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임금제 실시, 전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의 연합조직인 세계시민기구(WCO)의 탄생, 인간처럼 생각하고 사랑도 하는 하이퍼 컴퓨터의 출현, 민주화된 중국, 인간에 각종 장기를 공급하는 인조인간의 등장, 세계 모든 종교의 화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신년호 특집으로 21세기에 거는 21가지 분야별 희망사항을 가상현실 기사 형식으로 다뤘다. 제목은 ‘21세기에 실현 가능한 21가지 유토피아’.
21세기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국제시민사회의 등장이다. 99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애틀각료회의를 무산시키는 승리를 거뒀던 전세계 NGO들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전세계에 전파시키는 WTO에 맞서 세계시민기구(WCO)를 결성한다. WCO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 주임무.
99년 유조선 침몰사고로 인한 프랑스 브르타뉴 해안의 환경오염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설비돼 있지 않은 유조선이 사고를 일으킬 경우 선주가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국제규범을 제정했다. 그런가 하면 신속대응팀을 구성, 각종 환경사고 현장에 투입해 실력행사를 벌인다.
세계 각국 노조들의 결집체인 세계 민주노조연맹은 2030년 7월 전세계 국가 수반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금융기구 대표들의 정상회담인 G200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저임금을 확정, 발표한다. 2025년부터 시작돼 이날 막을 내린 사회기본권 라운드는 세계 최저임금 외에도 어린이 노동금지와 조합주의의 부활을 채택했다.
21세기에는 좀처럼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자본주의와 박애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도 이뤄진다. 2017년 12월31일 오후 8시 TV뉴스가 끝난 뒤 ‘국경없는 대부’, ‘신용대출은 인간의 기본권’ 이라는 제목의 스폿광고가 방영된다. 세계신용은행이 1만2000개 지점을 통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빈민들에게 1인당 평균 610프랑씩 대출해준다는 광고다.
그런가 하면 2033년 11월23일 전세계 1억1600만 소액주주들은 세계 최대의 물 공급회사인 엑테라의 대표이사를 인터넷으로 선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정한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보편화돼 ‘민중’주주로 불리는 수백만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가들이 이윤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사회적-환경적 잣대로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이른바 윤리연금기금이 탄생한다. 세계 각국의 윤리기금들은 힘을 모아 영리만을 추구하는 비윤리적 기업을 퇴출시키는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한다.
2015년 10월13일 새벽 3시, 제일 윤리기금 대표인 딕 프리만은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독일 공직자연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그뤼네스 펀드의 게하르트 뷔르거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잠을 깼다.
“딕, 그들이 일을 냈어. 더티슈무츠사가 모잠비크에 초대형 생명공학연구실험실을 건설하겠다고 방금 전에 발표했어. 제3세계 빈민들을 의약품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거지. 금방 도쿄, 베이징과도 통화했는데 우리가 집단반격에 나서는데 동의했어. 당신도 동의하지?”
그날 오후 3시 파리. 800억 유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4개 윤리기금이 세계 언론을 상대로 통신기자회견을 가졌다. ‘더티슈무츠사의 도발은 너무 심하다. 우리는 더티슈무츠사를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비윤리적 다국적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 그날 저녁 더티슈무츠사는 모잠비크의 생명공학실험실 건설을 포기한다고 다시 발표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2년 2월22일 호주의 시드니 모닝헤럴드지는 생명공학의 선두주자 옵티제닉스사 연구진의 발표를 인용, 유전적으로 완벽한 세 쌍둥이의 탄생을 보도한다. 아담 에바 롤리타로 이름 붙여진 세 쌍둥이는 1996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생명복제기술을 고급화한 옵티제닉스사의 특허인 ‘최상복제’ 기법으로 탄생됐다.
이들은 ‘이상적인 유전적 특징’을 모두 가진 세포핵을 집어넣은 한 개의 난자에서 태어났다. 이 세포핵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의 유전자 15만개의 구조를 분석해낸 옵티제닉스연구팀의 수십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된 것.
