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최규선 게이트’가 끝없이 질주하고 있다. 최규선 게이트에는 음모, 배신, 복수 등 통속적인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제들이 생생하게 꿈틀거린다. 개인의 일방적인 진술이긴 하지만 최씨 녹취록에는 권력을 둘러싼 파워게임과 권모술수, 추악하고 천박한 정치적 흥정의 드라마 이면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최규선 게이트의 시작은 커피자판기가 불러온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다. 최씨의 비서이자 운전기사인 천호영씨가 최씨 여비서 염모씨가 운영하는 커피점 아래층에 자판기를 설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최씨가 천씨 동생을 손찌검했고 분노한 천씨는 곧바로 PC방으로 달려가 최규선씨 관련 사실을 폭로했다. 배신에 대한 복수였다.
결국 최씨 추락의 시작은 하찮은 커피자판기. 그러나 이로 인해 망가진 최씨는 정권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나는 이 정권과 DJ에게 피해망상 비슷한 걸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나의 모든 것, 정치에 대한 희망, 내 친구들, 나의 인생까지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자서전을 구술하는 녹음 테이프 속에서 최씨는 이렇게 울부짖고 있다. 혼자만 당할 수는 없다는 몸부림과 회한이 가득하다. 그의 복수는 성역이 없어 보인다. 녹음 테이프를 통해 ‘까발린’ 1차 대상은 김대중 대통령과 로열패밀리로 압축된다. 녹음 테이프는 DJ에 대한 애정과 존경에서 출발하지만, 증오와 분노로 마무리되고 있다.
‘DJ 관련 부분’ 존경에서 출발, 증오로 마무리
“창고가 비었네. 자네하고 나하고 나라를 살리세. 자네는 권력 내의 위치가 틀려져부러. 내 밑에서 커야 하네.”
최씨가 DJ에게서 들었다는 얘기다. 최씨는 술자리에서 이 말을 측근들에게 소개하며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부연설명도 보탰다. 여기까지는 존경이다.
그러나 청와대행이 좌절된 이후 최근까지 최씨의 마음속에는 회한과 분노의 색깔이 강했던 것 같다. 녹취록은 김대통령의 국민적 신뢰와 도덕성을 뿌리째 흔드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규선이, 대우를 도와주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네….” 당장 야당은 김대통령의 재벌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IMF사태를 극복한 김대통령의 업적에 정면으로 손상이 가는 대목이다.
최씨가 기억하는 김대중 정부는 온통 갈등과 음모로 얼룩져 있다. 장남(김홍일)과 3남(홍걸)의 불화도 그 가운데 하나. 2000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아 벤처회사를 만들기로 했을 때 홍걸씨가 형들과의 불화로 속을 끓이자 “그래도 형인데 어떻게 하겠느냐. 동생이 참아야 한다”며 위로했던 최씨다. 그런 최씨에게 홍걸씨는 친형 이상의 형제애를 느꼈다고 측근들에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도 막판에는 애증(愛憎)이 교차한다.
“나는 김박(홍걸씨)이 안쓰럽습니다. 김박도 거기서 소외되었던 사람 아닙니까. 끌어안고 위로하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는데…. 홍일이형이 또 서울에 들어옵니다. 어떤 장난을 칠지 몰라요. 만약 이런 장난이 이루어지면 공개됩니다. 모든 게 공개될 겁니다.”
최씨는 홍걸씨가 나서서 아버지(김대통령)를 움직여야 모두가 산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소극적인 홍걸씨는 나서지 않았다. 혹은 감히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씨의 불만은 이것이다. 한 측근의 설명. “(해결할 사람이) 아버님밖에 없다고 몇 차례 최씨가 전화했지만 홍걸씨가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때부터 최씨는 홍걸씨에게 배신감을 갖는다.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을 건넸는데, 수표이기 때문에 추적을 피하려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환을 좀 늦춰주십시오.” 누가 보아도 엄연한 협박이다.
