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무부시장은 6700여만원의 연봉 이외에 연간 1억여원의 판공비를 쓴다. 서울시청 앞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고 ‘상당히 넓은’, 초록색 카펫이 깔린 2층 집무실을 갖고 있다. 4명의 비서진을 거느리며, 기사가 딸린 그랜저XG 승용차도 제공받는다. 다른 15개 광역단체의 정무부시장과 정무부지사도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우에 비해 역할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3기 지방자치가 갓 출범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무’(政務)라는 말의 모호성, ‘부’(副)라는 직위가 갖는 한계, 결재권 등 특별한 업무권한을 명시하지 않은 ‘업무분장규칙’ 등 불명확한 것 투성이다.
‘한나라당의 당내 행사용 소품’ 이냐
몇몇 시청, 도청에선 이 직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지자체는 여전히 이러한 모호성을 즐기는 듯하다. 정무부시장(부지사) 자리는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을 위한 ‘사후 배려용’ △금배지에 도전하는 정치인의 ‘경력란 채우기용’ △중앙당 당직자들의 ‘인사적체 해소용’ △단체장을 대신해 지역구 행사나 참석하는 ‘얼굴 마담용’으로 ‘거래’되는 모양새다. 정무부시장(부지사) 인선과 운영을 둘러싸고 16개 광역단체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밀착취재해 봤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이전인 수개월 전 공무원 출신 오거돈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행정부시장으로 옮겼다. 공석이 된 정무부시장 자리에는 노기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확정은 그와 동시에 거의 당선과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이 더 문제였다. 한나라당 중앙당 고위 관계자나 국회의원들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경선 통과의 필수조건. 노기태 전 의원이 중앙당에서 ‘마당발’로 통하고 있었으니, 안시장은 그를 활용하기 위해 부랴부랴 정무부시장에 앉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노 전 의원의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노 전 의원은 8월8일 부산진갑 보궐선거에 출마할 요량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데 ‘부산시 부시장 경력’은 나쁠 게 없다. 노부시장은 현역 부시장의 신분으로, 최근 한나라당에 부산진갑 후보 공천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부산 정가는 요즘 후끈 달아올랐다. 부산진갑의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는 14명에 이르고 있는데 대략 노부시장과 KBS 간부 출신의 김병호씨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서청원 대표측은 노부시장을 밀고, 이회창 후보측은 김병호씨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당 내 ‘빅(big)2’가 서로 다른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니, 진위 여부를 떠나 공천 경쟁은 그야말로 불 난 데 기름 붓는 격이다. 이를 지켜본 부산시 공무원들의 시각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부산시 한 공직자의 말. “남의 당 행사에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무부시장이 시 업무 챙길 여유나 있었겠나.” 부산시 정무부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의 당내 행사용 소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중앙 정부부처, 정당, 광역의회, 언론사, 시민단체와의 업무 협조는 정무직의 가장 중심 업무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일들이 잇따라 터졌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안덕수 전 농림수산부 차관보를 정무부시장 내정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안덕수씨는 축산관련 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스스로 농림수산부에 사표를 낸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인천경실련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안덕수씨의 정무부시장 임명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래도 안시장은 7월13일 현재까지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태세다. 인천시 한 구청 관계자는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시민단체들이 질색하는 사람’을 정무부시장에 앉히면 시민단체와의 협조 등 정무부시장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겠는가”고 반문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정무부시장은 시와 시의회가 신뢰관계를 형성하도록 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최근 이명박 시장과 ‘세트’로 구설수에 올랐다. 2년 뒤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이를 위해 지역구(서대문)에 예산을 많이 따내겠다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 것. ‘노골적인 사전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자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정무부시장직 퇴진을 요구했다. 정무부시장과 시의회가 ‘상견례’도 하기 전에 불상사부터 터진 것이다.
