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SK그룹 임원들.
오랜 세월 최 회장과 친분을 쌓아온 이들은 “40대 초반에 겪은 일련의 경험이 최 회장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남긴 듯하다”고 말한다. “합리와 자율을 중시하는 기질이야 여전하지만 경영에 임하고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 어찌 보면 예전 손 전 회장을 배려하느라 애써 한발 물러서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겨두었던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화두 ‘행복·상생 경영’ 최 회장 작품

봉사 활동에 나선 SK 계열사 CEO들. 위부터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 SK㈜ 신헌철 사장,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
SK㈜ 남대우 사외이사는 “말로만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장으로서 모든 이사회를 직접 주재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남 이사는 또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며, 이견에 대해선 끝까지 토론하고, 그래도 결론이 안 날 땐 표결에 부쳐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SK맨, 교수보다 더 교수 같은 사람들”
SK의 한 임원은 “2003년 한창 어렵던 때 오랜만에 만난 최 회장과 악수를 했는데 이전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먼저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임직원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바다. 또 다른 임원은 “한마디로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사람 만나기를 피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접촉 면이 좁았다. 그러나 요즘은 임원이나 팀장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각 테이블을 돌며 몇 분간이라도 대화를 나누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최 회장이) 원래 굉장히 수줍어하는 성격인데,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임직원 모두가 똘똘 뭉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신뢰와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나름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최 회장의 관심은 온통 글로벌 비즈니스에 쏠려 있다. 2005년 11월에만 3개 대륙 6개국을 방문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특히 중국 시장을 중시해 누구를 만나든 중국 이야기부터 꺼낸다 한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란 최 회장의 말은 이제 SK그룹에선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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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선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토론을 즐기고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최 회장의 스타일은 그대로 SK그룹 특유의 자유롭고 합리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하영원 교수는 “SK맨들은 교수보다 더 교수 같은 사람들”이라며 “논리를 세우려 애쓰며 상당히 치밀하다. 무엇이든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도 특징”이라 평가했다.
유공(현 SK㈜),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키워온 만큼, SK는 융화와 실력 위주 인사를 유난히 강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계에선 SK를 순혈주의가 거의 없는 대표적 회사로 꼽는다. 최근 2~3년 사이만 해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 왕윤종 박사를 경제연구실장으로, 외국계 증권사 출신 이승훈 상무를 SK㈜의 IR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SK㈜ 사장실 직속 윤리경영실장인 김준호 부사장 또한 대검찰청 중수3과장을 지낸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김 부사장은 “업무도 조직도 생소한 터라 입사 당시엔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딱히 적응기라 할 만한 것이 필요 없더라. 첫째는 기존 인력이 워낙 우수해 내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었고, 둘째는 문화 자체가 워낙 젠틀해 마음 다칠 일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SK에는 젊은 CEO, 젊은 임원들이 유난히 많다. 주력 계열사 12곳의 CEO만 해도 1950년대생이 주류를 이룬다. 46세인 최태원 회장을 빼고라도 평균 연령이 54.16세에 불과하다. 패기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 신사업 분야 진출이 두드러진 그룹 포트폴리오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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