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가) 원칙을 고수하자니 급진 과격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고, (과거 발언을) 번복하자니 자신의 상표인 원칙주의가 깨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 후보 한 측근의 주장이다. 민주당 경선이 ‘이념적 색깔’ 시비로 연일 시끄럽다. 이인제 후보는 연일 노무현 후보를 급진적 좌파로 몰아붙이며 경선구도를 중도개혁 대 급진개혁의 싸움으로 끌어가려 한다. 지켜보던 한나라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이후보를 거들며 보혁(保革) 논쟁에 가세했다. 노후보는 “(이념 시비가)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여유를 보이지만 내심 당혹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인제 후보가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인제 필패론’으로 초반 대세론을 허문 노후보에 대한 ‘감정’이 다분히 묻어 있다는 평가다. “(색깔론 제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측근 L의원은 “이인제 필패론을 거론한 그들의 처사를 생각해 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측근들이 만류함에도 이후보 본인이 강경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후보의 거친 이념 공세 뒤에 숨은 노림수는 물론 ‘노풍’(盧風)을 잠재워 허물어진 대세론을 복원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계개편과 관련해 색깔을 분명히 해놓는 것이 향후 입지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여론조사 전문가와 경선 현장을 돌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이념 논쟁이 표심에 끼친 영향에 대해 “전혀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과 “일정 부분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는다.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은 색깔론이 제기된 뒤에도 노후보가 강원과 경남, 전북에서 1위 한 점을 예로 든다. 다소 완만해졌지만 ‘노풍’이 상승 무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
반면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는 인사들은 반대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3월23일 강원 경선의 경우 노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지역이었으나 7표차 ‘무승부’로 끝난 배경에 색깔론의 위력이 작용했다는 것. 이런 분석은 지난 3월31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 경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북 경선은 ‘광주’의 영향권이기 때문에 노후보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세 후보가 표를 ‘황금분할’했다. 이후보 측근 L씨는 “3위에 그쳤지만 표차가 예상보다 적어 노후보에 대한 이념·성향 공세가 선거인단에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K씨는 보수 성향의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좀더 정교한 색깔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념 논쟁으로 보수적인 TK(대구·경북) 정서에 호소하는 한편, 정계개편론으로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부추겨 영남의 표심이 노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 이후보는 전북 경선이 끝난 직후 “대구·경북은 전통적인 중도·보수 가치 지역이기 때문에 향후 경선에서 많은 지지와 성원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TK 지역의 공격 포인트를 미리 시사했다.
노후보측은 당초 이후보의 무차별 색깔 공세를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원기 고문과 김근태 의원, 김상현 전 의원 등이 참석한 ‘화해와 전진 포럼’도 노후보에게 “대미(對美) 관계를 보강하고 이인제 후보를 포용해 배타적 인상을 벗어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언을 받은 노후보측은 “핵심 정책을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후보가 되면 각계 전문가 그룹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책을 다듬어가겠다는 것이다. 과격 급진 이미지를 씻는다는 차원에서 최근 논란을 빚은 정계개편론도 일단 접었다. 이후보측의 노림수처럼 중도개혁 세력 대 급진개혁 세력의 대결구도로 갈 경우 본선 경쟁력을 우려한 당원 및 대의원들이 ‘딴’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색깔론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노후보는 3월29일 오전 K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재벌 해체 발언(1988년 대정부 질문)을 “비유적 야유 발언”이라고 해명하고 “당시 생각과 지금 생각은 같지 않다”며 급진적 이미지를 탈색시키려 노력했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발언(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 대해서도 “장(場)의 논리가 있다”며 색깔론 그물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또 다른 시비거리를 낳았다. ‘장의 논리’나 ‘비유적 야유’라는 표현이 “시와 때에 따라 말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상황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에 직면한 것. 이 때문에 “이후보를 정통성·정체성이 없는 기회주의자라고 주장했던 노후보가 자신의 원칙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고 있다(이후보 측근)”는 비난도 나온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장외’에서도 색깔론 공방에 동참해 ‘노풍’을 흔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색깔론을 연말 대선의 ‘히든 카드’로 활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H의원은 “이(인제) 후보가 예뻐 죽겠다. 우리가 깔아야 할 멍석을 알아서 깔아주고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3월31일 한나라당 ‘노풍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노풍에 대한 시각이 거품론에서 경계론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후보(이인제-노무현)의 싸움에서 공격 포인트를 찾았다”고 말했다. 노풍을 잠재울 1급 소방수로 ‘색깔탄’을 장착할 것임을 시사한 것.
