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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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조선족 잇는 ‘흥부소’ 산파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0-23 18: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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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조선족 잇는 ‘흥부소’ 산파들
    “무럭무럭 자라서 새끼 많이 낳고, 북녘에 좋은 일도 많이 하거라.”

    중국 옌지(延吉)시 소영진 하룡촌에는 매일 이런 덕담을 들으며 자라는 소 10마리가 있다. 소 한 마리에 주인이 세 명인 이 특별한 소의 이름은 ‘흥부소’. 소에 대한 소유권은 남한사람들한테 있지만, 그 소들을 키우며 농사에 이용하는 이는 옌볜(延邊)의 조선족이다. 송아지가 태어날 경우 그놈들은 모두 북한에 보내진다.

    남한사람과 북한사람, 해외동포 이렇게 셋이 소 한 마리를 사이좋게 나눠 갖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이는 동북아평화센터의 김성재 사무국장(49·맨 오른쪽). 그는 빈민운동가로 유명한 허병섭 녹색대학 총장(61·가운데), 조선족 거주지역에서 민족운동을 벌이고 있는 옌볜공예학교 김해양 교장(55) 등과 합심해 올 1월1일 ‘흥부소 보내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이들이 밝히는 흥부소의 컨셉트는 간단하다. 우리 동포들끼리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를 돕자는 것. 김 사무국장은 “옌볜에서 소 한 마리 값은 한국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조선족들은 그 돈조차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옌볜에 돈을 보내 소를 사주고, 옌볜 동포들이 그것을 농사에 이용하면서 키운 뒤 송아지를 북한에 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이 운동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남한사람들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동포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고, 옌볜 조선족과 북한동포들은 공짜로 소가 생겨서 좋은 환상적인 삼각고리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옌볜에 가는 소가 새끼 많이 낳고, 좋은 일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흥부소’로 붙였다.

    김 사무국장의 이 아이디어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 ‘흥부소 보내기 운동본부’는 어느새 도종환 시인,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등 4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들이 1차로 보낸 소 10마리는 4월25일 옌볜 조선족 가정에 보내져 현재 대부분 북녘에 보낼 송아지를 가진 상태다. 옌볜에서 흥부소를 키울 조선족 가정을 선정하고 있는 김해양씨는 “지금 중국에 있는 조선족 가정들은 대부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돈 벌러 가 있어 제대로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만큼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며 “이들에게 흥부소는 남한사람들의 정을 전해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이 관리하고 있는 ‘흥부소 외양간’ 통장에는 아직 옌볜으로 보내지지 않은 30마리 분 소 값이 있다. 이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는 ‘흥부소 외양간’으로 소 한 마리 값인 20만원을 보내면 된다. 흥부소 외양간 국민은행 234302-04-015159, 문의 011-911-5170(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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