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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여개 영화의 주요 장면을 뒤틀고 비틀어 새롭게 재구성한 이 영화는 기존 영화 스타일과 관습을 조롱함으로써 통렬한 웃음을 선사하는 패러디 영화의 진수로 찬사를 받았다. 그런 만큼 속편을 기다린 팬들도 적지 않았을 터.
전작 못지않은 패러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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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가 귀신들려 죽었다는 소문이 도는 한 저택으로 대학교수 올드먼과 그의 제자들이 모여든다. 올드먼은 유령의 정체를 벗겨 이름을 떨치려는 욕심으로 ‘악령의 집 프로젝트’를 빙자해 학생들을 불러모은 것. 그중 한 명인 여학생 신디는 우연히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휴 케인이 정부와 함께 집 안에서 살해되었다는 신문 스크랩을 보게 된다. 그 후 학생들은 저마다 갖가지 기괴한 사건을 겪게 되고 온갖 유령과 사투를 벌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패러디의 향연을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지만, 화장실 유머의 극단을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악’소리 날 정도로 비위가 상한다. 전작에서도 각종 체액과 성기에 관한 직설적인 유머가 난무해 ‘할리우드 주류 영화사상 가장 성적으로 노골적인 영화’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속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대사와 장면이 야하고 천박하며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성적 코드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다.
난잡하고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는 몇 년 새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를 점하고 있다. 문화연구가 로버트 나이트는 이런 코미디 영화에 대해 “인간의 고상함을 거스르며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을 주는 영화”라 평했다. ‘무서운 영화’ 같은 작품도 미국에서는 유치함 속에 재치와 해학을 담은 영화로 나름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저속하고 유치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 관객들에게도 과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