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10년 만에 잠깐 귀국한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어를 잘하고야 말겠다는 맹목적 열정이었다. 엄마 얼굴도 모르는 태중의 꼬마들은 ‘태교영어’에, 신생아들은 ‘엄마’보다 ‘마미’를 먼저 들어야 하는 ‘유아영어’에 시달리고 있었다. 100일 안에 영어를 정복시켜 준다든가, 틀 어놓고 자기만 해도 영어단어가 암기되고 영 어가 저절로 된다는 등 그 메뉴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같은 영어 열풍은 비단 한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적잖은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미국까지 찾아온다. 한국에서 그처럼 맹렬하게 영어를 배우고 왔다면, 또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인 미국에서 공부한다면, 이 학생들은 적어도 미국 교실에서 통하는 정도의 영어는 구사해야 한다. 정말 그럴까?
실상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필자는 뉴욕에서 한국인을 위한 영어학원을 경영하며 2000명에 이르는 조기 유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보통 한 달이면 10여명의 조기 유학생이 학원을 찾아온다. 미국 학교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SOS를 청하는 학생들이다.
조기 유학생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외운 말만 할 줄 안다. 또 심각할 정도로 영어를 못 알아 듣는다. 알아듣지 못하니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영어 공부를 한 시간에 비하면 영어책 읽은 경험이 너무 없으며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도 작문 실력은 한심한 수준이다.
보통 조기 유학생들은 유학 와서 첫 6개월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치고 온 학생이 정규 수업은 물론, 외국인을 위한 영어 수업인 ESL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또 조기 유학생들은 대개 미국에 오기 전까지 여러 가지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수강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자기 의사를 영어로 표현할 줄 아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영어를 좀 한다 싶은 학생도 외워서 말하듯 부자연스럽게 말해 정작 미국인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미국인 교사가 못 알아듣고 “What?” 하고 묻기라도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배운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만 학원에서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마저 있다.
어느 정도 듣기가 되고 영어로 표현하는 학생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어책을 읽은 경험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열한 살인 윤식이(가명)는 올 4월 미국에 온 조기 유학생이다. 한국에서 영어 듣기를 꽤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 이 학생은 영어를 웬만큼 알아듣는 편이었다. 그러나 듣기가 된다고 해 바로 미국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는 윤식이는 수업 시간마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기야 부모에게 소리 지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책도 별로 읽지 않은 듯한 아이에게 영어책까지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보통 한국 학생들은 같은 또래 미국 학생들보다 5, 6년 정도 영어 독해력이 뒤진다. 영어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내용을 요약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거의 없다. 생활영어 역시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읽고 쓰는 능력 없이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유학생이 고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하기와 듣기가 어느 정도 되면 조기 유학생의 고생은 다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영어로 써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온 민태(가명·16세)는 벌써 2년째 숙제를 해주는 가정교사를 두고 있다. 2년간 미국 학교에서 수업한 결과, 민태는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익힌 상태다. 그러나 영어로 숙제하는 일은 민태에게 아직 요원하다.
영어 쓰기 능력 부족은 조기 유학생뿐 아니라 대학교나 대학원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미국인 교사들은 “한국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 영어로 된 문장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쓴 것인지 이해가 잘 안 가거나, 오래되어 거의 쓰지 않는 표현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 구사 문제 중 빼놓을 수 없는 점이 미국 교실에서 공부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조기 유학을 가리켜 ‘고액 원정 영어과외’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국 학교에서 공부할 태세도 갖추지 않은 채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을까 싶다.
열세 살인 우진이의 경우, 미국에 오기 전 1년간 미국인 교사에게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한다. 우진이의 자기소개 솜씨는 아주 매끄러웠다. 하지만 우진이는 보통의 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나 용어에 대해 거의 백지 상태였다. 예를 들면, 중2 과정 교과서에 등장하는 독립선언문, 남북전쟁, 분수, 이차방정식, 이등변삼각형, 피부, 동맥, 광합성 등 간단한 단어를 발음조차 하지 못했다. 이 학생이 미국 학교에서 고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드물게 보는 조기 유학생의 성공사례는 아주 간단한 교훈을 준다. 우선, 한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한국어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영어에도 비교적 쉽게 적응한다. 필자가 본 학생 중 인천에서 온 윤지(15)라는 여학생은 3개월만 미국에서 연수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다. 3개월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지만 윤지는 짧은 시간에 자연스러울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윤지는 한글을 다 익힌 후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영어를 배울 때는 쉬운 영어동화책을 수십번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었다. 3년간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를 익힌 후 미국에 온 윤지는 3개월 만에 미국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이밖에도 미국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조기 유학생들은 영어일기 쓰기를 꾸준히 한 경우, 한국에서도 원래 공부를 잘한 경우, 다양한 독서를 통해 기초 상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던 경우들이다.
4학년인 민현이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유치원 수준의 읽기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현이는 수학과 과학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었다. 특히 수학은 반에서 가장 뛰어나 미국 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림책을 통해 읽기를 시작한 민현이는 1년 만에 교과서를 혼자 읽고 숙제도 해내는 수준이 되었다. 민현이는 “영어로 된 것만 빼면 교과서가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온다면 필자는 우선 말리고 싶다. 유학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공부하기 위해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미국 학생들을 따라갈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콘사이스 영한 사전부터 꺼내는 자세로는 미국 학생들과 경쟁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기 유학생들은 ‘미국에서 공부하면 영어 하나라도 배우겠지’라는 허상을 안은 채 미국을 찾아오고 있다.
