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한 의원실에선 때아닌 ‘국회법’과 ‘헌법재판소법’ 연구가 진행됐다. 국회가 표결로 신승남 검찰총장의 탄핵소추를 의결할 경우 야당에 불어닥칠 ‘역풍’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계산해 보자는 뜻이었다.
한나라당측은 다음 두 조항에서 핵심적 내용을 발견했다. “탄핵소추 의결이 있을 때 의장은 지체 없이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송달한다. 피소추자(검찰총장)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국회법 134조)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38조)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한나라당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국정 흔들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헌재 결정이 있기까지는 최소 수개월~6개월이 소요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은 대검차장이 지휘하게 된다.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권이 이런 불안정한 상태로 수개월간 지속된다는 것은 현 정권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건이 올라왔다면 표결 전 검찰총장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헌재에서 최종 판결이 이뤄지거나 검찰총장을 표결로 쫓아내는 일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으니 총장퇴진 반대 여론에 실리는 ‘에너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검찰총장이 헌재 결정 때까지 버티는 상황이 오더라도 검찰지휘권은 현 김각영 대검차장에게 넘어간다. 김차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한나라당이 ‘그토록 원하는’ 비호남권 인사다. 물론 한나라당이 총장 사퇴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렇듯 검찰과의 대결은 일종의 ‘꽃놀이패’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은 ‘검찰 손보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검찰, 국정원, 경찰, 금감위, 국세청 등 ‘5대 사정기관’을 중립화한다는 거대한 대선 플랜의 일환”(한나라당 핵심 관계자)이다.
신총장 ‘개인’에 대한 악감정은 이미 쌓일 대로 쌓여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의 말. “신총장의 경우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발언, 분당 게이트 수사 불가 발언을 한 바 있다. 검찰 간부의 비리의혹 사건 연루, 각종 게이트 축소수사 의혹, 언론사주 구속, 언론사와 야당을 상대로 한 검사들의 대대적 소송제기, 검찰 간부의 특검제 흠집내기 발언, 진승현 리스트 관련 야당 의원 수사설 흘리기 등 온통 야당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일 뿐이었다.”
한나라당은 신승남 검찰총장과 함께 신건 국가정보원장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탄핵소추의 무게중심이 검찰총장 쪽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기회에 국정원장에게도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안상정 자료분석부장은 “5대 사정기관 중립화에 우리 당 지도부는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 접근 방향은 세 가지다. 5대 기관의 인사·자금·정보에 대한 야당의 통제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인사의 경우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9개 사정기관 35개 핵심 요직(‘표’ 참조)의 호남 인사 비율(현재 51.4%)을 30%까지 낮춘다는 구체적 목표치까지 세웠다. 최상층 간부들뿐만 아니라 ‘저인망식’으로 바닥까지 훑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특명수사’는 경찰 특수수사과장이 맡는데 직위는 총경이지만 실제 사정업무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요직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안부장은 “충청 출신 이팔호 경찰청장 취임 후 경찰 요직의 호남 편중 인사가 더 높아졌다”고 공세를 취한 배경을 전했다. “경찰청장 한 명 바꿔놓고 현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이를 놔둬선 안 된다는 당 지도부의 뜻이 전달됐다. 해당 상임위 등 전방위로 정보를 취합했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국무총리, 감사원장과 함께 5대 사정기관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불발탄’으로 끝난 일이지만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손영래 국세청장 아들의 병역문제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기관 핵심 인맥에 대해 맨투맨식 각개격파로 상처를 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최근 국정원과 검찰의 국내 정치활동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방침을 밝혔다. 자금을 묶어 사정기관의 활동 여지를 좁혀놓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과 검찰 사이에선 최근 주목할 만한 해프닝이 있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와 관련된 비리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돌았고, 곧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는데 한나라당에서 이 사안의 전개과정과 종결된 결과를 같은 날 오후 이미 소상히 알고 있더라는 것. ‘사정기관에서 생산되고 있는 정보 중 일부가 야당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야당이 사정 기관장들을 탄핵소추로 몰아세우며 기를 꺾는 모습은 해당 사정기관 직원들을 압박하면서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역풍을 우려하기도 한다. 11월23일자 신문들을 펼쳐든 한나라당 한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의 만평들은 교원정년 연장 법안 통과와 관련, 거대 야당을 비꼬는 내용 일색이었다. 이의원은 “이렇게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당내에서도 ‘수순이 틀렸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번 교원정년 연장 파문은 한나라당 싱크탱크가 당초 그려놓은 연말 정국 플랜을 뒤흔들어 버렸다. 검찰총장 사퇴를 강공 일변도로 계속 몰아붙이는 문제도 변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고 해서 우리의 대 사정기관 중립화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97년 대선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김대중 후보 대선자금 수사 불가를 선언해 대선 정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국세청은 집권 여당의 대선자금을 모금해 주고 있었다. 사정기관을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은 대선 정국에서 사정기관의 위력이 얼마나 센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다음 두 조항에서 핵심적 내용을 발견했다. “탄핵소추 의결이 있을 때 의장은 지체 없이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송달한다. 피소추자(검찰총장)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국회법 134조)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38조)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한나라당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국정 흔들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헌재 결정이 있기까지는 최소 수개월~6개월이 소요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은 대검차장이 지휘하게 된다.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권이 이런 불안정한 상태로 수개월간 지속된다는 것은 현 정권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건이 올라왔다면 표결 전 검찰총장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헌재에서 최종 판결이 이뤄지거나 검찰총장을 표결로 쫓아내는 일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으니 총장퇴진 반대 여론에 실리는 ‘에너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검찰총장이 헌재 결정 때까지 버티는 상황이 오더라도 검찰지휘권은 현 김각영 대검차장에게 넘어간다. 김차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한나라당이 ‘그토록 원하는’ 비호남권 인사다. 물론 한나라당이 총장 사퇴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렇듯 검찰과의 대결은 일종의 ‘꽃놀이패’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은 ‘검찰 손보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검찰, 국정원, 경찰, 금감위, 국세청 등 ‘5대 사정기관’을 중립화한다는 거대한 대선 플랜의 일환”(한나라당 핵심 관계자)이다.