보혁 논쟁에 자민련이 빠질 리 없다. 김종필 총재는 25일 노후보의 부상에 대해 “진보세력이 조직화되고 결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후보측이 “현재의 지역구도를 정책구도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해명하자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노후보의 정계개편론이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재편성을 의미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급진소수 세력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고 말을 바꾸느냐”며 오히려 노후보를 진흙탕 속으로 끌어당겼다. 당 경선보다 본선에서 색깔론 파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노후보의 진보적 성향이 장단점을 안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보혁구도로 가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선거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정략적 색깔론을 걷어치우라”는 비판론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색깔론은 당분간 경선장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색깔 논쟁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에 대한 검증 절차”라며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이후보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 후보 한 측근의 주장이다. 민주당 경선이 ‘이념적 색깔’ 시비로 연일 시끄럽다. 이인제 후보는 연일 노무현 후보를 급진적 좌파로 몰아붙이며 경선구도를 중도개혁 대 급진개혁의 싸움으로 끌어가려 한다. 지켜보던 한나라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이후보를 거들며 보혁(保革) 논쟁에 가세했다. 노후보는 “(이념 시비가)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여유를 보이지만 내심 당혹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인제 후보가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인제 필패론’으로 초반 대세론을 허문 노후보에 대한 ‘감정’이 다분히 묻어 있다는 평가다. “(색깔론 제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측근 L의원은 “이인제 필패론을 거론한 그들의 처사를 생각해 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측근들이 만류함에도 이후보 본인이 강경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후보의 거친 이념 공세 뒤에 숨은 노림수는 물론 ‘노풍’(盧風)을 잠재워 허물어진 대세론을 복원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계개편과 관련해 색깔을 분명히 해놓는 것이 향후 입지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여론조사 전문가와 경선 현장을 돌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이념 논쟁이 표심에 끼친 영향에 대해 “전혀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과 “일정 부분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는다.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은 색깔론이 제기된 뒤에도 노후보가 강원과 경남, 전북에서 1위 한 점을 예로 든다. 다소 완만해졌지만 ‘노풍’이 상승 무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
반면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는 인사들은 반대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3월23일 강원 경선의 경우 노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지역이었으나 7표차 ‘무승부’로 끝난 배경에 색깔론의 위력이 작용했다는 것. 이런 분석은 지난 3월31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 경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북 경선은 ‘광주’의 영향권이기 때문에 노후보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세 후보가 표를 ‘황금분할’했다. 이후보 측근 L씨는 “3위에 그쳤지만 표차가 예상보다 적어 노후보에 대한 이념·성향 공세가 선거인단에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K씨는 보수 성향의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좀더 정교한 색깔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념 논쟁으로 보수적인 TK(대구·경북) 정서에 호소하는 한편, 정계개편론으로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부추겨 영남의 표심이 노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 이후보는 전북 경선이 끝난 직후 “대구·경북은 전통적인 중도·보수 가치 지역이기 때문에 향후 경선에서 많은 지지와 성원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TK 지역의 공격 포인트를 미리 시사했다.
노후보측은 당초 이후보의 무차별 색깔 공세를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원기 고문과 김근태 의원, 김상현 전 의원 등이 참석한 ‘화해와 전진 포럼’도 노후보에게 “대미(對美) 관계를 보강하고 이인제 후보를 포용해 배타적 인상을 벗어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언을 받은 노후보측은 “핵심 정책을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후보가 되면 각계 전문가 그룹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책을 다듬어가겠다는 것이다. 과격 급진 이미지를 씻는다는 차원에서 최근 논란을 빚은 정계개편론도 일단 접었다. 이후보측의 노림수처럼 중도개혁 세력 대 급진개혁 세력의 대결구도로 갈 경우 본선 경쟁력을 우려한 당원 및 대의원들이 ‘딴’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색깔론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노후보는 3월29일 오전 K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재벌 해체 발언(1988년 대정부 질문)을 “비유적 야유 발언”이라고 해명하고 “당시 생각과 지금 생각은 같지 않다”며 급진적 이미지를 탈색시키려 노력했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발언(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 대해서도 “장(場)의 논리가 있다”며 색깔론 그물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또 다른 시비거리를 낳았다. ‘장의 논리’나 ‘비유적 야유’라는 표현이 “시와 때에 따라 말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상황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에 직면한 것. 이 때문에 “이후보를 정통성·정체성이 없는 기회주의자라고 주장했던 노후보가 자신의 원칙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고 있다(이후보 측근)”는 비난도 나온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장외’에서도 색깔론 공방에 동참해 ‘노풍’을 흔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색깔론을 연말 대선의 ‘히든 카드’로 활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H의원은 “이(인제) 후보가 예뻐 죽겠다. 우리가 깔아야 할 멍석을 알아서 깔아주고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3월31일 한나라당 ‘노풍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노풍에 대한 시각이 거품론에서 경계론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후보(이인제-노무현)의 싸움에서 공격 포인트를 찾았다”고 말했다. 노풍을 잠재울 1급 소방수로 ‘색깔탄’을 장착할 것임을 시사한 것.
보혁 논쟁에 자민련이 빠질 리 없다. 김종필 총재는 25일 노후보의 부상에 대해 “진보세력이 조직화되고 결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후보측이 “현재의 지역구도를 정책구도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해명하자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노후보의 정계개편론이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재편성을 의미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급진소수 세력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고 말을 바꾸느냐”며 오히려 노후보를 진흙탕 속으로 끌어당겼다. 당 경선보다 본선에서 색깔론 파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노후보의 진보적 성향이 장단점을 안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보혁구도로 가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선거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정략적 색깔론을 걷어치우라”는 비판론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색깔론은 당분간 경선장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색깔 논쟁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에 대한 검증 절차”라며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이후보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