한층 심각한 것은 두 형제의 갈등에 국가기관이 편을 갈라 파워게임을 한 흔적이 공개된 점이다. 최씨는 2000년 2월부터 8월까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특보로 지낸 시절, 자신과 권씨-김홍걸씨-이희호 여사를 한 축으로 하고 김홍일 의원-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당시 정황과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 최씨를 권노갑씨에게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권씨와 김은성씨의 갈등이 있었고, 홍걸씨에게서 최씨를 떼어내기 위해 김홍일 의원이 나섰던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김은성씨의 말 한마디에 최근 구속된 권노갑씨 역시 배신과 음모, 그리고 복수에 ‘찍힌’ 것으로 측근들은 설명한다.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내용을 탄원서에 기록, 공개한 것도 권씨와 동교동 구파를 겨냥한 김 전 차장의 ‘계획된 거사’라는 것. 이로 인해 옥중에서 화병으로 식사도 거르는 권노갑씨의 울분이 어느 선에서 조율될 것인지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신과 분노, 그에 따른 역습. 이는 정치 이면의 공식이다.
최씨에게 “내가 보호막이 돼주겠네. 내 우산 속에 있으소”라며 가신·측근 정치의 파워를 과시한 권씨였다. 그러나 최근 면회를 다녀온 민주당 L의원에 따르면 그는 현재 극심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 그의 주변에서 결단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97년 한보사건과 관련해 “나는 깃털, 몸통은 따로 있다”는 말을 남기고 구속된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배신에 분노했고, 복수의 칼날을 세웠다. 그러나 역사는 패자(?)의 거사와 칼날을 포용한 적이 드물다.
음모와 배신, 그리고 변절의 계절에는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의 역할도 빠지지 않는다. 이미 최규선 게이트는 ‘김희완 게이트’로 명명될 만큼 그의 역할이 부각된 지 오래다. 잠적한 그의 주변에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여야를 넘나든 정치 궤적, 변신과 잠적의 행적은 또 다른 음모론으로 이어지며 의혹의 그림자를 키운다.
김씨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서 물러난 후 한때 국정원장 특보(차관급)직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씨의 야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홍걸씨 등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자리다. 그러나 권력 내부의 견제로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소환 전 파기한 컴퓨터 파일은 핵폭탄급 위력?
반면 최규선씨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많은 미련을 가졌다. 청와대 입성에 실패한 최씨는 “돈을 벌어 정치를 재개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 첫번째 포석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를 찍은 것.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에 최씨와 김씨가 목을 맨 이유가 어렴풋하게 잡힌다.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하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홍사덕 정재문 의원에게 접근했다,
미국으로 도피중인 최성규 전 총경의 야망도 술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경찰청장이 꿈이었다고 한다. 물론 공채기수가 아닌 그로서는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앞서 두 사람처럼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이제 이들의 야망은 한낱 물거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기’라는 단어를 대입하기에는 아직 이른지도 모른다. 이들의 권력욕과 재기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최규선씨는 물론, 김희완씨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재기를 위한 각종 작업들을 조용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최씨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마지막 승부에 나설 것임을 녹취록에서 예고하고 있다. 실상 그의 말 한마디에 정권의 생사가 달린 형국이다.
최씨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고문 등 여권 중진들의 이름까지 고리를 걸어놓았다. 한발만 더 나가면 파멸의 낭떠러지가 기다린다. 그러나 그 순간 최씨는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다. 몇 박스의 녹음 테이프가 있다는 말의 성찬만 이어질 뿐 더 이상 ‘액션’이 없다. 무슨 의도일까. 타협과 거래를 희망하는 최씨의 교활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씨는 복수와 응징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극적 반전을 위한 최씨의 정교한 음모와 공작은 살아 숨쉬면서 ‘타협’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여권 핵심부와 주변부를 유영한다.
최씨는 최근 구치소에서 메모를 작성해 바깥으로 전달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최악의 위기에 몰린 최씨의 메모는 상생을 위한 타협의 내용을 담았을까, 아니면 극한 파국을 부르는 ‘저주’의 내용을 담았을까. 최씨 측근들은 최규선 게이트의 2막은 아무래도 이런 메모에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한다.