신총장 ‘개인’에 대한 악감정은 이미 쌓일 대로 쌓여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의 말. “신총장의 경우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발언, 분당 게이트 수사 불가 발언을 한 바 있다. 검찰 간부의 비리의혹 사건 연루, 각종 게이트 축소수사 의혹, 언론사주 구속, 언론사와 야당을 상대로 한 검사들의 대대적 소송제기, 검찰 간부의 특검제 흠집내기 발언, 진승현 리스트 관련 야당 의원 수사설 흘리기 등 온통 야당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일 뿐이었다.”
한나라당은 신승남 검찰총장과 함께 신건 국가정보원장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탄핵소추의 무게중심이 검찰총장 쪽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기회에 국정원장에게도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안상정 자료분석부장은 “5대 사정기관 중립화에 우리 당 지도부는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 접근 방향은 세 가지다. 5대 기관의 인사·자금·정보에 대한 야당의 통제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인사의 경우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9개 사정기관 35개 핵심 요직(‘표’ 참조)의 호남 인사 비율(현재 51.4%)을 30%까지 낮춘다는 구체적 목표치까지 세웠다. 최상층 간부들뿐만 아니라 ‘저인망식’으로 바닥까지 훑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특명수사’는 경찰 특수수사과장이 맡는데 직위는 총경이지만 실제 사정업무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요직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안부장은 “충청 출신 이팔호 경찰청장 취임 후 경찰 요직의 호남 편중 인사가 더 높아졌다”고 공세를 취한 배경을 전했다. “경찰청장 한 명 바꿔놓고 현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이를 놔둬선 안 된다는 당 지도부의 뜻이 전달됐다. 해당 상임위 등 전방위로 정보를 취합했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국무총리, 감사원장과 함께 5대 사정기관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불발탄’으로 끝난 일이지만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손영래 국세청장 아들의 병역문제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기관 핵심 인맥에 대해 맨투맨식 각개격파로 상처를 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최근 국정원과 검찰의 국내 정치활동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방침을 밝혔다. 자금을 묶어 사정기관의 활동 여지를 좁혀놓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과 검찰 사이에선 최근 주목할 만한 해프닝이 있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와 관련된 비리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돌았고, 곧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는데 한나라당에서 이 사안의 전개과정과 종결된 결과를 같은 날 오후 이미 소상히 알고 있더라는 것. ‘사정기관에서 생산되고 있는 정보 중 일부가 야당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야당이 사정 기관장들을 탄핵소추로 몰아세우며 기를 꺾는 모습은 해당 사정기관 직원들을 압박하면서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역풍을 우려하기도 한다. 11월23일자 신문들을 펼쳐든 한나라당 한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의 만평들은 교원정년 연장 법안 통과와 관련, 거대 야당을 비꼬는 내용 일색이었다. 이의원은 “이렇게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당내에서도 ‘수순이 틀렸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번 교원정년 연장 파문은 한나라당 싱크탱크가 당초 그려놓은 연말 정국 플랜을 뒤흔들어 버렸다. 검찰총장 사퇴를 강공 일변도로 계속 몰아붙이는 문제도 변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고 해서 우리의 대 사정기관 중립화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97년 대선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김대중 후보 대선자금 수사 불가를 선언해 대선 정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국세청은 집권 여당의 대선자금을 모금해 주고 있었다. 사정기관을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은 대선 정국에서 사정기관의 위력이 얼마나 센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