유전자 조작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세 쌍둥이의 탄생을 놓고 여론은 인류의 희망이자 위협이라는 상반된 결론을 내놓는다. 호주 가톨릭 교회 마리아 린다 에반젤리스타 대주교는 “전자제품을 만들어내듯 무결점 아기를 ‘제조’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2096년 11월22일 파리에서는 이른바 인조인간 살해범 재판이 열린다. 범인은 반(反)과학기술교의 신도인 질 드레. 그는 인조인간 혐오증이 심해 소니와 파나소닉사 창고에 무단침입, 동사에서 제조한 인조인간 50세트를 ‘처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1세기 마지막 007영화촬영을 최근 끝낸 인기스타 레티시아 카스타를 감전사시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세기말 프랑스를 대표하는 마리안으로 선정됐던 120세의 카스타가 아직도 18세의 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인조인간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2044년 2월22일 뉴로만틱스사는 1초에 10억1000여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하이퍼 컴퓨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이 컴퓨터는 인간처럼 표현하고 상상을 초월한 가상현실게임 사이버섹스를 발명한다.
출시에 앞서 뉴로만틱스사의 4D 감각집적장치가 부착된 사이버섹스 게임기 최종 테스트에 초대받은 남녀 10명 중 한 사람은 “가상현실게임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와 섹스를 하는데 진짜 여성과 하는 것처럼 리얼하면서도 느낌은 1000배나 강렬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이퍼 컴퓨터는 지원자들이 실제 성행위를 하는 동안 그들의 몸에 나타나는 모든 물리적 반응과 그들이 느끼는 은밀한 감각들을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기록, 수집한 다음 이를 분석해 감각을 최대한 증폭 재생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사이버섹스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제 현실보다 더욱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48년 9월15일 국제사법재판소는 북한의 김정일을 비롯,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대통령 등 6명을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사형제도를 폐지했는데 아직도 이들 6개국 지도자들이 고문과 사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기소이유를 밝혔다.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21세기는 국경을 초월해 독재자를 단죄하고 인도주의적 원조를 통해 기근과 전염병을 퇴치하며 공해의 주범인 차는 박물관으로 사라지고 녹색의 도심에는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족이 활보하는 멋진 세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신년호 특집으로 21세기에 거는 21가지 분야별 희망사항을 가상현실 기사 형식으로 다뤘다. 제목은 ‘21세기에 실현 가능한 21가지 유토피아’.
21세기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국제시민사회의 등장이다. 99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애틀각료회의를 무산시키는 승리를 거뒀던 전세계 NGO들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전세계에 전파시키는 WTO에 맞서 세계시민기구(WCO)를 결성한다. WCO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 주임무.
99년 유조선 침몰사고로 인한 프랑스 브르타뉴 해안의 환경오염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설비돼 있지 않은 유조선이 사고를 일으킬 경우 선주가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국제규범을 제정했다. 그런가 하면 신속대응팀을 구성, 각종 환경사고 현장에 투입해 실력행사를 벌인다.
세계 각국 노조들의 결집체인 세계 민주노조연맹은 2030년 7월 전세계 국가 수반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금융기구 대표들의 정상회담인 G200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저임금을 확정, 발표한다. 2025년부터 시작돼 이날 막을 내린 사회기본권 라운드는 세계 최저임금 외에도 어린이 노동금지와 조합주의의 부활을 채택했다.
21세기에는 좀처럼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자본주의와 박애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도 이뤄진다. 2017년 12월31일 오후 8시 TV뉴스가 끝난 뒤 ‘국경없는 대부’, ‘신용대출은 인간의 기본권’ 이라는 제목의 스폿광고가 방영된다. 세계신용은행이 1만2000개 지점을 통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빈민들에게 1인당 평균 610프랑씩 대출해준다는 광고다.
그런가 하면 2033년 11월23일 전세계 1억1600만 소액주주들은 세계 최대의 물 공급회사인 엑테라의 대표이사를 인터넷으로 선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정한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보편화돼 ‘민중’주주로 불리는 수백만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가들이 이윤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사회적-환경적 잣대로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이른바 윤리연금기금이 탄생한다. 세계 각국의 윤리기금들은 힘을 모아 영리만을 추구하는 비윤리적 기업을 퇴출시키는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한다.
