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라 투르의 ‘늙은 악기 연주자’.
모네의 ‘수련’이 소장된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지금 ‘사실주의’라는 대단한 이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7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프랑스 사실주의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시회인데, 일단 그 방대한 작품 수에 놀라고 만다. 드 라 투르, 발랑탱, 히발 같은 17~18세기 작가들을 필두로 피카소, 레제, 발트우스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회는 일종의 리바이벌 전시회다. 오페라 작품처럼 전시도 인기 있거나 의미가 남다른 경우 몇 년간 시차를 두고 다시 열게 되는데, ‘사실주의’전은 1934년 같은 미술관에서 한 차례 열었던 전시회다. 당시 전시회는 사실주의라는 사조를 미술사에 자리매김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특히 프랑스 17세기 회화의 거목으로 일컬어지는 드 라 투르는 당시 전시회를 통해 재평가받았다.
과연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술사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림 속에 숨겨진 시대상을 정말 사실처럼 엿볼 수 있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