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서민정(좌)은‘꽈당민정’, 이순재(우)는‘야동순재’란 애칭을 얻고 있다.
‘야동순재’ ‘버럭범수’ ‘꽈당민정’ ‘굴욕정길’ ‘발작영란’….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에겐 낯설기만 한 이러한 이름들. 하나하나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야동순재’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열연하는 이순재의 애칭이다.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자식들에게 들켜 민망함을 당하는 이순재의 코믹한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이 붙여준 사랑스러운 별명. ‘꽈당민정’은 같은 시트콤에서 걸핏하면 넘어져 무릎이 성할 날이 없는 서민정의 애칭이며, ‘버럭범수’는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에 나오는 이범수의 버럭 화를 내는 장면에서 따왔다. ‘굴욕정길’은 MBC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경쟁자 김명민의 기세에 눌리며 자꾸만 굴욕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중견 탤런트 이정길에게 붙여진 닉네임이다. 역시 ‘발작영란’은 MBC 드라마 ‘누나’에서 팥쥐처럼 못되게 구는 허영란이 발작적으로 일으키는 히스테릭한 모습을 담고 있다.
애칭이 붙은 캐릭터들은 드라마에서 돋보이는 연기자들인 동시에 웃음을 주는 해피 바이러스 주인공들이다. 20%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회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이들 드라마 캐릭터가 사랑받는 데는 갈수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되어가는 시청자들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도 한몫한다. 디씨인사이드 같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관련 사이트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거침없이 하이킥’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과 관련된 영상 및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편집되고 유포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는 것. 이들은 정규 프로그램 시간에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케이블 채널, DMB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보기 때문에 젊은 층의 반응은 그 플랫폼만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루 방송분이 방영되고 나면 누리꾼 유저들은 순식간에 동영상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편집하고 가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렇게 활동하는 수많은 유저들은 자신들이 2차적으로 창조해낸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고 애칭을 붙인다. 이들 누리꾼 유저에게 사랑받고 ‘찍히면’ 곧바로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지며, 이는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로 입증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 제작진도 “우리의 원래 제작 의도가 어디로,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면서 “인터넷 세상에서는 드라마의 주·조연이 따로 없다”고 놀라워한다. 시청자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안방극장 드라마의 ‘현재진행형’ 변화가 무척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