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창단된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현악 4중주 형식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듬어온 앙상블로 손꼽힌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을 비롯한 독일, 오스트리아의 고전 레퍼토리에서부터 드뷔시, 라벨, 베르크에 이르는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앙상블로 흔들림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
2005년 7월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의 비올리스트 가쿠슈카가 사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의 빈자리를 뮌헨 필의 수석 주자이자 가쿠슈카의 제자인 이사벨 카리시우스가 채웠다. 최근 카리시우스가 칸첼리의 작품을 연주할 때 진가를 드러냈다는 소문이 들린다.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이 현대음악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세계를 보여줄 듯싶다.
이번 내한공연의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역시 벌써부터 화제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모차르트 현악 4중주 K464와 K590을 양 끝에 두고 바르토크 현악 4중주 4번을 사이에 끼워넣었다. 바르토크 4중주 4번은 5악장으로 된 대칭형 구조. 그 양 끝에 모차르트를 배치함으로써 고전과 현대가 거대한 아치를 이루는 프로그램이 기발하다. 실내악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이다.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귀재의 연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먼 옛날 해적이 무인도에 묻어놓은 보물상자처럼, 이런 연주들은 아직도 곳곳에 숨겨진 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