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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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눈먼 돈?

문 닫았던 회사도 연구비 지원받고 사업 재개 … ‘끼리끼리 나눠먹기’ 의혹에 중복 투자 우려도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10-20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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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눈먼 돈?

    독일의 ‘태양 정부청사 구역’계획의 대표적 건물인 독일 연방 경제부 건물.

    연일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 비상에 걸려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어붙은 내수 경기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신·재생에너지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기술개발 관련 예산만 해도 2003년에는 약 329억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에는 58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개발과 보급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첫 단추’가 너무 허술하게 끼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의 기술개발 지원 방식, 그리고 ‘태양광 주택 10만호 건설’로 대표되는 보급 계획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 ‘끼리끼리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거세다. 관련 전문가 및 산업 층이 워낙 얇은 것이 근본 원인이지만 관리·운용의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주간동아’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작성한 ‘2004년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사업 예산 사용과 실적’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자료는 3대 중점과제와 일반과제로 나누어, 2004년 신규 과제 및 ‘계속 과제’의 과제 명·주관기관(수행책임자) 및 참여기업(위탁기관)·총 사업기간·정부 및 민간의 2004년도 사업비 등을 담고 있다. 수행책임자와 위탁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해진 기간 동안 각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형태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라 일반인이 세세한 내용까지 검증하기 힘들다. 에너지기술연구소(이하 에기연) 연구원, 관련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무엇이 과제가 되고 되지 말아야 하는지, 지원액은 얼마가 적합한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연구 과제 선정부터 공정성 의문

    먼저 제기되는 것은 연구 과제 및 수행기관의 선정이 제대로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서울대의 한 관련학과 교수는 “연구자에 따라 시각이 좀 다를 수는 있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 환경단체 간부 또한 “선정 과정에 돈이 오가는 식의 부정비리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정실’이 끼어들 여지가 많은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에너지관리공단 임원 출신이나 에기연 연구원이 대표로 있는 업체, 사업단 실무를 맡고 있는 인물 등이 연구비 수혜자로 결정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는 “업계고 연구진이고 층이 너무 얇다. 그동안 워낙 홀대받아 온 분야라 전문가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심사위원이고, 연구비 신청자고, 기업 대표들이고 간에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다. 우리로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도 “실력이 검증된 기업, 대표성을 가진 기업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연구 주제별 경쟁률도 낮았다. 한 업계 인사는 “과제에 따라 1.2대 1인 것도 있고, 2대 1 정도인 것도 있었다. 어쨌거나 다 거기서 거기였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이 업계에 종사해온 한 인사는 “그냥 나눠먹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덕분에 문 닫을 뻔하다 살아난 회사들이 꽤 된다”고 주장했다.

    연구비 받고 매출 거의 없는 경우도

    그의 지적대로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지나치게 영세하다는 것이다. 태양광 업체 A사 사장은 “회사에 직접 찾아가 보면 기가 막힐 거다. 그래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연구비를 몇 억원씩 받은 회사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려니 생각할 텐데 그렇지 않다.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으니 그동안도 정부가 제공하는 이런저런 지원금을 통해 겨우 연구 인력이나 유지해온 곳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계속과제’ 수혜 업체인 B사는 부도가 났던 회사다. 3대 중점과제 참여기업인 C, D, E사 등은 거의 연구진들만으로 구성된 회사다. 나랏돈으로 기술개발부터 하고 상용화는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다는 건데, 사실상 매출이 거의 없는 업체들인 셈”이라고 했다. 공단 측은 “선정업체의 전년도 매출액, 사업 실적, 연구진 구성 등을 공개해달라”는 ‘주간동아’의 요청에 “개별 기업 정보인 만큼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환경단체 인사는 “연구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지만 계속 이렇게 가서는 곤란하다. 언제까지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처지가 못 된다. 이 동네는 다 ‘한 식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업체가 무려 4가지 과제의 연구비를 가져간 경우도 있다. 2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회사도 여럿 된다. 국가 주도 연구개발의 대원칙이랄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볼 때 효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관련 시민단체의 한 인사는 “발전사업자인 F사의 경우 연구개발도 같이 하겠다며 총 사업기간 중 33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책정받았다. 성공한 기업을 보면 부품이면 부품, 어셈블리(조립품)이면 어셈블리, 이렇게 전문 분야를 따로 갖고 있다. 그런데 부품, 어셈블리는 물론 발전사업까지 하겠다는 건 중소기업으로서는 무리한 일 아닌가. 게다가 그 회사는 주력 분야가 아닌 태양광 쪽 참여기업으로도 선정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대체에너지센터 측은 “발전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저가에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연구개발에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중복 투자의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미 외국에서 널리 상용화돼 기술 제휴로 들여오는 편이 더 낫거나, 아니면 한쪽으로 몰아 개발해도 되는 주제들을 이리저리 쪼개놓은 게 눈에 띈다”며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상용화로 이어질 만한 실적을 많이 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소 출신의 한 대학교수도 “한마디로 ‘백화점식’이다. 건실한 중견기업을 끌어들이자는 이야기도 해봤지만 먹히지 않았다. 말을 세게 하기도 힘든 게, 잘못하면 ‘왕따’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눈먼 돈?

