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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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희망의 네트워크

  • 조용준 기자

    입력2004-10-25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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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 희망의 네트워크
    아우성이다. 도처에서 아우성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아우성이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북단에 몰려 있는 그들은 국민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용솟음치고 있는, 그리하여 ‘회색의 정치’에 절망해 있는 유권자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진짜 아우성을 모르는 듯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놀랄 만한 기적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역동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학생으로부터 사무직 직장인, 육체노동자, 주부와 촌로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계급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열망과 비전을 현실의 땅 위에, 그 척박한 대지에 실현시키고자 몸으로 뒹굴고 뛰었던 시간들이 언제 있었던가. 저 87년 6월항쟁의 뜨거웠던 피, 그 전통은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지금 이 땅에서 재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지 도지부 사무실에 아침부터 나와 열심히 청소하고 잡일을 도와주는 젊은 친구들이 생겨났어요. 물론 무보수죠. 밥도 안 얻어먹어요. 도지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듣다가 그냥 슬며시 한마디 합니다. ‘그 사람도 괜찮지만 우리 노무현짱도 괜찮아요.’ 그러고는 사라집니다. 전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죠.”

    ‘제왕적 정치’ 종식 위한 유권자들의 열망 ‘넘실’

    “한화갑 고문이 경선을 중도 사퇴한 배경에는 강원도 몇몇 지구당위원장의 전언도 작용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야 한고문을 지지하지만 밑바닥이 영 아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노사모’ 회원들이 맨투맨으로 붙어 상당수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린 모양이다. 이래서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잘 아는 경기도 의원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쭛고문계 사람이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노고문 쪽으로 돌아선 겁니다. 그 이유가 노사모 회원의 인간적이고 집요한 설득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제는 돈도 ‘약발’이 잘 안 통합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토로다. 어느 곳을 가든 이런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미리 얘기하지만 기자는 ‘노사모’ 회원이 아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의 공정성에서 벗어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경선의 밑바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기자로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눈 감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중대 변화’이자 혁명적 상황이다. 물론 삐딱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테지만, 감수할 수밖에….

    어째서 혁명적 상황인가. 첫째 이유는 변화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들은 보스와 꼬붕이라는 ‘패권적 관계’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굴러가는 제도권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반 시민의 강력한 열망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3김과 그의 아류들, 제도권 정당의 수뇌부를 구성하는 이들의 ‘제왕적 정치’의 종식을 목표로 한다. 노무현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해 줄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사람으로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설명하자면 비효율적이고 저급의 부가가치만 생산하던 기존 정당 시스템의 리스트럭처링을 위해 ‘국민 경선’이라는 시장개방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고효율,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스템의 시작이자, 경쟁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스탠더드’로 나가는 도도한 흐름이다.

    이를 두고 ‘김심’이 어쨌느니 ‘광기’가 어쩌니 하는 논의들은 유권자들의 열망과 시대 흐름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거나, 이를 알면서도 정치 행태를 의도적으로 구시대의 퇴행적 관행으로 되돌리려는 얄팍한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광주 경선의 ‘역사적 순간’에 참여한 부산 모 대학 교수의 인터넷에서 ‘퍼온’ 글로 결론을 대신한다. “내 나이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선거유세장이란 가본 적이 없다. 선거운동원을 보면, 너는 얼마짜리냐며 속으로 냉소를 보내던 나. 그러한 내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선거운동원이 될 줄이야…. 그래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흘러가고 있었구나. 이제 이민 가는 것 포기해야겠다. 얘들아, 너희들은 그래도 세상 같은 세상에서 살게 되겠구나….”

    희망의 네트워크가 여기저기서 넘실거린다. 봄이다. 봄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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