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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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인권유린 “Oh no”

호주 이민성·수용소 내 불미스런 사건 잇따라 … 하워드 총리까지 나서 사태 해결 약속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입력2005-06-23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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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체류자 인권유린 “Oh no”

    서태평양 해상에 있는 섬나라 나우루 출신 이민자들이 수용소에서 겪은 인권유린 실태를 보도한 호주의 한 일간지.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이제니(6) 양은 지난 3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스탠모어 초등학교에서 제니 자신과 언니, 그리고 어머니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이민성 관리들에 의해 범죄자처럼 강제로 연행된 것.

    제니의 어머니인 한국 여성 이영 씨는 시드니의 불법체류자다. 제니는 시드니에서 태어나고 자라 많은 호주인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왔다. 그러나 이민성 관리들은 “제니가 친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게 해달라”는 이 학교 교장인 프랜 라킨 씨의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았다. 제니의 친구들은 제니 가족이 수용되어 있는 빌라우드 수용소를 여러 차례 방문해 “제니는 엄마가 어떤 비자를 가졌는지 몰랐을 것”이라며 “제니와 계속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호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민성 관리들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호주 언론들은 어린이들에게조차 일말의 동정도 베풀지 않은 사실에 대해 크게 질타했다.

    한국인 불법체류자 약 2800명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약 28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호주의 불법체류자 중에서 미국인, 영국인, 중국인 그리고 인도네시아인 다음으로 많은 수다. 호주 정부는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최근 강화했다. 그런데 단속과 임시수용소 운영 과정에서 반인권적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불법체류자 인권유린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이민성 관리들이 적법한 비자로 호주를 찾아온 사람들은 물론, 호주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까지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수용소에 강제 수용한 사실이 공개됐다. 아예 국외로 추방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호주 국민들은 이민성이 호주 내 불법체류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구심을 나타내는 형편이다.

    4월에는 관광비자로 호주에 온 한국 여학생이 강제로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학생은 빅토리아주 과일농장에서 일하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호주에 왔다. 그러나 이민성 관리들은 그녀가 불법으로 과일농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간주해 일주일 동안 호주 남쪽의 박스터 수용소에 강제 수용했다. 이 같은 사실이 호주 ABC라디오에 의해 알려지면서 이민성의 불법체류자 색출 방식에 큰 구멍이 났음이 드러났다.

    불법체류자 인권유린 “Oh no”

    이민성 장관 아만다 반스톤. 시민권자임에도 모국 필리핀으로 추방된 여성.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박스터 수용소의 샤워실(위부터).

    오래전 독일에서 호주로 이민 온 코넬리아 라우(39) 씨는 호주 시민권자이면서도 10개월 동안 박스터 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경우다. 시드니에 살고 있는 코넬리아는 5년 전부터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치료를 위해 시드니의 맨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녀는 병원을 탈출해 길거리를 방황하던 중 호주 원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경찰관은 그녀가 영어를 하지 못하고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독일 여권을 지닌 채 독일어만 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이민성에 넘겼다. 그런데 추가 조사를 해야 할 이민성 관리들은 이를 전혀 하지 않고 바로 그녀를 박스터 수용소로 보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용소 관리자들이 코넬리아의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채 그녀를 약 6개월 동안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독방에 가둔 것. 옆방 재소자들이 “코넬리아가 밤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으나 수용소 관리자들은 이를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호주 언론들이 불법체류자 인권유린 문제를 잇따라 거론하자 마침내 호주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5월3일 호주 이민성 장관인 아만다 반스톤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억울하게 국외로 추방된 호주 시민권자가 지난 2년 동안 33명이나 된다”며 “이들의 현재 거주지를 파악해 모두 호주로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용소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애쓰는 와중에도 수용소에서 벌어진 수용자 학대 사건이 또다시 폭로돼 호주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다양한 학대 사례들 중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여성 수용자들에 대한 성적 학대와 부작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수용자들에게 강제로 사용한 의혹이다.

    “여성 샤워실에 감시카메라 설치”

    4월19일 호주 기독교 민주당 대표인 폴 머케 목사는 호주 이민성 장관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불법체류자 수용소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들이 샤워실은 물론 화장실과 탈의실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여성 수용자들의 몸을 볼 수 없게 해달라’는 것. 머케 목사는 “박스터 수용소는 샤워실과 화장실에까지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관리자들이 여성 수용자들의 알몸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문제를 정식 항의하기 위해 수용소 책임자 피터 섹슨 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고도 밝혔다.

    불법체류자 인권유린 “Oh no”

    관광비자를 가진 한국 여학생과 시민권을 가진 독일 여성 등을 강제 수용해 비난받고 있는 박스터 수용소의 외부(위)와 내부.

    비옥스(Vioxx)는 심장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이다. 그런데 수용소가 수용자들의 관절염 치료를 위해 이 약물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멜버른 불법체류자 인권옹호위원회는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치료차 멜버른에 온 한 불법체류자가 수용소가 비옥스를 사용하고 있음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수용소에서 발생한 몇몇 수용자들의 사망 원인이 바로 이 금지된 약물과 관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9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건장한 26세 청년 모하메드 사와르 씨는 수용소에서 관절염을 치료받다 갑자기 사망했다. 인권단체들은 “사와르의 가족이 사망 원인 조사를 위해 부검을 요구했으나 수용소는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호주 이민성과 불법체류자 수용소를 둘러싼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하워드 정부 전체의 도덕성에까지 타격을 입히자 마침내 존 하워드 총리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10년 이상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에 대해서는 호주에서 영구히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호주가 인권국가임을 자부할 수 있도록 하워드 총리의 발언이 미봉책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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