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20세기 말 한국 사회를 뒤흔든 옷사건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아니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알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형자 음모론’이 무엇이며 정일순씨와 배정숙씨의 옷값대납 요구가 어떻고 연정희씨가 뭘 숨겼는지, 또는 김태정-박주선씨가 얼마나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떠나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누가 더 나쁜 거야?” 어찌 보면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옷사건의 실체를 가장 명확히 드러낼지 모른다.
대검 중수부는 1월11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를 위증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옷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씨는 ‘예상대로’ 보복수사라며 반발했다. ‘옷사건 4인방’ 중 나머지 3명인 연정희 정일순 배정숙씨 등은 불구속 기소된 상태. 이들 또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입술을 삐죽거리며 서로 눈을 흘기고 있어 ‘법정 대회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에 따라 새 천년 첫 해에도 옷사건의 유령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배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옷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사직동팀이라 불리는 경찰청 조사과, 서울지검, 국회 청문회, 특검에 이어 대검이 총정리를 맡았다. 다섯 번의 조사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정희씨가 이형자씨의 로비 또는 옷값대납 요구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이 점만 제대로 이해하면 옷사건의 실체는 아주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씨의 혐의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사건의 주역은 연씨가 아닌 이씨다. 이씨가 정일순 배정숙씨로부터 옷값대납 요구를 받았다며, 남편 최회장이 구속된 것은 외화도피 때문이 아니라 그 옷값을 안대준 탓이라고 주장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다.
사건 초기엔 연씨가 옷값 대납을 요구한 걸로 소문이 났지만 이씨는 대검 수사에 이르기까지 연씨를 직접 물고늘어진 적이 없다. 그럴 만한 근거도 없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정씨와 배씨가 매달린 낚시바늘의 한 끝에 연씨의 옷깃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씨의 주장 중 배씨의 옷값대납 요구는 인정했지만 정씨 관련 주장은 근거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이 특검 수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면 특검 수사가 잘못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검은 이형자씨 말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짚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던 문병호변호사(41)는 최근 “특검이 범죄 혐의가 입증되기 힘든 정일순씨 구속에 목을 맨 것은 큰 실수였으며, 뒤늦게 이형자씨의 거짓말을 발견했지만 방향을 틀기엔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특검은 처음부터 이씨의 주장에 치우쳐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했고 ‘부실’과 ‘과장’이 뒤섞인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것. 그의 주장은 ‘국민적 찬사’를 받았던 특검 수사를 전 특별수사관이 비판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문변호사는 ‘부실’과 ‘과장’의 예로 연씨가 반납한 400만원짜리 호피무늬 반코트를 1380만원으로 부풀린 점, 연씨의 옷구입을 ‘거저 가져간 것’으로 표현한 점, 사직동팀 최초문건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특검의 실수는 연씨가 정씨의 옷값대납 요구에 관련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씨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점이라는 것.
“이형자씨의 논리를 좇다보면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알선수재란 로비할 사람과 로비받을 사람을 중간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서로 의사소통이 있거나 최소한 어느 한쪽과라도 통해야 한다. 그런데 이씨는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씨는 로비 사실도 모르고 있다. 로비의 주체와 객체가 다 로비 사실을 부인한다. 그러니 이상하다. 게다가 정씨는 옷값대납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설령 정씨의 옷값 요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알선수재는 성립이 안된다. 이씨의 말을 들어봐도 정씨의 행위가 청탁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4인방은 저마다 거짓말을 했다. 그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씨의 거짓말이다. 특검이 이를 애써 무시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연씨의 혐의에 비중을 둔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탓도 있다. 이씨는 사직동팀 내사 시기를 앞당겨 연씨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고, 옷값 대납 요구와 관련해 일시와 옷값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고 납득이 가지 않는 진술을 했다. 문변호사에 따르면 특검이 정씨 구속에 승부수를 걸고 마지막까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밍크코트에 집착한 것은 이씨가 주장한 1억원 옷값의 대상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특검의 이런 소신은 대검 수사에서 코트 소유자들이 ‘평범한 사람’ 들로 밝혀지면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씨가 구속되자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 이에 대해 문변호사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말도 안되는 논리다. 똑같이 거짓말을 했지만 그 질이 다르다. 이씨의 거짓말은 남을 음해하려 한 공격적 거짓말인 반면 연씨와 정씨의 거짓말은 도덕적 비난을 두려워한 방어적 거짓말이었다. 이씨의 거짓말은 죄질이 나쁘다.”
야당은 성명서를 통해 “이씨가 옷사건 최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삼갔어야 했다. 적어도 옷사건의 기본 구도를 안다면.
