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박사가 이끄는 ‘동서문화 교류’의 현장](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2/01/200412010500041_1.jpg)
9월 출간한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1·2’(창작과비평사 펴냄)는 14세기 이슬람 법률가 이븐 바투타의 세계 여행기록을 번역한 것이나, 꼼꼼한 역주로 역시 동서문화 교류사의 대가인 정수일 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두 달 만에 ‘고대문명교류사’(사계절 펴냄, 744쪽)와 ‘씰크로드학’(창작과비평 펴냄, 812쪽)을 동시에 선보였다. ‘고대문명교류사’는 수감 직전 원고를 끝냈으나 출판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 햇빛을 본 경우고, ‘씰크로드학’은 5년의 수감생활 중 볼펜으로 해놓은 연구 메모를 토대로 새로 쓴 것이다.
두 책이 나오자마자 일간지 출판면의 머릿기사는 대부분 정수일 박사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러나 끝끝내 모든 기사가 e메일 인터뷰로 끝난 것을 보면 학자로서의 고지식함과 깐깐함을 읽어낼 수 있다. 출소 후 빗발치는 인터뷰 요청에 그는 한 번도 응하지 않았고 글로써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9·11 미국 테러사건으로 한국은 비로소 이슬람 세계를 향해 눈떴지만,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교류를 떠난 문명사 연구는 편파성이나 불완전성을 면할 수 없다고 역설해 왔다. ‘씰크로드학’은 좀더 구체적으로 시공간을 아우르는 동서교류의 실제를 조명한 책이다. ‘고대문명교류사’와 ‘씰크로드학’ 두 권의 책은, 0.75평의 독방에서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이 어쩔 수 없는 학자가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