이 같은 영어 열풍은 비단 한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적잖은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미국까지 찾아온다. 한국에서 그처럼 맹렬하게 영어를 배우고 왔다면, 또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인 미국에서 공부한다면, 이 학생들은 적어도 미국 교실에서 통하는 정도의 영어는 구사해야 한다. 정말 그럴까?
실상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필자는 뉴욕에서 한국인을 위한 영어학원을 경영하며 2000명에 이르는 조기 유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보통 한 달이면 10여명의 조기 유학생이 학원을 찾아온다. 미국 학교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SOS를 청하는 학생들이다.
조기 유학생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외운 말만 할 줄 안다. 또 심각할 정도로 영어를 못 알아 듣는다. 알아듣지 못하니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영어 공부를 한 시간에 비하면 영어책 읽은 경험이 너무 없으며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도 작문 실력은 한심한 수준이다.
보통 조기 유학생들은 유학 와서 첫 6개월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치고 온 학생이 정규 수업은 물론, 외국인을 위한 영어 수업인 ESL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또 조기 유학생들은 대개 미국에 오기 전까지 여러 가지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수강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자기 의사를 영어로 표현할 줄 아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영어를 좀 한다 싶은 학생도 외워서 말하듯 부자연스럽게 말해 정작 미국인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미국인 교사가 못 알아듣고 “What?” 하고 묻기라도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배운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만 학원에서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마저 있다.
어느 정도 듣기가 되고 영어로 표현하는 학생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어책을 읽은 경험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열한 살인 윤식이(가명)는 올 4월 미국에 온 조기 유학생이다. 한국에서 영어 듣기를 꽤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 이 학생은 영어를 웬만큼 알아듣는 편이었다. 그러나 듣기가 된다고 해 바로 미국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는 윤식이는 수업 시간마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기야 부모에게 소리 지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책도 별로 읽지 않은 듯한 아이에게 영어책까지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보통 한국 학생들은 같은 또래 미국 학생들보다 5, 6년 정도 영어 독해력이 뒤진다. 영어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내용을 요약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거의 없다. 생활영어 역시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읽고 쓰는 능력 없이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유학생이 고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하기와 듣기가 어느 정도 되면 조기 유학생의 고생은 다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영어로 써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온 민태(가명·16세)는 벌써 2년째 숙제를 해주는 가정교사를 두고 있다. 2년간 미국 학교에서 수업한 결과, 민태는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익힌 상태다. 그러나 영어로 숙제하는 일은 민태에게 아직 요원하다.
영어 쓰기 능력 부족은 조기 유학생뿐 아니라 대학교나 대학원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미국인 교사들은 “한국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 영어로 된 문장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쓴 것인지 이해가 잘 안 가거나, 오래되어 거의 쓰지 않는 표현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 구사 문제 중 빼놓을 수 없는 점이 미국 교실에서 공부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조기 유학을 가리켜 ‘고액 원정 영어과외’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국 학교에서 공부할 태세도 갖추지 않은 채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을까 싶다.
열세 살인 우진이의 경우, 미국에 오기 전 1년간 미국인 교사에게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한다. 우진이의 자기소개 솜씨는 아주 매끄러웠다. 하지만 우진이는 보통의 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나 용어에 대해 거의 백지 상태였다. 예를 들면, 중2 과정 교과서에 등장하는 독립선언문, 남북전쟁, 분수, 이차방정식, 이등변삼각형, 피부, 동맥, 광합성 등 간단한 단어를 발음조차 하지 못했다. 이 학생이 미국 학교에서 고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드물게 보는 조기 유학생의 성공사례는 아주 간단한 교훈을 준다. 우선, 한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한국어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영어에도 비교적 쉽게 적응한다. 필자가 본 학생 중 인천에서 온 윤지(15)라는 여학생은 3개월만 미국에서 연수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다. 3개월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지만 윤지는 짧은 시간에 자연스러울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윤지는 한글을 다 익힌 후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영어를 배울 때는 쉬운 영어동화책을 수십번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었다. 3년간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를 익힌 후 미국에 온 윤지는 3개월 만에 미국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이밖에도 미국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조기 유학생들은 영어일기 쓰기를 꾸준히 한 경우, 한국에서도 원래 공부를 잘한 경우, 다양한 독서를 통해 기초 상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던 경우들이다.
4학년인 민현이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유치원 수준의 읽기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현이는 수학과 과학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었다. 특히 수학은 반에서 가장 뛰어나 미국 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림책을 통해 읽기를 시작한 민현이는 1년 만에 교과서를 혼자 읽고 숙제도 해내는 수준이 되었다. 민현이는 “영어로 된 것만 빼면 교과서가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온다면 필자는 우선 말리고 싶다. 유학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공부하기 위해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미국 학생들을 따라갈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콘사이스 영한 사전부터 꺼내는 자세로는 미국 학생들과 경쟁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기 유학생들은 ‘미국에서 공부하면 영어 하나라도 배우겠지’라는 허상을 안은 채 미국을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