‘자리 쟁탈전’도 치열했다. 지방선거 때 대전시의원 출신 김광희씨는 염홍철 한나라당 대전시장 후보의 선거실무본부장을 맡아 염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선거가 끝난 뒤 ‘대전시 정무부시장에 누구를 앉힐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 중앙당에서는 “이 사람 써달라, 저 사람 써달라”는 요청이 우회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염홍철 시장 당선자는 김광희씨를 원했고, 시장 취임도 하기 전인 6월30일 “김광희씨를 정무부시장에 내정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군말이 없도록 일찌감치 ‘찜’을 해둬야 할 정도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는 반증이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적진’인 청와대에서 한현규 비서관을 스카우트해 와서 정무부지사에 앉혔다. 한씨의 도시교통행정 경력을 살려, 경기도의 교통-SOC 난제를 해결할 특화된 정무부지사를 두겠다는 의도였다. 일부에선 “참신한 탕평책”이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한나라당 일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한나라당에 그만한 ‘인재’는 널려 있다. 선거 때 경기도 방방곡곡을 누빈 동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한나라당 한 당직자)
새로 취임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들은 그나마 ‘소신껏’ 정무직을 임명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낙하산 임명 등 정무직 인선의 ‘문란성’은 민주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장악하던 시절 자주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 고위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수도권의 민주당 출신 한 전직 광역단체장은 자신의 뜻대로 정무부시장을 임명한 적이 거의 없었다. 역대 정무직 모두가 K씨 등 민주당 핵심 실세의 ‘낙점’에 의해 임명됐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바람직한 정무직 활용 전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신임 시장-도지사들도 눈에 띈다. 2000년 9월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은 공개 모집을 통해 정무부시장을 채용했다. 인사청탁, 각종 연고를 근원적으로 배제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때 선출된 신동수 대구시 정무부시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현대그룹 해외사업 파트에서 활동한 기업인이었다. 문시장은 신부시장에게 주로 해외통상, 대기업 민자유치 등 특화된 업무를 맡겼다. 2002년 7월 새로 취임한 조해녕 대구시장은 “전임 시장의 합리적 인사였으며 그동안 정무부시장이 일을 잘해 왔다”면서 신부시장을 유임시켰다. 김혁규 경남지사는 행정가 출신 이덕영 정무부지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부지사는 요즘 F3 자동차 경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태영 전남지사는 모두 ‘경제전문 정무부시장 기용’을 약속했지만 명암이 갈렸다. 박시장은 기획예산처 출신 이병화씨를 임명해 ‘중앙부처 로비력 강화’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살렸다는 평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출신 박지사는 보건복지부 출신인 임인철씨를 기용해 오히려 ‘자기 사람 심기’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전북도는 정무부지사를 대 중앙정부-정치권-언론 교섭창구로 활용해 온 전통이 있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최근 김대곤씨를 정무부지사에 임명했다. 전북의 ‘메인 스트림’인 전주고 출신(강지사는 군산고 출신)인 데다 언론사, 청와대 비서관 경력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정무부단체장 폐지론은 ‘세력이 큰’ 시-군 단위 기초단체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경북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포항시의 경우, 청와대 관료 출신 정장식 포항시장은 신항 건설 등 주요 사업을 중앙정부와 직접 상대하는 일이 잦다. 전국의 모든 시장-군수가 ‘대정부 로비스트’가 되고 있는 마당이니, 따로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정무부지사의 존재는 오히려 ‘중복의 부작용’만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경실련에서 정부개혁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종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제는 정무부시장(부지사) 문제의 근본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실인사, 밀실정치가 지자체로 스며드는 창구로 기능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 공직을 중앙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풍조를 씻어내기 위해서도 정무직 개혁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이 직책의 신설-폐지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근본적으로 정무부시장 부작용이 해소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교수는 “정무직에 ‘감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조직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대우에 비해 역할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3기 지방자치가 갓 출범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무’(政務)라는 말의 모호성, ‘부’(副)라는 직위가 갖는 한계, 결재권 등 특별한 업무권한을 명시하지 않은 ‘업무분장규칙’ 등 불명확한 것 투성이다.
‘한나라당의 당내 행사용 소품’ 이냐
몇몇 시청, 도청에선 이 직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지자체는 여전히 이러한 모호성을 즐기는 듯하다. 정무부시장(부지사) 자리는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을 위한 ‘사후 배려용’ △금배지에 도전하는 정치인의 ‘경력란 채우기용’ △중앙당 당직자들의 ‘인사적체 해소용’ △단체장을 대신해 지역구 행사나 참석하는 ‘얼굴 마담용’으로 ‘거래’되는 모양새다. 정무부시장(부지사) 인선과 운영을 둘러싸고 16개 광역단체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밀착취재해 봤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이전인 수개월 전 공무원 출신 오거돈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행정부시장으로 옮겼다. 공석이 된 정무부시장 자리에는 노기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확정은 그와 동시에 거의 당선과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이 더 문제였다. 한나라당 중앙당 고위 관계자나 국회의원들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경선 통과의 필수조건. 노기태 전 의원이 중앙당에서 ‘마당발’로 통하고 있었으니, 안시장은 그를 활용하기 위해 부랴부랴 정무부시장에 앉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노 전 의원의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노 전 의원은 8월8일 부산진갑 보궐선거에 출마할 요량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데 ‘부산시 부시장 경력’은 나쁠 게 없다. 노부시장은 현역 부시장의 신분으로, 최근 한나라당에 부산진갑 후보 공천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부산 정가는 요즘 후끈 달아올랐다. 부산진갑의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는 14명에 이르고 있는데 대략 노부시장과 KBS 간부 출신의 김병호씨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서청원 대표측은 노부시장을 밀고, 이회창 후보측은 김병호씨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당 내 ‘빅(big)2’가 서로 다른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니, 진위 여부를 떠나 공천 경쟁은 그야말로 불 난 데 기름 붓는 격이다. 이를 지켜본 부산시 공무원들의 시각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부산시 한 공직자의 말. “남의 당 행사에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무부시장이 시 업무 챙길 여유나 있었겠나.” 부산시 정무부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의 당내 행사용 소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중앙 정부부처, 정당, 광역의회, 언론사, 시민단체와의 업무 협조는 정무직의 가장 중심 업무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일들이 잇따라 터졌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안덕수 전 농림수산부 차관보를 정무부시장 내정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안덕수씨는 축산관련 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스스로 농림수산부에 사표를 낸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인천경실련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안덕수씨의 정무부시장 임명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래도 안시장은 7월13일 현재까지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태세다. 인천시 한 구청 관계자는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시민단체들이 질색하는 사람’을 정무부시장에 앉히면 시민단체와의 협조 등 정무부시장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겠는가”고 반문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정무부시장은 시와 시의회가 신뢰관계를 형성하도록 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최근 이명박 시장과 ‘세트’로 구설수에 올랐다. 2년 뒤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이를 위해 지역구(서대문)에 예산을 많이 따내겠다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 것. ‘노골적인 사전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자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정무부시장직 퇴진을 요구했다. 정무부시장과 시의회가 ‘상견례’도 하기 전에 불상사부터 터진 것이다.