이 사건은 이씨가 옷값대납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를 거절했고 연씨에게 로비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에 따라 실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대납 요구의 대상이었던 2200만원 또는 1억원어치의 옷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연씨의 옷값은 호피무늬 반코트(외상)와 니트 롱코트(반납)를 합쳐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극에서 이씨는 과연 무슨 피해를 본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형자 음모론’이 무엇이며 정일순씨와 배정숙씨의 옷값대납 요구가 어떻고 연정희씨가 뭘 숨겼는지, 또는 김태정-박주선씨가 얼마나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떠나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누가 더 나쁜 거야?” 어찌 보면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옷사건의 실체를 가장 명확히 드러낼지 모른다.
대검 중수부는 1월11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를 위증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옷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씨는 ‘예상대로’ 보복수사라며 반발했다. ‘옷사건 4인방’ 중 나머지 3명인 연정희 정일순 배정숙씨 등은 불구속 기소된 상태. 이들 또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입술을 삐죽거리며 서로 눈을 흘기고 있어 ‘법정 대회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에 따라 새 천년 첫 해에도 옷사건의 유령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배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옷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사직동팀이라 불리는 경찰청 조사과, 서울지검, 국회 청문회, 특검에 이어 대검이 총정리를 맡았다. 다섯 번의 조사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정희씨가 이형자씨의 로비 또는 옷값대납 요구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이 점만 제대로 이해하면 옷사건의 실체는 아주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씨의 혐의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사건의 주역은 연씨가 아닌 이씨다. 이씨가 정일순 배정숙씨로부터 옷값대납 요구를 받았다며, 남편 최회장이 구속된 것은 외화도피 때문이 아니라 그 옷값을 안대준 탓이라고 주장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다.
사건 초기엔 연씨가 옷값 대납을 요구한 걸로 소문이 났지만 이씨는 대검 수사에 이르기까지 연씨를 직접 물고늘어진 적이 없다. 그럴 만한 근거도 없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정씨와 배씨가 매달린 낚시바늘의 한 끝에 연씨의 옷깃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씨의 주장 중 배씨의 옷값대납 요구는 인정했지만 정씨 관련 주장은 근거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이 특검 수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면 특검 수사가 잘못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검은 이형자씨 말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짚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던 문병호변호사(41)는 최근 “특검이 범죄 혐의가 입증되기 힘든 정일순씨 구속에 목을 맨 것은 큰 실수였으며, 뒤늦게 이형자씨의 거짓말을 발견했지만 방향을 틀기엔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특검은 처음부터 이씨의 주장에 치우쳐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했고 ‘부실’과 ‘과장’이 뒤섞인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것. 그의 주장은 ‘국민적 찬사’를 받았던 특검 수사를 전 특별수사관이 비판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문변호사는 ‘부실’과 ‘과장’의 예로 연씨가 반납한 400만원짜리 호피무늬 반코트를 1380만원으로 부풀린 점, 연씨의 옷구입을 ‘거저 가져간 것’으로 표현한 점, 사직동팀 최초문건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특검의 실수는 연씨가 정씨의 옷값대납 요구에 관련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씨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점이라는 것.
“이형자씨의 논리를 좇다보면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알선수재란 로비할 사람과 로비받을 사람을 중간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서로 의사소통이 있거나 최소한 어느 한쪽과라도 통해야 한다. 그런데 이씨는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씨는 로비 사실도 모르고 있다. 로비의 주체와 객체가 다 로비 사실을 부인한다. 그러니 이상하다. 게다가 정씨는 옷값대납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설령 정씨의 옷값 요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알선수재는 성립이 안된다. 이씨의 말을 들어봐도 정씨의 행위가 청탁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4인방은 저마다 거짓말을 했다. 그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씨의 거짓말이다. 특검이 이를 애써 무시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연씨의 혐의에 비중을 둔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탓도 있다. 이씨는 사직동팀 내사 시기를 앞당겨 연씨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고, 옷값 대납 요구와 관련해 일시와 옷값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고 납득이 가지 않는 진술을 했다. 문변호사에 따르면 특검이 정씨 구속에 승부수를 걸고 마지막까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밍크코트에 집착한 것은 이씨가 주장한 1억원 옷값의 대상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특검의 이런 소신은 대검 수사에서 코트 소유자들이 ‘평범한 사람’ 들로 밝혀지면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씨가 구속되자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 이에 대해 문변호사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말도 안되는 논리다. 똑같이 거짓말을 했지만 그 질이 다르다. 이씨의 거짓말은 남을 음해하려 한 공격적 거짓말인 반면 연씨와 정씨의 거짓말은 도덕적 비난을 두려워한 방어적 거짓말이었다. 이씨의 거짓말은 죄질이 나쁘다.”
야당은 성명서를 통해 “이씨가 옷사건 최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삼갔어야 했다. 적어도 옷사건의 기본 구도를 안다면.
이 사건은 이씨가 옷값대납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를 거절했고 연씨에게 로비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에 따라 실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대납 요구의 대상이었던 2200만원 또는 1억원어치의 옷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연씨의 옷값은 호피무늬 반코트(외상)와 니트 롱코트(반납)를 합쳐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극에서 이씨는 과연 무슨 피해를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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