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망좋은 방’
‘전망 좋은 방’은 르네상스 발상지인 피렌체의 멋진 도시 풍경에 대한 찬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루시처럼 많은 유럽인이 이 도시의 풍광과 그 풍광 속에서 빛나는 역사를 찾아 피렌체에 온다.
피렌체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도시마다 외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이건 교통이 편리해지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현대의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8세기부터 유럽에선 ‘그랑 투르(Grand Tour)’라고 하는 유행이 자리잡았다. 귀족이나 유복한 가정의 젊은이들이 유럽 문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나 그리스를 찾아 견문을 넓히고 문화적 소양을 쌓는 장기간의 여행을 했던 것이다.
괴테가 바이마르 공국의 고위 관료로 있던 어느 날 불현듯 탈출이라도 하듯 떠난 여행의 목적지가 이탈리아였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의 카피톨리노 언덕에 앉아 이 위대한 고대 제국의 쇠망을 애도하다 ‘로마제국 쇠망사’라는 당대의 역저를 구상하게 된 것도 ‘그랑 투르’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1년에 수천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이탈리아 관광경쟁력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괴테나 기번 같은 뛰어난 재능은 없을지라도 서구 문명의 원형을 찾아보고 싶은 평범한 이들의 자발적인 경배와 견학의 물결.
이를 더욱 촉진하는 것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다. 일일이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은 영화가 이탈리아 곳곳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심지어 만화영화 ‘닌자 거북이’의 네 주인공 이름도 르네상스 네 거장의 이름이 아닌가(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도나텔로).
이들 영화가 이를테면 이탈리아 관광의 선전 전단, 입간판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혹은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은 것은 16세기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썼던 것과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국은 요즘 관광 진흥에 열심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울은 결코 로마가 아니고, 경주는 피렌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마나 피렌체가 갖지 못한 것도 있다. 그 열(劣)과 우(優)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통한 전략이 ‘관광 입국’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