‘자리 쟁탈전’도 치열했다. 지방선거 때 대전시의원 출신 김광희씨는 염홍철 한나라당 대전시장 후보의 선거실무본부장을 맡아 염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선거가 끝난 뒤 ‘대전시 정무부시장에 누구를 앉힐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 중앙당에서는 “이 사람 써달라, 저 사람 써달라”는 요청이 우회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염홍철 시장 당선자는 김광희씨를 원했고, 시장 취임도 하기 전인 6월30일 “김광희씨를 정무부시장에 내정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군말이 없도록 일찌감치 ‘찜’을 해둬야 할 정도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는 반증이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적진’인 청와대에서 한현규 비서관을 스카우트해 와서 정무부지사에 앉혔다. 한씨의 도시교통행정 경력을 살려, 경기도의 교통-SOC 난제를 해결할 특화된 정무부지사를 두겠다는 의도였다. 일부에선 “참신한 탕평책”이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한나라당 일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한나라당에 그만한 ‘인재’는 널려 있다. 선거 때 경기도 방방곡곡을 누빈 동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한나라당 한 당직자)
새로 취임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들은 그나마 ‘소신껏’ 정무직을 임명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낙하산 임명 등 정무직 인선의 ‘문란성’은 민주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장악하던 시절 자주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 고위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수도권의 민주당 출신 한 전직 광역단체장은 자신의 뜻대로 정무부시장을 임명한 적이 거의 없었다. 역대 정무직 모두가 K씨 등 민주당 핵심 실세의 ‘낙점’에 의해 임명됐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바람직한 정무직 활용 전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신임 시장-도지사들도 눈에 띈다. 2000년 9월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은 공개 모집을 통해 정무부시장을 채용했다. 인사청탁, 각종 연고를 근원적으로 배제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때 선출된 신동수 대구시 정무부시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현대그룹 해외사업 파트에서 활동한 기업인이었다. 문시장은 신부시장에게 주로 해외통상, 대기업 민자유치 등 특화된 업무를 맡겼다. 2002년 7월 새로 취임한 조해녕 대구시장은 “전임 시장의 합리적 인사였으며 그동안 정무부시장이 일을 잘해 왔다”면서 신부시장을 유임시켰다. 김혁규 경남지사는 행정가 출신 이덕영 정무부지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부지사는 요즘 F3 자동차 경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태영 전남지사는 모두 ‘경제전문 정무부시장 기용’을 약속했지만 명암이 갈렸다. 박시장은 기획예산처 출신 이병화씨를 임명해 ‘중앙부처 로비력 강화’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살렸다는 평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출신 박지사는 보건복지부 출신인 임인철씨를 기용해 오히려 ‘자기 사람 심기’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전북도는 정무부지사를 대 중앙정부-정치권-언론 교섭창구로 활용해 온 전통이 있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최근 김대곤씨를 정무부지사에 임명했다. 전북의 ‘메인 스트림’인 전주고 출신(강지사는 군산고 출신)인 데다 언론사, 청와대 비서관 경력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정무부단체장 폐지론은 ‘세력이 큰’ 시-군 단위 기초단체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경북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포항시의 경우, 청와대 관료 출신 정장식 포항시장은 신항 건설 등 주요 사업을 중앙정부와 직접 상대하는 일이 잦다. 전국의 모든 시장-군수가 ‘대정부 로비스트’가 되고 있는 마당이니, 따로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정무부지사의 존재는 오히려 ‘중복의 부작용’만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경실련에서 정부개혁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종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제는 정무부시장(부지사) 문제의 근본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실인사, 밀실정치가 지자체로 스며드는 창구로 기능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 공직을 중앙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풍조를 씻어내기 위해서도 정무직 개혁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이 직책의 신설-폐지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근본적으로 정무부시장 부작용이 해소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교수는 “정무직에 ‘감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조직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