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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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이자 벌어도 건강보험료 ‘제로’

99년부터 2년간 4천억원 새나가 … 종합과세 실시해도 부과할 방법 없어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4-11-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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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억 이자 벌어도 건강보험료 ‘제로’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법망의 미비로 정작 고액 자산가들의 막대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한푼도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 그래도 취약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부추기고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유보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실시하더라도 이자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길마저 막혀 있어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보통합 이후 금융기관을 통해 원천징수된 이자 및 배당소득은 1999년 한 해에만 6조3800억원 규모(이자소득 5조9900억원, 배당소득 3900억원). 지난해에는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5조5387억원(이자소득 4조7700억원, 배당소득 7690억원)에 달한다.

    확실한 현금소득 누락 이해 못해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요율을 3∼4%로 할 때 99, 2000년 두 해 동안 12조원 가까이 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서 4000억원 정도의 엄청난 보험료 수입이 새나갔다는 말이다. 특히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누락은 대부분 지역가입자들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최근 문제 되고 있는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부과된 보험료를 노사가 반반씩 부담하는 현재 방식 아래서는 개별 근로자의 이자소득에까지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현행법체계와도 맞지 않는 일이다. 현행 국민의료보험법 시행령 제4조에는 보험료 부과 표준이 되는 소득의 범위를 소득세법이 규정하는 종합소득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소득세법 제4조에는 종합소득에 대해 ‘당해연도에 발생하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일시재산소득, 연금소득과 기타소득을 합한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재산, 자동차 보유 등을 따져 모두 보험료를 부과하면서도 유독 가장 파악하기 쉬운 현금소득인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이렇게 해서 누락되는 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측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실명제법상 개인의 금융자료를 과세나 수사목적 이외에는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고 버티는 재경부와 국세청에서 자료를 넘겨주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소득이 전혀 없는 실업자들조차도 지역보험료 산정 방식에 따라 한 달에 4만∼5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데 비해 몇 억원대 금융소득을 올리는 고액 자산가들은 지역보험료 산정에서 무소득자로 분류돼 보험료를 거의 내지 않는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한편 감사원도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누락 사실을 발견했으나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에 대해 “이자소득은 가장 확실한 현금소득이기 때문에 보험료 부과 기준을 더욱 높여야 하는데도 이를 부과 대상에서 누락시키고 있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또한 “재산가치가 거의 없는 자동차만 갖고 있어도 이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정작 막대한 규모의 이자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매기지 않는 것은 보험료의 불공평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범국민연대 조경애 사무국장도 “이는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와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몇 가지 보완책을 마련해서라도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답하기는 건강보험공단측도 마찬가지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가장 투명한 소득자료라고 할 수 있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면 가입자간의 형평성이 크게 제고되리라는 점을 모르지는 않지만 실명제법이 특별법인 데다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보험료 규모를 추정해 보니 현재 지역가입자들에게 부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업소득이나 부동산 임대소득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일시 유보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올해부터 다시 실시되더라도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부 합산 4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가진 사람에 한해 실시할 예정이던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유보된 것은 지난 97년 말. 따라서 3년의 유보시한이 지난 올해부터 발생하는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내년 말부터 보험료가 부과되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건강보험공단 지역관리실 관계자는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된 것은 종합과세 유보에 따른 3년간의 한시적 조치사항이기 때문에 내년 말부터는 부과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억 이자 벌어도 건강보험료 ‘제로’
    그러나 문제는 공단이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재경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 이후에도 금융실명거래법 규정을 내세워 자료를 넘겨줄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자 및 배당 소득 보험료 부과를 위해 재경부에 실명제법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과세 목적 이외에는 제공 불가’라는 원칙적 답변만 얻은 상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실명제법이 바뀌지 않는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실명제 주관부서인 재경부는 개인의 금융비밀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에서 보험료 부과 목적으로 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경부 주형환 은행제도과장은 “복지부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금융자산 관련 기록을 통째로 받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현행법상으로도 본인 동의를 받으면 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 역시 직장가입자든 지역가입자든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보험료 부과를 전제로 한 본인의 금융관련 자료 제공에 동의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예 보험료 부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찬진 변호사는 “건강보험법상 보험료 부과 기준을 종합소득세 기준이 아니라 총소득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연구위원은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국세청에서 통합 징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세 가지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것인 만큼 이렇게 하면 보험료 누락을 줄여 보험료 수입도 늘어나고 각종 행정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금융소득 정보의 외부 유출 시비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징수와 운용을 둘러싼 부처이기주의가 팽배한 실정에서 이러한 방안도 아직 현실성 있게 검토되지는 않고 있다. 결국 관련 부처간 ‘떠넘기기’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와중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앉아서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이자 및 배당소득만큼은 적자투성이인 건강보험료의 영원한 ‘성역’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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