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홍태식]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아웃’을 겪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댄스곡 ‘롤린(Rollin’)’으로 4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해 3월 셋째 주 SBS 인기가요 1위를 차지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브걸)와도 여러 부분이 겹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의 투기 이슈부터 아동 학대 문제까지 뉴스와 댓글 창이 죄다 진흙탕인 가운데, 기분 좋은 이들의 뉴스는 사무실에서 미간 펼 일 없는 직장인 팬들에게도 웃음을 주고 있다.
3월 8일 인크루트가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한 ‘번아웃 증후군 경험 여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명 중 6명(64.1%)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64.8%, 30대 74.9%, 40대 64.3%, 50대 이상 43.7%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직장인(60.3%)보다 여성 직장인(67.4%)의 번아웃 증후군 경험이 높았다.
직장인이 이들의 성공에 더 기뻐하는 이유
[홍태식]
사실 2011년 데뷔한 브걸은 회사원으로 치면 딱 ‘번아웃 오기 좋은 연차’다. 현 멤버인 민영(31), 유정(30), 은지(29), 유나(28)는 브걸 2기로, 2016년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직장생활로 치면 6년 차, 평균 나이는 29.5세. 심지어 유나는 최근 (연예인 그만두고) 카페를 하려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팬들과 ‘카페 창업’ 이야기를 나누고 사흘 뒤 아이돌 무대와 댓글 모음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비디터’가 업로드한 ‘롤린’ 무대 영상으로 역주행을 한 것.
이들이 번아웃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지금의 영광도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롤린’의 과거 군부대 ‘위문열차’ 공연 영상 등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5인조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기존 활동 멤버나 탈퇴 멤버를 비난하지 않는다. 장기간 ‘잘 안 되는 회사’에서 퇴사나 이직을 하지 않고 ‘존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직장인인 팬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는 이직이나 창업이라는 선택지라도 있지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다.
[홍태식]
이들을 띄운 건 주택 청약 당첨과도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신의 간택’이었지만, ‘기회의 티켓’을 잡은 건 수년 동안 켜켜이 쌓은 브걸의 노력 덕분이었다. 누구도 브걸을 벼락스타라고 하지 않는 이유다. ‘편법’과 ‘부모 찬스’ ‘회사 찬스’ 등이 판치는 사회에서 간만에 ‘찐 노력’으로 성과를 낸 멤버들의 밝은 에너지를 만나보자. 역주행의 서막이 오르던 3월 5일 멤버들을 인터뷰하면서 받은 에너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