최씨는 검찰 소환 전 컴퓨터 파일을 파기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파일에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 △최씨의 주요 인사 면담 일정 △경리직원의 메모 △자금사용 명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테이프를 능가하는 핵폭탄의 위력이 느껴진다. 권력과 결탁한 브로커들과 부나방들이 일으킨 배신과 음모의 바람은 정치판을 초토화하고 있는 중이다.
최규선 게이트의 시작은 커피자판기가 불러온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다. 최씨의 비서이자 운전기사인 천호영씨가 최씨 여비서 염모씨가 운영하는 커피점 아래층에 자판기를 설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최씨가 천씨 동생을 손찌검했고 분노한 천씨는 곧바로 PC방으로 달려가 최규선씨 관련 사실을 폭로했다. 배신에 대한 복수였다.
결국 최씨 추락의 시작은 하찮은 커피자판기. 그러나 이로 인해 망가진 최씨는 정권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나는 이 정권과 DJ에게 피해망상 비슷한 걸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나의 모든 것, 정치에 대한 희망, 내 친구들, 나의 인생까지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자서전을 구술하는 녹음 테이프 속에서 최씨는 이렇게 울부짖고 있다. 혼자만 당할 수는 없다는 몸부림과 회한이 가득하다. 그의 복수는 성역이 없어 보인다. 녹음 테이프를 통해 ‘까발린’ 1차 대상은 김대중 대통령과 로열패밀리로 압축된다. 녹음 테이프는 DJ에 대한 애정과 존경에서 출발하지만, 증오와 분노로 마무리되고 있다.
‘DJ 관련 부분’ 존경에서 출발, 증오로 마무리
“창고가 비었네. 자네하고 나하고 나라를 살리세. 자네는 권력 내의 위치가 틀려져부러. 내 밑에서 커야 하네.”
최씨가 DJ에게서 들었다는 얘기다. 최씨는 술자리에서 이 말을 측근들에게 소개하며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부연설명도 보탰다. 여기까지는 존경이다.
그러나 청와대행이 좌절된 이후 최근까지 최씨의 마음속에는 회한과 분노의 색깔이 강했던 것 같다. 녹취록은 김대통령의 국민적 신뢰와 도덕성을 뿌리째 흔드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규선이, 대우를 도와주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네….” 당장 야당은 김대통령의 재벌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IMF사태를 극복한 김대통령의 업적에 정면으로 손상이 가는 대목이다.
최씨가 기억하는 김대중 정부는 온통 갈등과 음모로 얼룩져 있다. 장남(김홍일)과 3남(홍걸)의 불화도 그 가운데 하나. 2000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아 벤처회사를 만들기로 했을 때 홍걸씨가 형들과의 불화로 속을 끓이자 “그래도 형인데 어떻게 하겠느냐. 동생이 참아야 한다”며 위로했던 최씨다. 그런 최씨에게 홍걸씨는 친형 이상의 형제애를 느꼈다고 측근들에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도 막판에는 애증(愛憎)이 교차한다.
“나는 김박(홍걸씨)이 안쓰럽습니다. 김박도 거기서 소외되었던 사람 아닙니까. 끌어안고 위로하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는데…. 홍일이형이 또 서울에 들어옵니다. 어떤 장난을 칠지 몰라요. 만약 이런 장난이 이루어지면 공개됩니다. 모든 게 공개될 겁니다.”
최씨는 홍걸씨가 나서서 아버지(김대통령)를 움직여야 모두가 산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소극적인 홍걸씨는 나서지 않았다. 혹은 감히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씨의 불만은 이것이다. 한 측근의 설명. “(해결할 사람이) 아버님밖에 없다고 몇 차례 최씨가 전화했지만 홍걸씨가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때부터 최씨는 홍걸씨에게 배신감을 갖는다.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을 건넸는데, 수표이기 때문에 추적을 피하려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환을 좀 늦춰주십시오.” 누가 보아도 엄연한 협박이다.
