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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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녕 ‘神’인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1-04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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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렵고, 화나고, 개탄스럽다. 신종플루와 이에 대처하는 보건당국, 대한의사협회 얘기다. 우선 늦여름에 한 번 숙졌다가 찬바람이 불면 2차 대유행이 심각하게 몰려올 것이라는 예상이 한 치 오차 없이 적중한 게 무섭다. 신종플루는 지난 9월 전파력이 줄어들며 감염자가 급격히 주는가 싶더니 10월 이후엔 말 그대로 ‘창궐(猖獗)’ 상태다.

    독감환자 중 십중팔구는 신종플루 확진환자. 건강한 젊은 층에서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거점치료 병원의 야외진료소에는 얇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3~4시간씩 벌벌 떨고 기다리며, 폐렴이 온 중증환자들은 격리병실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한다. 일부 양심적인 의학자들의 격리병실 확충 요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됐다.

    “확진이 없어도, 거점병원이 아니어도 급성호흡기 증상(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중 하나라도 있는 환자에겐 모든 병의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뒤늦게 있었건만, 많은 동네의원은 아직도 ‘확진판정’ 타령만 늘어놓으며 처방을 거부하기 일쑤다.

    일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제 먹을 시점을 놓치고 병세가 악화된다. 이런 가운데 의사협회는 “타미플루 처방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할 것”이라며 의약분업 원칙을 깨고 “타미플루를 병의원에서 직접 공급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리고 “신종플루 치료는 병원 몇 개를 정해서 한곳에서만 하자”고 건의했다.

    도대체 우리나라 의사들은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일반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는 바이러스가 일반독감(계절성 플루)인지 신종플루인지 환자를 보고 청진기만 대면 뚝딱 판정이 난단 말인가. 또한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마당에 타미플루를 누가 파느냐가 무에 그리 중요한가.



    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녕 ‘神’인가
    확진환자 판정에 3~4일씩 걸리는 마당에, 또 십중팔구는 확진환자 판정이 나는 상황에 무엇을 자신들이 ‘즉시’ 판단해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타미플루 오·남용과 그에 따른 내성환자 출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이는 무지의 발로일 뿐, 과학적 검증이 전혀 깔려 있지 않은 논리다.

    설사 내성환자가 나와도 ‘릴렌자’라는 타미플루 내성용 치료제가 따로 확보돼 있으니 문제 될 게 없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병원 내 감염이 매우 우려되는데도 환자들을 한곳에 모아 치료하겠다고? 차라리 “감염이 무서워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기 싫다”고 고백하라. 그게 더 ‘인간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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