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 안상영 부산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부산시민들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시장이 1998년 2기 민선 부산시장에 당선된 이후 지난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부산의 위상을 높였기 때문. 부산지검 한 부장검사도 “안시장이 부산시정을 잘 펼쳤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말할 정도다.
안시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진흥기업(이하 진흥) 박영준 전 회장은 안시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현 경영진에게 진흥을 넘겨준 뒤 박 전 회장은 진흥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회사 관계자들은 “한때 국내 10대 건설사 반열에 올랐던 진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전 임직원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런 일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진흥의 경영권은 1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진흥에프앤디측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6.8%를 비롯해 21.2%의 지분이 진흥에프앤디측의 우호 지분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 오버넷이 7월25일부터 8월12일까지 장내에서 진흥 주식 17.86%를 매수, 적대적 인수 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오버넷측은 “사업 다각화 및 수익원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경영 감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동생 영선씨는 진흥기업 부사장
진흥과 관련,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진흥 대주주인 진흥에프앤디의 실질적 소유주가 누구냐는 점. 증권가에서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가 오너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진흥 관계자는 “진흥에프앤디는 전홍규 진흥 사장과 윤재강 전무가 각각 40%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서 김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진흥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진흥은 김씨 소유 기업인 것으로 안다”면서 “김씨가 전홍규 현 사장 영입을 주도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의 동생 영선씨가 진흥 부사장으로 영입된 것도 김씨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사장은 풍림산업 부사장, 한국부동산신탁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30년 이상 건설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경영인.
김영준씨가 진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초 M&A 브로커들이 박 전 회장 지분을 7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과 함께 계약금을 지급했던 이들 브로커들은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자 김씨측과 접촉했던 것. 김씨측은 이들에게서 진흥 경영권을 120억원에 샀고, 이들 브로커들은 이 돈으로 박 전 회장측에게 잔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로커들은 가만히 앉아서 50억원을 챙긴 셈이다. 다만 김씨가 동원한 120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이들 브로커들은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장부가(價) 2154억원의 진흥 부실채권을 처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채권은 조흥은행이 갖고 있던 산업합리화 유예 채권이었으나 조흥은행이 1999년 8월 부실채권 정리 차원에서 311억원을 받고 자산관리공사에 할인 매각했던 것. 진흥은 이들 브로커들의 ‘도움’으로 농협 등의 대출을 받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이 채권을 383억원에 다시 사들여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2년여 만에 72억원을 더 받고 팔았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잘 회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 특별채권부 박모 팀장은 당시 “싸게 팔아주면 그 금액의 10%를 주겠다”는 이들 브로커들의 유혹에 넘어가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박팀장이 당시 받기로 한 금액이 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0억원 이상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박팀장은 그러나 실제 1000만원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법 위반 등 교도소에 수감중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당시 진흥 관련 부실채권 매각 과정은 정상적이었다”면서 “박팀장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실채권 매각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박팀장이 올 초 자산관리공사를 떠난 것으로 드러나 자산관리공사는 ‘직원이 한탕 하고 튀는 것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어쨌든 김영준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데다 퇴출된 상호신용금고의 실소유주라는 불명예를 벗고 진흥의 오너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1959년 설립된 진흥은 국내 건설사 중 선발주자. 60~70년대에 중동 시장 등에 진출해 사세를 키웠으나 중동 건설 붐이 꺼지면서 해외 미수금이 증가해 87년 산업합리화 대상 업체로 지정됐다. 한때 3000명에 달하던 직원 수도 올 6월 말 현재 170여명으로 줄었다.
진흥은 김영준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본격적인 재도약을 추진, 올해는 1조원대의 매출을 꿈꾸고 있다. 관급공사 수주 중심의 영업활동을 탈피해 주택사업을 확대해온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 순위 60위권. 부채비율은 123.18%, 경상이익은 101억원에 이른다. 외부 차입금 의존도도 11.76%로 재무구조도 매우 건실한 상태다.
진흥은 또 알짜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무정전 전원장치 및 변압기 제조업체 이화전기공업(지분율 18.72%), 건설업체 한보토피아(100%), 팩스 등 통신기기 생산업체 대우텔레텍(이화전기 54.0%) 등이 진흥 계열사들이다. 대우텔레텍은 자본금 2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577억원, 순이익 43억원을 올렸다. 이화전기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48.7% 증가한 10억원. 또 한보토피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13억원, 순이익 13억원이다.
한편 김씨는 현재 검찰이 기소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4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그러나 올 7월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초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부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김씨 주변에서는 “차정일 특검팀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며 김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수배를 받아오다 올 1월 초 차정일 특검팀에 검거된 김영준씨(왼쪽)와 김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진흥기업.
