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층면접 준비가 잘 된 수험생과 연습이 부족한 수험생의 상태를 복싱에 비유하면, 투지와 의욕에 차 이미 눈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한 복서와 불안에 휩싸여 투지와 의욕이 꺾여버린 복서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어떻게 하면 심층면접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고3 교실에서 실제 활용되고 있는 심층면접 준비 핵심전략을 소개하며, 7회에 걸친 ‘주간동아’ 2002 대학입시 시리즈를 마친다. 》
앞 회에서 말했듯 올해 심층면접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 유형들은 최근 몇 년간 각 대학에서 실시했던 기출문제에 이미 다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기출문제집을 가지고 연습할 때는 실전처럼 자신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 문제를 읽은 다음 거기에 대한 핵심적 결론을 짤막하게나마 자신의 목소리로 답변해 보는 연습을 한다. 대답할 때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으므로 “예, 저는 ∼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 둘째, ∼이기 때문입니다”라는 형태로 연습한다.
2. 문제 유형 체계적으로 분류해 연습한다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못한 정보는 쓰레기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경구는 심층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일단 이 정보들을 수험생 나름대로 상·하위 개념 범주를 설정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면 주위 선생님 등 전문가의 조언을 듣도록 하자. 참고로 ‘10일 만에 10배 강해지는 논술 키워드 2000’(김경훈, 새로운 사람들)의 분류체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디어 세상, 대중문화, 도시, 소비문화, 스포츠, 청소년, 도덕 이기주의, 교육, 성, 여성, 가족, 한국사, 민족과 인종, 전쟁과 테러, 보건과 복지, 인간, 예술, 문학, 환경, 종교, 민주와 정치, 노동, 법, 경제와 기업, 국제정치와 외교, 국제경제, 미래 예측, 정보화 사회, 이데올로기, 분단과 통일, 과학기술과 자연과학, 지구와 자연.
3. 입말과 글말의 특성을 구분한다
심층면접과 논술은 말로 하느냐, 글로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논리적 표현’이다. 그러나 입말과 글말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논술에서는 구어체 표현을 삼가고 문어체와 격식체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는 대화 상황은 다르다. 다시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고 명랑하게 이끄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고려할 요소는 말투, 시선처리, 제스처이다.
말투는 격식체와 비격식체를 적절히 혼용해 사용함으로써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경박하게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하였습니다”는 “∼하거든요”로, “∼합니다”는 “∼한다고 봐요”, “∼라고 판단됩니다”는 “∼라고 생각해요” 등으로 한쪽만 사용하지 말고 두 가지 어투를 적절히 혼용하는 것이 낫다.
시선처리는 한곳에 고정하지 말고 면접관이 통상 3명 이상이므로 적절한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눈 맞추기를 하도록 연습한다. 만약 면접 상황에서 눈빛 마주치기가 영 어색하다고 판단되면 굳이 눈 마주치기를 고집하지 말고, 상대편의 가슴 부위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것도 괜찮다. 제스처는 너무 안 해도 안 되고, 너무 지나치게 요란해서도 곤란하다.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 나는 무엇을 주장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 주장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를 확정한다. 이 세 가지 사항을 놓치면 상대가 묻는 논점을 벗어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핵심 없는 대답이 되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문) 현 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은 ‘퍼주기식’ ‘굴욕적 저자세’라는 비판이 많은데, 이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1) 햇볕정책의 의의는 참으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남북관계에서 50년 동안 쌓였던 적대감을 완화시킨 성과 때문이고요, 두 번째로는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답2) 그 비판이 부분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처럼 조성돼 가는 남북의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답1)은 논점을 벗어났고, (답2)는 논점을 벗어나지 않았다. (답1)과 같이 된 이유는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추구하라
심층면접에서 평균 이상의 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폭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짧은 기간에 폭넓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일반상식’이나 ‘일반 시사상식’ 등이 정리된 책을 구입해 보는 것이 좋다. 기출문제를 연습할 때 여러 개 문제를 짧고 빠르게 대답을 많이 해보는 연습도 넓이에 해당한다.
시간상 모든 주제를 일정량 깊이 있게 다룰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개의 주제만 골라 여러 권의 책이나 백과사전, 인터넷 등을 활용해 깊이 있게 정리해 두면 다른 주제로의 확산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그러한 주제로는 ‘남북 문제’ ‘세계질서와 헤게모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역사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이란 무엇인가?’ 등을 들 수 있다.
논술에서도 그렇지만 심층면접에서도 피상적 수준에 머물기보다 개성과 사고의 깊이가 드러나는 대답을 하는 것이 차별성 있는 고득점 전력이다. 우선, (2)번 항목에서 말했듯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상호연관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종합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다음으로, (5)번 항목에서 말했듯 몇 개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봄으로써 구체적 현상을 해석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관점(또는 세계관)이 생긴다. 종합적 사고력과 세계관은 다같이 일반화·추상화 능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문) 애리조나 핵잠수함 투수 김병현이 ‘상대가 죽기 아니면, 내가 죽는다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학생의 견해를 말해보라.
(답1) 김병현 선수가 나름대로 낯설고 외로운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치열한 프로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선수와 같은 치열한 프로의식을 높이 평가합니다.
(답2) 저는 김병현 선수의 말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서 형성된 신자유적 자본주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세계화의 기조 속에 내재된 일등만이 살아남는 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깊숙이 스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적·구체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답1)도 평균점 이상은 받을 정도로 괜찮다. 그렇지만 일반화·추상화 단계까지 나아간 (답2)는 좀더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7. 자연계 전공 적성 문제는이렇게 준비하자
자연계 전공 적성 문제는 주로 수학과 과학에서 출제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수학은 교과서의 기본개념을 꼼꼼히 다시 정리한 다음, 복합적인 개념이나 공식의 이해를 요구하는 기출문제나 예상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해보고, 과학 분야는 교과 내용 중 실생활과 관련된 기출 문제나 예상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읽어본 수학이나 과학 관련 책을 개략적으로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동아’ 등의 과학계 잡지에 자연계 심층면접 대비 기획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해 오고 있으니 참고하면 유익할 것이다.
8.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심층면접 정보를 확보하라
‘170여개 대학 170여개 전형 방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마다 신입생 전형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대한 심층면접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대학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실시했던 기출문제는 물론 해당 대학의 입시 정보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해당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심층면접 실시 여부, 점수 반영 정도, 기출문제, 해당 대학에서 요구하는 유의사항 등을 반드시 검토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