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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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金利를 동결한 이유는?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2-14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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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월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회장 취임 20주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며 샌드위치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쫓아오는 중국과 앞서가는 일본에 낀 상황을 일컫는 샌드위치론은 사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일등기업을 지휘하며 세계시장을 누비고 다니는 총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을 보면 중국의 추격이 거세긴 거센 모양이다.

    중국 추격 대비 엔저 과실 미래 위해 비축

    산업자원부에서는 2006년 기준 한국의 전체 기술력을 100으로 놓았을 때 일본은 118, 중국은 80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중국에 앞선 만큼이나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일본도 중국이 두려운 모양이다. 세계 2위권의 경제규모에도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일본이고 보면 한국에 뒤이은 중국의 추격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의 일본 경제 상황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은 1월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엔저 특수로 일본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0.25%의 정책금리는 절대로 정상적인 수준이 될 수 없다. 장차 발생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정책을 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서서히 금리를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는 마치 저수지의 물과 같아서 저수량이 너무 많을 때는 흘려보내고, 너무 적을 때는 모아놓아야 필요할 때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일본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 있기를 갈망했으나 결국 동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덕분에 엔저는 당분간 더 계속되면서 일본의 수출이 더욱 증가하게 됐다.

    기업 실적이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데도 일본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데 있다. 경제가 좋아지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경제학 원리로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임금이 오르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고용이 증가하는데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답은 바로 중국에 있다. 중국의 추격을 강하게 의식하는 일본 기업들이 이를 뿌리치기 위해 이윤을 연구개발 쪽으로 돌리는 한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대신 임시직이나 계약직 고용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엔저로 얻은 과실을 앉은자리에서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비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보다 38포인트나 앞서가는 일본의 대응이 이런 반면 우리는 어떤가. 연초부터 온통 암울한 소식밖에 없다.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규제 철폐만을 요구하는 기업, 법을 무시한 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노동조합,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 국가의 미래에는 아랑곳없이 부동산 투기에 올인하고 있는 중산층, 경제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당국…. 20년 후 샌드위치론을 중국이 들고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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