한층 심각한 것은 두 형제의 갈등에 국가기관이 편을 갈라 파워게임을 한 흔적이 공개된 점이다. 최씨는 2000년 2월부터 8월까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특보로 지낸 시절, 자신과 권씨-김홍걸씨-이희호 여사를 한 축으로 하고 김홍일 의원-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당시 정황과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 최씨를 권노갑씨에게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권씨와 김은성씨의 갈등이 있었고, 홍걸씨에게서 최씨를 떼어내기 위해 김홍일 의원이 나섰던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김은성씨의 말 한마디에 최근 구속된 권노갑씨 역시 배신과 음모, 그리고 복수에 ‘찍힌’ 것으로 측근들은 설명한다.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내용을 탄원서에 기록, 공개한 것도 권씨와 동교동 구파를 겨냥한 김 전 차장의 ‘계획된 거사’라는 것. 이로 인해 옥중에서 화병으로 식사도 거르는 권노갑씨의 울분이 어느 선에서 조율될 것인지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신과 분노, 그에 따른 역습. 이는 정치 이면의 공식이다.
최씨에게 “내가 보호막이 돼주겠네. 내 우산 속에 있으소”라며 가신·측근 정치의 파워를 과시한 권씨였다. 그러나 최근 면회를 다녀온 민주당 L의원에 따르면 그는 현재 극심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 그의 주변에서 결단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97년 한보사건과 관련해 “나는 깃털, 몸통은 따로 있다”는 말을 남기고 구속된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배신에 분노했고, 복수의 칼날을 세웠다. 그러나 역사는 패자(?)의 거사와 칼날을 포용한 적이 드물다.
음모와 배신, 그리고 변절의 계절에는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의 역할도 빠지지 않는다. 이미 최규선 게이트는 ‘김희완 게이트’로 명명될 만큼 그의 역할이 부각된 지 오래다. 잠적한 그의 주변에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여야를 넘나든 정치 궤적, 변신과 잠적의 행적은 또 다른 음모론으로 이어지며 의혹의 그림자를 키운다.
김씨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서 물러난 후 한때 국정원장 특보(차관급)직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씨의 야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홍걸씨 등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자리다. 그러나 권력 내부의 견제로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소환 전 파기한 컴퓨터 파일은 핵폭탄급 위력?
반면 최규선씨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많은 미련을 가졌다. 청와대 입성에 실패한 최씨는 “돈을 벌어 정치를 재개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 첫번째 포석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를 찍은 것.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에 최씨와 김씨가 목을 맨 이유가 어렴풋하게 잡힌다.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하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홍사덕 정재문 의원에게 접근했다,
미국으로 도피중인 최성규 전 총경의 야망도 술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경찰청장이 꿈이었다고 한다. 물론 공채기수가 아닌 그로서는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앞서 두 사람처럼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이제 이들의 야망은 한낱 물거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기’라는 단어를 대입하기에는 아직 이른지도 모른다. 이들의 권력욕과 재기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최규선씨는 물론, 김희완씨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재기를 위한 각종 작업들을 조용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최씨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마지막 승부에 나설 것임을 녹취록에서 예고하고 있다. 실상 그의 말 한마디에 정권의 생사가 달린 형국이다.
최씨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고문 등 여권 중진들의 이름까지 고리를 걸어놓았다. 한발만 더 나가면 파멸의 낭떠러지가 기다린다. 그러나 그 순간 최씨는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다. 몇 박스의 녹음 테이프가 있다는 말의 성찬만 이어질 뿐 더 이상 ‘액션’이 없다. 무슨 의도일까. 타협과 거래를 희망하는 최씨의 교활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씨는 복수와 응징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극적 반전을 위한 최씨의 정교한 음모와 공작은 살아 숨쉬면서 ‘타협’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여권 핵심부와 주변부를 유영한다.
최씨는 최근 구치소에서 메모를 작성해 바깥으로 전달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최악의 위기에 몰린 최씨의 메모는 상생을 위한 타협의 내용을 담았을까, 아니면 극한 파국을 부르는 ‘저주’의 내용을 담았을까. 최씨 측근들은 최규선 게이트의 2막은 아무래도 이런 메모에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한다.
최씨는 검찰 소환 전 컴퓨터 파일을 파기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파일에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 △최씨의 주요 인사 면담 일정 △경리직원의 메모 △자금사용 명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테이프를 능가하는 핵폭탄의 위력이 느껴진다. 권력과 결탁한 브로커들과 부나방들이 일으킨 배신과 음모의 바람은 정치판을 초토화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