안시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진흥기업(이하 진흥) 박영준 전 회장은 안시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현 경영진에게 진흥을 넘겨준 뒤 박 전 회장은 진흥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회사 관계자들은 “한때 국내 10대 건설사 반열에 올랐던 진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전 임직원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런 일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진흥의 경영권은 1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진흥에프앤디측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6.8%를 비롯해 21.2%의 지분이 진흥에프앤디측의 우호 지분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 오버넷이 7월25일부터 8월12일까지 장내에서 진흥 주식 17.86%를 매수, 적대적 인수 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오버넷측은 “사업 다각화 및 수익원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경영 감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동생 영선씨는 진흥기업 부사장
진흥과 관련,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진흥 대주주인 진흥에프앤디의 실질적 소유주가 누구냐는 점. 증권가에서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가 오너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진흥 관계자는 “진흥에프앤디는 전홍규 진흥 사장과 윤재강 전무가 각각 40%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서 김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진흥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진흥은 김씨 소유 기업인 것으로 안다”면서 “김씨가 전홍규 현 사장 영입을 주도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의 동생 영선씨가 진흥 부사장으로 영입된 것도 김씨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사장은 풍림산업 부사장, 한국부동산신탁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30년 이상 건설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경영인.
김영준씨가 진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초 M&A 브로커들이 박 전 회장 지분을 7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과 함께 계약금을 지급했던 이들 브로커들은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자 김씨측과 접촉했던 것. 김씨측은 이들에게서 진흥 경영권을 120억원에 샀고, 이들 브로커들은 이 돈으로 박 전 회장측에게 잔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로커들은 가만히 앉아서 50억원을 챙긴 셈이다. 다만 김씨가 동원한 120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이들 브로커들은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장부가(價) 2154억원의 진흥 부실채권을 처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채권은 조흥은행이 갖고 있던 산업합리화 유예 채권이었으나 조흥은행이 1999년 8월 부실채권 정리 차원에서 311억원을 받고 자산관리공사에 할인 매각했던 것. 진흥은 이들 브로커들의 ‘도움’으로 농협 등의 대출을 받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이 채권을 383억원에 다시 사들여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2년여 만에 72억원을 더 받고 팔았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잘 회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 특별채권부 박모 팀장은 당시 “싸게 팔아주면 그 금액의 10%를 주겠다”는 이들 브로커들의 유혹에 넘어가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박팀장이 당시 받기로 한 금액이 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0억원 이상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박팀장은 그러나 실제 1000만원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법 위반 등 교도소에 수감중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당시 진흥 관련 부실채권 매각 과정은 정상적이었다”면서 “박팀장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실채권 매각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박팀장이 올 초 자산관리공사를 떠난 것으로 드러나 자산관리공사는 ‘직원이 한탕 하고 튀는 것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어쨌든 김영준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데다 퇴출된 상호신용금고의 실소유주라는 불명예를 벗고 진흥의 오너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1959년 설립된 진흥은 국내 건설사 중 선발주자. 60~70년대에 중동 시장 등에 진출해 사세를 키웠으나 중동 건설 붐이 꺼지면서 해외 미수금이 증가해 87년 산업합리화 대상 업체로 지정됐다. 한때 3000명에 달하던 직원 수도 올 6월 말 현재 170여명으로 줄었다.
진흥은 김영준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본격적인 재도약을 추진, 올해는 1조원대의 매출을 꿈꾸고 있다. 관급공사 수주 중심의 영업활동을 탈피해 주택사업을 확대해온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 순위 60위권. 부채비율은 123.18%, 경상이익은 101억원에 이른다. 외부 차입금 의존도도 11.76%로 재무구조도 매우 건실한 상태다.
진흥은 또 알짜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무정전 전원장치 및 변압기 제조업체 이화전기공업(지분율 18.72%), 건설업체 한보토피아(100%), 팩스 등 통신기기 생산업체 대우텔레텍(이화전기 54.0%) 등이 진흥 계열사들이다. 대우텔레텍은 자본금 2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577억원, 순이익 43억원을 올렸다. 이화전기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48.7% 증가한 10억원. 또 한보토피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13억원, 순이익 13억원이다.
한편 김씨는 현재 검찰이 기소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4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그러나 올 7월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초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부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김씨 주변에서는 “차정일 특검팀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며 김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수배를 받아오다 올 1월 초 차정일 특검팀에 검거된 김영준씨(왼쪽)와 김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진흥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