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왼쪽)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조깅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프랑스 사람 모두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기를 원한다.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조깅으로 일정을 시작했을 만큼 사르코지의 조깅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과거 엘리트 대통령들과의 단절을 선언한 그에게 조깅은 일종의 정치적 의례가 된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조깅 사랑에 대한 프랑스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바로 조깅이 전형적인 미국식 대중문화이기 때문. 7년 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아침에 땀을 흘리며 달리는 미국 대통령을 보면서 프랑스인들은 경멸 어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트 지식인이 주도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대통령은 정치 엘리트의 정점에서 문화와 철학, 예술 등에 대한 ‘고상한 취향’을 대변하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시라크 전 대통령만 해도 중앙아시아 유목민족 문화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엘리트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대중문화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활용하고 있다. 클래식이 아니라 마돈나를 좋아하고 서민들처럼 축구와 럭비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이른바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기존의 권위적이고 학자연하는 정치인들과 차별화를 보여주며 프랑스 서민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프랑스에서 돈 많은 소수를 위한 고급문화는 넘쳐나지만 대중문화는 양도 빈약한 데다 그나마도 프랑스의 자생적인 것이기보다는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직수입품이다. 조깅, 럭비, 축구, 팝송, 미국 방송을 그대로 베낀 선정적인 오락 프로그램들…. 세계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각박해져가는 프랑스 대중의 일상에는 더는 철학과 문학이 없다. 사르코지는 바로 이러한 대중이 만들어낸, 그들의 대통령이다. 그에 따르면 현 프랑스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은 “이제 생각하기는 멈추고 일을 할 때”다. 물론 데카르트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러한 태도는 우파 철학자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Bernard Henri-Levy)에게서도 ‘반지성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그의 정책은 초과근무에 대한 세금 감면을 통해 실질적인 노동시간 연장을 노리고 있다.
“대중 경제상황 고려 않는다” 비판도 많아
이 밖에도 그의 조깅은 티셔츠와 나이키 운동화가 상징하듯 대외적으로는 친미주의 정책을 대변한다. 실제 그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소원해졌던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정상화하고자 최근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표명했다. 또한 그가 추진 중인 프랑스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영미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 여름휴가를 미국으로 떠난 사르코지 일가는 부시 일가와 교분을 돈독히 쌓았다.
스포츠 이미지를 통한 사르코지의 면모는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월드컵에서도 나타났다. 프랑스 개최를 적극 추진한 그는 프랑스팀 경기마다 경기장에 나타나 관람했고, 언론매체들은 쉼 없이 그런 그의 이미지를 쏟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사르코지에게 장애물은 많고, 벽은 너무 높아 보인다.
강력한 대통령을 원하는 사르코지는 현재 자신이 두루 거쳤던 총리, 내무부 장관, 재경부 장관의 권한을 상당 부분 전유하고, 의회 과반수까지 확보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독재처럼 비춰져 우려를 자아낸다. 또한 그의 개혁정책이 서민 대중의 노동은 늘리면서 부유층에 각종 경제혜택을 부여하는 데 있기 때문에 실제로 대중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비판이 많다.
더구나 지난 미국 휴가 당시 지출한 비용이 전직 대통령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초호화판이었기에 빈축을 샀다. 1만3200유로의 에어프랑스 전세기와 주당 3만 달러에 이르는 호화별장 임대는 대기업이 후원했다. 반면 시라크에게서 물려받은 국가 재정은 사회복지기금의 파탄으로 위기에 봉착했으며, 최근 발생한 에어버스사(社) 경영진의 부정사태는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또 막대한 대외채무 때문에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민자에 대한 DNA 검사를 법안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사르코지 정부는 종교계와 인권단체들로부터도 도덕적 비판과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임기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현재, 사르코지는 자신감에 넘쳐 보인다. 제도상 그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사르코지의 개혁은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그는 ‘포레스트 검프’처럼 앞으로 앞으로 달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