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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이번 생도 첨이고 제로 웨이스트도 첨이라…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번 생도 첨이고 제로 웨이스트도 첨이라…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소일 지음/ 판미동/ 260쪽/ 1만5800원 

최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는 핑계로 텀블러를 하나 샀다. 커피 잔당 기사 하나씩 뱉어내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기자에게 커피는 일하는 순간에 없어서는 안 될 ‘수액’과도 같았다. 오랜 기간 하루에 커피 1~3잔을 하며 살아왔는데, 언제부턴가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내돈내산’인데도 죄스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술보다 제로 웨이스트를 권하는 사회가 됐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2016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왔다.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해석한 최소주의자에 환경 의식을 담은 윤리를 붙여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제로 웨이스트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살기, 먹기, 놀기 등 우리가 자연과 공생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꿀팁’을 준다. 높은 곳에 앉아 고고하게 기후 변화가 어쩌고 우리 미래가 어쩌고 운운하는 책들과 달리, 저자가 일상에서 직접 실천한 바를 사진과 그림, 글로 풀어낸 덕에 ‘해볼 만한데!’ 하는 생각이 훨씬 더 들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느낌이 덜하다. 

분리수거가 어려운 플라스틱 칼 대신 족집게로 눈썹을 정돈하고, 화장할 때 브러시 대신 손을 쓰며, 미세플라스틱이 든 글리터나 펄을 적게 쓰는 화장을 한다. 식당에서 먹지 않는 반찬은 먼저 거절하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포장지 대신 보자기나 손수건을 쓴다. 습관처럼 꺼내 쓰지 않으려고 면봉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둔다. 이런 건 특별히 더 노동하거나 돈을 쓰지 않아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손수건으로 하는 건 아직 ‘제린이’(제로 웨이스트+어린이)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 대신 휴지 한 장, 물티슈 한 장을 덜 써보는 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내가 옳다”가 아니라 “이런 방법도 있다”는 어투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50년 후에는 “옛날에는 세상이 참 더러웠지”라고 오늘날을 회상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저자 옆에서 “호호, 맞아요”라고 맞장구치는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1281호 (p80~80)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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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17호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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