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500만표의 위력이 살아날까.’ 97년 대선 패배 후 2년여의 세월을 절치부심해온 국민회의 이인제당무위원이 의욕적인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1월20일 창당하는 새천년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번 ‘4·13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위원과 그의 측근들의 표정은 ‘잿빛’에 가까웠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하면 DJP연대와 수도권-충청-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망론을 편다는 복안이었으나 합당 무산으로 뜻이 꺾였기 때문. 거기에다 민주당에서 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컸다.
그런 탓에 그의 측근들 입에서는 “(국민신당과 국민회의가)도대체 왜 합당했느냐” “잘된 사람이라곤 이만섭 국민회의권한대행 정도밖에 더 있느냐” “이러다간 국민신당 출신은 다 죽는다”는 등의 거센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제라도 독자노선을 가자”는 강경론도 있었다.
그러나 1월8일 김대중대통령(DJ)과 이위원의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이위원 진영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그가 민주당의 총선을 진두 지휘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위원은 1월10일 “총선 승리를 위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인 1월11일 그는 부산 남고교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영도지구당 창당대회(위원장 김정길)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50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특유의 웅변으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 참석자는 “97년 대선 때의 그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의 본격적인 총선 행보가 시작됨과 동시에 서영훈 제2건국추진위상임위원장이 민주당 대표로 내정됐다. 이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서영훈대표-이인제선대위원장 체제로 확정됐다.
서-이 체제의 선택에는 DJ의 고민과 기대가 담겨 있다. 당의 이미지와 득표력을 제고하면서도 당의 분열과 권력누수의 위험마저 있는 ‘힘의 쏠림’ 현상을 막아보고자 한 것.
민심 이반으로 고민해온 DJ가 대중성과 득표력이 있는 ‘이인제 카드’를 뽑아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위원은 지난해 4월 귀국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 더불어 대권주자로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그러나 DJ는 그의 욱일승천(旭日昇天)을 우려, 대표 자리를 주지는 않았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인사는 “이위원이 대표를 맡으면 당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총선에 도움이 될 인물도 없다”며 대표가 아닌 선대위원장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서대표를 선택한 것은 대표 인선의 제1원칙이었던 ‘관리형 대표’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대표인선에 고심해온 DJ와 여권핵심은 대권주자가 아니면서 인품이나 도덕성, 사회적 비중 등에서 그만큼 하자가 없는 인물도 드물다는 판단을 했다.
‘서-이 쌍두마차’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지만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유능하고 의욕적인 정치인이 대표를 맡아 총력전을 펴야 하는데 서대표가 그런 인물이 아닐 뿐더러 아무래도 쌍두체제는 삐걱거릴 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대표를 두고는 그의 KBS사장시절 경영능력 등을 들어 회의감을 나타내는 인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총선은 사실상 이인제체제로 치러진다고 봐야 할 듯하다. 우선 민주당은 창당대회에서 대표는 지명하지만 최고위원조차 임명치 않는다. 당지도부 공백상태를 유지하는 것. 반면 총선은 선대위원장 산하에 6, 7개의 권역별 선대본부장을 두고 철저히 선대위 중심으로 치를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차기대권을 꿈꾸는 이위원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심판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성패의 기준이 될까. 정가에서는 민주당을 제1당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위원도 비슷한 생각인 듯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독자적인 힘으로 전국정당이 되는지 고민중이며 개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과반수를 넘기는 게 목표지만 최소한 제1당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조차 “제1당은 쉽지 않은 목표”라고 부담스러워한다. 한 측근은 “민심이 여권을 떠나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승리가 어렵다. 특히 이위원이 후보공천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선대위원장이라면 애당초 돌풍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어려운 싸움을 예상해서인지 이위원의 총선전략은 매우 적극적이다. 그는 ‘전국정당화 실현’을 명분으로 내걸고 자민련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려면 충청권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미 이위원은 JP와 자민련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총선에서 연합공천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70∼80%가 반대하고 있는 내각제를 신당 강령에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쌍포’를 쏘아 올린 것. 이에 JP가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이인제 카드’의 위력을 애써 무시하는 편이다. 하나는 어차피 지역구도로 치러질 이번 총선에서 그의 활동공간은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하나는 과거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그의 전력이 다시 부각될 경우 그의 득표력은 별 볼일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이위원의 또다른 고민은 지역구 출마 문제. 그의 측근들은 “이위원이 전국정당화를 실천하기 위해 충청권에 출마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며 “전국 지원유세를 다녀야 하는 점을 감안해 고향 논산을 검토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민련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위원과 그의 측근들의 표정은 ‘잿빛’에 가까웠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하면 DJP연대와 수도권-충청-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망론을 편다는 복안이었으나 합당 무산으로 뜻이 꺾였기 때문. 거기에다 민주당에서 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컸다.
