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2

2003.05.01

“요코하마서 설욕 두고 보라”

  • 최원창/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3-04-23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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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서 설욕 두고 보라”

    4월16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한·일전에서 몸을 날리며 공을 쫓는 한국의 유상철 선수와 일본의 오가사와라 선수.

    ”요코하마에서 되갚아주마.” 4월16일 한·일전에서 패한 뒤에도 유상철(32·울산 현대)의 표정은 의외로 평온했다. 유상철은 “일본에 행운이 따랐다”며 담담해했다. 패배를 훌훌 털어버릴 만큼 관록이 쌓였기 때문이다. 유상철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막판까지 계속 뛰며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우직한 선수다. 이날도 유상철은 일본 수비수 아키타와 유니폼이 찢길 정도로 몸싸움을 벌이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유상철은 이날 패배로 가슴에 칼을 품었다. 6월3일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동아시아축구선수권 한·일전에서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다짐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축구의 상징’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에게 일격을 당한 만큼 ‘일본축구의 요람’ 요코하마경기장에서 되갚아주겠다는 것. 이날 유상철은 경기장을 나서면서 “요코하마에서 분풀이해야죠”라는 짧은 한 마디로 자신의 각오를 대신했다.

    6월에 벌어질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은 우승팀에 상금 50만 달러(6억원)가 주어지는 대회다. 동아시아연맹(EAFF)이 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일본이 참가한다. 한국이 설욕전을 벌일 요코하마는 1998년 3월1일 한국이 1대 2로 패하며 한·일전 사상 첫 2연패를 기록한 치욕의 땅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은 3·1절이어서 패배의 후유증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유상철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활약하는 등 요코하마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또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와 97년 월드컵 공동개최 확정 1주년 기념으로 열린 한·일전(도쿄)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리는 등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94년 한·일전 골은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이기도 했다. 유상철은 “일본전 2연패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주장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국내파들의 잔치였던 이번 한·일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유상철은 송종국(페예노르트) 이영표 박지성(이상 아인트호벤) 김남일(엑셀시오르) 설기현(안더레흐트) 등 월드컵 4강 스타들이 총집결하는 6월의 ‘한판 승부’를 위해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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