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응씨배의 덤은 8점(우리 규칙으로 계산하면 7집 반)이다. 6집 반인 현행 규칙보다 1집 더 많으며 덤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흑을 쥐기보다는 백을 선호한다. 프로바둑에서 1집은 하늘이라 했다. 덤 1집의 차이 때문에 흑은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펼치고 백은 느긋하게 대응하는 흐름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흑 ▲ 로 약점을 지켰을 때 하변 대마를 방치한 채 실리를 당긴 백1은 지나친 양반 팔자걸음이었다. 백1로 지켜둘 자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핵주먹’ 최철한 8단의 호된 공격이 시작된다. 먼저 흑2의 훅. 이 수는 의 흑1에 다가서서 공격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백2로 나가면 흑3. 이것은 백이 매우 괴롭다. 따라서 백은 흑1에 A로 곧장 살아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철한 8단은 흑2로 추궁한 것이다. 다음 흑4의 어퍼컷은 검토실에서조차 “설마 이렇게까지 표독스럽게 쫓지는 않겠죠?” 하던 바로 그 수. ‘돌부처’ 이창호도 움찔하게 만든 ‘독사’ 최철한의 필살기다. 이 백대마를 공격하며 자연스레 흑6으로 집을 챙기고 백7로 달아날 때 다시 흑8에서부터 어깨 짚어 포위망(백A로 받으면 흑B)을 구축해가면서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321수 끝, 흑 5점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