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이 바뀌면 그가 성장론가인지 안정론가인지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의 경제담론이 아직도 암기 중심의 고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례다.
경제안정이 성장과 불가피하게 배치된다는 이분법식 논리의 배경에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단기중심으로 평가하고, 경제정책의 수단을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서 찾는 사고가 존재한다. 당장 돈을 풀거나 세금을 내리면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어 경기는 뜨지만 물가도 오르기 쉬우므로 성장과 안정 양 목표간에는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흔히 한다. 이 논리는 공급되는 물자는 풍부한데 수요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던 미국의 과거 경험에서 발전된 것이다.
경제이론은 경험을 토대로 생성되는 것이므로 그 현실적 타당성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성장과 안정이 배치될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이론을 왜 지난 몇 십년간 꾸준히 가르치고 배우느냐는 것이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수출을 통해 해외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을 폈던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재정-금융수단을 통해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조정한다는 교과서적 논리는 처음부터 맞기 힘들었다.
해외시장에 공급할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드는 데 주력한 우리에겐 조세나 금리가 수요조절의 변수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의 역할을 했다. 누가 장관이 되건 안정보다는 성장이 보다 급한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 실물 분야에 종사하는 관료나 기업인들이 남의 나라 이론이나 붙들고 사는 학자들을 현실에 어둡다고 평할 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바깥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경제를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했다. 그런데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식의 경직된 관료엘리트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실물경제는 커졌지만 금융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인 우리에게는 약간의 국제자본이동도 충격이 됐다. IMF체제를 거치며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자생력이 싹트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대부분 개방됐고 무서운 속도로 국제자본이 들락거리고 있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과 안정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일시적 금융시장 개입은 혼란과 정책 불신만 불러
첫째, 미래의 개방환경 하에서는 안정 없이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실물경제 불안이 고성장으로 커버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약간의 불안정이라도 이것이 금융 부문의 동요를 초래하는 경우 실물경제 전체에 타격이 갈 것이다.
둘째, 경제불안을 실물 분야의 물가상승 정도로 보는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개방환경하의 경제안정에 대한 일차적 시금석은 환율 주식 금리 등 금융변수들이다.
금융상품의 가격들은 현재의 수급상태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만으로도 요동칠 수 있다. 더구나 세계자본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의 변동이 순식간에 국내로 전파될 수 있다. 그만큼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과거 실물경제를 통제하던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해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들이 불쑥 내미는 한마디는 주가나 금리를 일시적으로 흔드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불가피한 금융가격의 단기 변동에 집착하지 말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길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장애를 제거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금융가격의 균형을 움직이려면 조세정책 등 가격유인을 통해 수요-공급 자체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일시적 시장개입은 혼란과 정책의 불신만 초래할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안정과 성장이 배치되는 경우보다는 상호보완적일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선안정-후성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이 우리가 경험한 실패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보는 시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경제안정이 성장과 불가피하게 배치된다는 이분법식 논리의 배경에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단기중심으로 평가하고, 경제정책의 수단을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서 찾는 사고가 존재한다. 당장 돈을 풀거나 세금을 내리면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어 경기는 뜨지만 물가도 오르기 쉬우므로 성장과 안정 양 목표간에는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흔히 한다. 이 논리는 공급되는 물자는 풍부한데 수요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던 미국의 과거 경험에서 발전된 것이다.
경제이론은 경험을 토대로 생성되는 것이므로 그 현실적 타당성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성장과 안정이 배치될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이론을 왜 지난 몇 십년간 꾸준히 가르치고 배우느냐는 것이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수출을 통해 해외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을 폈던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재정-금융수단을 통해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조정한다는 교과서적 논리는 처음부터 맞기 힘들었다.
해외시장에 공급할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드는 데 주력한 우리에겐 조세나 금리가 수요조절의 변수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의 역할을 했다. 누가 장관이 되건 안정보다는 성장이 보다 급한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 실물 분야에 종사하는 관료나 기업인들이 남의 나라 이론이나 붙들고 사는 학자들을 현실에 어둡다고 평할 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바깥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경제를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했다. 그런데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식의 경직된 관료엘리트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실물경제는 커졌지만 금융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인 우리에게는 약간의 국제자본이동도 충격이 됐다. IMF체제를 거치며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자생력이 싹트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대부분 개방됐고 무서운 속도로 국제자본이 들락거리고 있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과 안정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일시적 금융시장 개입은 혼란과 정책 불신만 불러
첫째, 미래의 개방환경 하에서는 안정 없이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실물경제 불안이 고성장으로 커버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약간의 불안정이라도 이것이 금융 부문의 동요를 초래하는 경우 실물경제 전체에 타격이 갈 것이다.
둘째, 경제불안을 실물 분야의 물가상승 정도로 보는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개방환경하의 경제안정에 대한 일차적 시금석은 환율 주식 금리 등 금융변수들이다.
금융상품의 가격들은 현재의 수급상태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만으로도 요동칠 수 있다. 더구나 세계자본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의 변동이 순식간에 국내로 전파될 수 있다. 그만큼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과거 실물경제를 통제하던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해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들이 불쑥 내미는 한마디는 주가나 금리를 일시적으로 흔드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불가피한 금융가격의 단기 변동에 집착하지 말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길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장애를 제거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금융가격의 균형을 움직이려면 조세정책 등 가격유인을 통해 수요-공급 자체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일시적 시장개입은 혼란과 정책의 불신만 초래할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안정과 성장이 배치되는 경우보다는 상호보완적일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선안정-후성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이 우리가 경험한 실패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보는 시각이 앞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