2015년 10월13일 새벽 3시, 제일 윤리기금 대표인 딕 프리만은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독일 공직자연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그뤼네스 펀드의 게하르트 뷔르거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잠을 깼다.
“딕, 그들이 일을 냈어. 더티슈무츠사가 모잠비크에 초대형 생명공학연구실험실을 건설하겠다고 방금 전에 발표했어. 제3세계 빈민들을 의약품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거지. 금방 도쿄, 베이징과도 통화했는데 우리가 집단반격에 나서는데 동의했어. 당신도 동의하지?”
그날 오후 3시 파리. 800억 유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4개 윤리기금이 세계 언론을 상대로 통신기자회견을 가졌다. ‘더티슈무츠사의 도발은 너무 심하다. 우리는 더티슈무츠사를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비윤리적 다국적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 그날 저녁 더티슈무츠사는 모잠비크의 생명공학실험실 건설을 포기한다고 다시 발표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2년 2월22일 호주의 시드니 모닝헤럴드지는 생명공학의 선두주자 옵티제닉스사 연구진의 발표를 인용, 유전적으로 완벽한 세 쌍둥이의 탄생을 보도한다. 아담 에바 롤리타로 이름 붙여진 세 쌍둥이는 1996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생명복제기술을 고급화한 옵티제닉스사의 특허인 ‘최상복제’ 기법으로 탄생됐다.
이들은 ‘이상적인 유전적 특징’을 모두 가진 세포핵을 집어넣은 한 개의 난자에서 태어났다. 이 세포핵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의 유전자 15만개의 구조를 분석해낸 옵티제닉스연구팀의 수십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된 것.
유전자 조작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세 쌍둥이의 탄생을 놓고 여론은 인류의 희망이자 위협이라는 상반된 결론을 내놓는다. 호주 가톨릭 교회 마리아 린다 에반젤리스타 대주교는 “전자제품을 만들어내듯 무결점 아기를 ‘제조’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2096년 11월22일 파리에서는 이른바 인조인간 살해범 재판이 열린다. 범인은 반(反)과학기술교의 신도인 질 드레. 그는 인조인간 혐오증이 심해 소니와 파나소닉사 창고에 무단침입, 동사에서 제조한 인조인간 50세트를 ‘처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1세기 마지막 007영화촬영을 최근 끝낸 인기스타 레티시아 카스타를 감전사시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세기말 프랑스를 대표하는 마리안으로 선정됐던 120세의 카스타가 아직도 18세의 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인조인간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2044년 2월22일 뉴로만틱스사는 1초에 10억1000여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하이퍼 컴퓨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이 컴퓨터는 인간처럼 표현하고 상상을 초월한 가상현실게임 사이버섹스를 발명한다.
출시에 앞서 뉴로만틱스사의 4D 감각집적장치가 부착된 사이버섹스 게임기 최종 테스트에 초대받은 남녀 10명 중 한 사람은 “가상현실게임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와 섹스를 하는데 진짜 여성과 하는 것처럼 리얼하면서도 느낌은 1000배나 강렬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이퍼 컴퓨터는 지원자들이 실제 성행위를 하는 동안 그들의 몸에 나타나는 모든 물리적 반응과 그들이 느끼는 은밀한 감각들을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기록, 수집한 다음 이를 분석해 감각을 최대한 증폭 재생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사이버섹스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제 현실보다 더욱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48년 9월15일 국제사법재판소는 북한의 김정일을 비롯,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대통령 등 6명을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사형제도를 폐지했는데 아직도 이들 6개국 지도자들이 고문과 사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기소이유를 밝혔다.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21세기는 국경을 초월해 독재자를 단죄하고 인도주의적 원조를 통해 기근과 전염병을 퇴치하며 공해의 주범인 차는 박물관으로 사라지고 녹색의 도심에는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족이 활보하는 멋진 세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