    몽골 고비사막에 설치된 태양광·풍력 발전시스템.

    과제 선정·수행 후 평가 방법 ‘개선 절실’

    재미있는 것은 그간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보조받고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오지 못한 몇몇 업체들이 이번에도 또 연구비 수혜 업체로 지정된 것이다. 풍력 분야의 G사가 대표적인 경우. 이에 대해 대체에너지센터 측은 “과거 풍력에 아무도 관심 없을 때 G사가 뛰어들어 열심히 했다. 개척자 역할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고 관심도를 끌어올린 것만도 평가받을 만하다. 성과도 아주 없었던 것이 아니다. 기술 노하우를 축적했고 과제 수행평가 결과 심사에서도 ‘불량’을 받지 않았다. 기술료도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제 수행 후 평가에서 ‘불량’ 판정을 받으면 이후 몇 년간 연구비 지원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연구에 실패한다 해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한 민간연구소 출신 대학 교수는 “결국 주관기관의 능력 문제다. 도덕성까지 갈 것도 없다. 수혜 업체를 어떻게 선정하기에 망하는 회사가 나오나. 또 결과라고 내놓는 것이 다 보고서다. 제품이 나오지를 않는다”고 비판했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연구 수행결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 것인가로 옮아간다. 같은 에너지 분야인 원자력 연구 쪽은 수행결과 평가를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서 한다. 과제를 준 쪽과 투자액 정산팀을 분리해 운용함은 물론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법제상 대체에너지센터가 선정과 평가를 모두 맡고 있다. 물론 외부 전문위원이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개선을 고민해볼 만도 하다.

    이에 대해 대체에너지센터 이성호 소장은 “그동안 실적이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방향이 정해진 만큼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올해에만 8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 LG 계열의 태양광 기판 업체 실트론의 경우 10년 가까이 국가 지원 아래 연구를 계속하다 별 성과가 없자 사업을 거의 접다시피 했다. 그런데 올 들어 지원금이 대폭 확대되면서 다시 사업에 뛰어든 것. 삼성SDI의 경우도 태양전지 개발 능력이 충분함에도 머뭇거리고 있다가, 국가 지원금이 확대되자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올해만 12억1700만원을 지원받는다.

    삼성그룹 출신인 한 업계 인사는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같은 그룹들은 국가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아 오늘의 부를 이룬 회사들이다. 그런 만큼 꼭 정부 지원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 연구에 진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이다. 대기업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문 인력·예산 선진국 비해 태부족

    그렇다면 이렇듯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국장은 “예산을 더 늘려야 하고, 전문가도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부끄러운 수준이다. 게다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상정했던 액수보다 자꾸 줄어들고 있어 우려된다. 정부가 진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한 대학교수도 “핵심은 인력 양성이다. 관련학과도, 전공교수도, 학생도, 사업체도 그 수가 적은 것이 근본 문제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노력은 해외 장비 수입업자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2005년에 신·재생에너지 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30억원의 예산을 신청, 확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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