의 운동에너지 덕에 파괴력도 엄청나다. 당초 레일건은 발사하는 데 필요한 전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실전배치에 적합하지 않은 무기로 평가받았지만, 이를 공급할 수 있는 군함이 건조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됐다.

    미 국방부와 해군은 지난 10여 년간 13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입해 레일건을 개발했다. 미국 해군연구청(ONR)은 5월 27일 버지니아 주 달그런의 지상화력 시험장에서 레일건의 첫 발사시험 성공 장면을 공개했다. 미 해군은 2018년까지 모든 시험을 완료하고 레일건을 구축함에 장착해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기존 구축함에 장착되는 미사일 수는 통상 방어용과 공격용을 합쳐 96발 내외. 반면 레일건을 탑재한 구축함은 1000발이 넘는 포탄을 장착할 수 있어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뿐더러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

    레일건이 우선적으로 장착될 함정은 줌월트급 구축함이다. 줌월트급 구축함의 가스 터빈 발전기는 웬만한 중형 도시 공급량과 맞먹는 78MW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레일건 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고자 세계 최강의 이 구축함 3척을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10월 취역할 1호함 줌월트호(DDG-1000)는 현재 미국 동해안에서 시험항해 과정에 있으며,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해군기지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모항을 둘 예정이다.

    만재배수량 1만6000t, 길이 183m, 폭 24.6m인 줌월트호의 이름은 미 해군 역사상 최연소(49세) 참모총장을 역임한 엘모 줌월트 제독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기존 구축함 가운데 최대였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만재배수량 9000t)보다 30m 더 길고 높이는 32m에 이른다. 장거리 지상 공격형 포탄(LRLAP) 등을 185km까지 발사할 수 있는 AGS 155mm 함포와 57mm 함포, SM-6 함대공미사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MH-60 중형 헬리콥터와 무인기의 이착륙도 가능하다.


    새로운 창이 중국을 겨눌 때

    최고시속 30노트(약 55.5km)인 이 구축함은 광역수색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상대 레이더에 소형 어선 크기 정도로만 나타나므로, 연안까지 은밀히 침투해 상대 해군기지와 미사일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건조 비용은 44억 달러(약 5조1900억 원). 이 구축함에는 레이저 무기도 장착될 계획이다.

    미국은 2018년 줌월트호의 AGS 155mm 함포를 레일건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줌월트호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DF-21D 등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를 보일 경우 해안까지 접근해 레일건으로 선제공격하거나 남중국해 인공섬에 배치된 중국군의 각종 무기와 시설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 미군기지에서는 현재 줌월트호가 기항할 수 있도록 시설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2017년 2호함인 마이클 몬수르호를, 2018년엔 3호함인 린든 B 존슨호를 각각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이 새로운 창(槍)으로 미국이 중국의 야심을 저지하고 아태지역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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