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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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택 착공 10년 평균치보다 60% 급감… 2025년 이후 공급난 우려

공사비 상승, 부동산시장 침체로 민간 공급 여건 악화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입력2024-03-1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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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주택 수요·공급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학계에서 확실한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주택 수요는 가격, 수량, 비용뿐 아니라 소비심리도 영향을 끼치기에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주택 수요층 자체가 다양해졌다. 이주 패턴은 여전히 같은 지역(시군구) 내 이동이 대부분이지만, 부동산 매수자는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외지인, 외국인까지 다양해져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인허가 26% 감소한 39만 채 그쳐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이제까지 정부는 이 같은 수요 변동성을 흡수해 가격 변화폭을 축소하고자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해왔다. 적게는 200만 채(노태우 정부)부터 많게는 500만 채(전두환 정부)까지 공급 목표는 다양했다. 공히 주택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가격 앙등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목표치를 달성한 것은 1기 신도시를 비롯한 1990년대 초 200만 채 공급 계획뿐, 대부분 목표에 미달하는 성과를 보였다. 주된 원인으로 △과도한 목표 설정 △정책에 수반되는 제도 개편 미비 △수급 상황 악화에 따른 공급 감소 △재정 여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통해 270만 채 규모의 주택 공급 목표를 발표했다. 공급 목표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 5년간 매년 54만 채 수준의 주택 인허가가 지속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약 38만9000채로 집계됐다. 2022년에 비해 25.5% 감소한 수준으로 향후 소화해야 할 물량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인허가 다음 단계인 착공 물량은 2023년 연 누적 20만9351채다. 지난 10년(2013~2022) 평균치 53만 채에 비하면 60.5% 감소한 수치다. 2025년 이후 주택 공급난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착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2022년 이후인데, 주택 공사 기간은 보통 3년 정도로 잡는다. 지난해 추석 이후 주택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다소 수그러든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공급량 감소율이 상당히 높았던 만큼 공급 여건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재 정부 목표인 ‘인허가 물량 270만 채’의 당위성을 살펴보자. 2013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10년 평균 전국 주택 총수요는 연간 약 39만 채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의 연간 주택 수요 분석치는 45만 채 내지 50만 채 정도다. 역대 최다인 46만 채가 분양된 2018년에도 미분양이 크게 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270만 채가 과도한 수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주택 소요와 별개로 270만 채라는 수치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주택 200만 채를 공급했을 당시 자재와 인력 부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근 시장 외부 요인으로 자재 및 인건비가 수년 전에 비해 많이 오른 상태다. 주택 공급량을 맞추기 위한 수요가 겹친다면 분양가에 상방 압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제도들은 이미 개편이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행령·시행규칙·훈령·가이드라인 등은 발 빠르게 손질되고 있다. 다만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관련 법률 개정은 더딘 편이다.



    우선 정부가 공급 계획에서 가장 중점을 둔 ‘재개발·재건축사업 정상화 착수’ 과제를 살펴보자. 이 과제는 민간 택지에서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핵심은 단연 사업성이다. 사업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재건축부담금 합리적 감면’의 일환으로 추진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지난해 말 법률 개정의 후속 작업으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및 부속 가이드라인 발표가 이뤄졌다. 2022년 9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이 수립된 후 1년 6개월여 만인 올해 3월 말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요 기간 자체는 통상적 수준이다. 다만 그 내용은 당초 발표된 안에 비해 다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 부과 시 장기 보유 감경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부과 구간이 다소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입안요청제, 준공업지역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1월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른 법률 정비는 이번 국회 임기 내에는 처리가 어려울 것이다. 민간도심복합사업을 가능케 한 ‘도심복합개발 지원법’도 1월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전망이다. 당초 시장이 기대한 것에 비해 규제 완화 폭이 적고, 정책 시행이 지연된다면 향후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급 악화에 따른 공급 감소다. 과거에도 공급이 크게 늘어난 후 미분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선 첫 1년 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주택 채권입찰제가 시행됐는데, 저액 채권 당첨자가 늘고 고액 채권 입찰자의 계약 포기가 이어져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다. 2기 신도시 경우도 비슷했는데, 특히 파주 운정신도시는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기도 했다. 현재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예전보다 낮아진 상태다. 공급자금융 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데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도 증가했다. 민간에 공급량을 늘리라고 주문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다.

    민간 공급량 확대, 당장은 어려워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재정 여력은 어떨까. 설령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 해도, 민간 분양주택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재정 부족은 정부가 공공택지 분양을 적극 고려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공공택지 분양 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시작된 주택 가격 상승기에 공급 부족 우려가 불거졌다. 적절한 주택 공급량 확보는 안정적인 부동산시장 조성의 전제 조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량 270만 채는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를 위한 제도 개편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주택 수요 감소폭이 큰 편이라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향후 관련법 및 제도 손질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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