그런 탓에 그의 측근들 입에서는 “(국민신당과 국민회의가)도대체 왜 합당했느냐” “잘된 사람이라곤 이만섭 국민회의권한대행 정도밖에 더 있느냐” “이러다간 국민신당 출신은 다 죽는다”는 등의 거센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제라도 독자노선을 가자”는 강경론도 있었다.
그러나 1월8일 김대중대통령(DJ)과 이위원의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이위원 진영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그가 민주당의 총선을 진두 지휘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위원은 1월10일 “총선 승리를 위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인 1월11일 그는 부산 남고교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영도지구당 창당대회(위원장 김정길)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50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특유의 웅변으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 참석자는 “97년 대선 때의 그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의 본격적인 총선 행보가 시작됨과 동시에 서영훈 제2건국추진위상임위원장이 민주당 대표로 내정됐다. 이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서영훈대표-이인제선대위원장 체제로 확정됐다.
서-이 체제의 선택에는 DJ의 고민과 기대가 담겨 있다. 당의 이미지와 득표력을 제고하면서도 당의 분열과 권력누수의 위험마저 있는 ‘힘의 쏠림’ 현상을 막아보고자 한 것.
민심 이반으로 고민해온 DJ가 대중성과 득표력이 있는 ‘이인제 카드’를 뽑아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위원은 지난해 4월 귀국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 더불어 대권주자로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그러나 DJ는 그의 욱일승천(旭日昇天)을 우려, 대표 자리를 주지는 않았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인사는 “이위원이 대표를 맡으면 당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총선에 도움이 될 인물도 없다”며 대표가 아닌 선대위원장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서대표를 선택한 것은 대표 인선의 제1원칙이었던 ‘관리형 대표’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대표인선에 고심해온 DJ와 여권핵심은 대권주자가 아니면서 인품이나 도덕성, 사회적 비중 등에서 그만큼 하자가 없는 인물도 드물다는 판단을 했다.
‘서-이 쌍두마차’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지만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유능하고 의욕적인 정치인이 대표를 맡아 총력전을 펴야 하는데 서대표가 그런 인물이 아닐 뿐더러 아무래도 쌍두체제는 삐걱거릴 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대표를 두고는 그의 KBS사장시절 경영능력 등을 들어 회의감을 나타내는 인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총선은 사실상 이인제체제로 치러진다고 봐야 할 듯하다. 우선 민주당은 창당대회에서 대표는 지명하지만 최고위원조차 임명치 않는다. 당지도부 공백상태를 유지하는 것. 반면 총선은 선대위원장 산하에 6, 7개의 권역별 선대본부장을 두고 철저히 선대위 중심으로 치를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차기대권을 꿈꾸는 이위원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심판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성패의 기준이 될까. 정가에서는 민주당을 제1당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위원도 비슷한 생각인 듯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독자적인 힘으로 전국정당이 되는지 고민중이며 개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과반수를 넘기는 게 목표지만 최소한 제1당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조차 “제1당은 쉽지 않은 목표”라고 부담스러워한다. 한 측근은 “민심이 여권을 떠나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승리가 어렵다. 특히 이위원이 후보공천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선대위원장이라면 애당초 돌풍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어려운 싸움을 예상해서인지 이위원의 총선전략은 매우 적극적이다. 그는 ‘전국정당화 실현’을 명분으로 내걸고 자민련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려면 충청권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미 이위원은 JP와 자민련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총선에서 연합공천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70∼80%가 반대하고 있는 내각제를 신당 강령에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쌍포’를 쏘아 올린 것. 이에 JP가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이인제 카드’의 위력을 애써 무시하는 편이다. 하나는 어차피 지역구도로 치러질 이번 총선에서 그의 활동공간은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하나는 과거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그의 전력이 다시 부각될 경우 그의 득표력은 별 볼일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이위원의 또다른 고민은 지역구 출마 문제. 그의 측근들은 “이위원이 전국정당화를 실천하기 위해 충청권에 출마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며 “전국 지원유세를 다녀야 하는 점을 감안해 고향 논산을 검토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민련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