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프랑스 여름사냥 ‘크로즈 에르미타주 블랑’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8-05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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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여름사냥 ‘크로즈 에르미타주 블랑’
    크로즈 에르미타주 마을은 프랑스 남쪽 론 지방에 속한다. 낙동강처럼 남하하는 론 강 계곡에 발달한 포도밭은 ‘론 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곳 포도밭의 명성은 보르도와 부르고뉴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19세기에는 달랐다. 최고급 샤토들이 보르도 와인의 맛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포도를 구매했는데 그 중심이 에르미타주였다. 크로즈 에르미타주는 에르미타주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에르미타주에 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관계는 어찌 보면 부르고뉴의 마을과 그에 속한 최고급 포도밭의 관계와 비슷하다. 제브리 샹베르탱 마을의 최고 포도밭이 샹베르탱인 것처럼 크로즈 에르미타주 마을의 최고 포도밭은 에르미타주인 것이다. 화이트는 다채로운 향기와 질감을 지닌 마르산느를 주품종으로 하고, 두드러진 신맛을 지닌 루산느를 양념처럼 조금 가해 만든다.

    론 밸리의 맹주 기갈(Guigal)이 만드는 크로즈 에르미타주 블랑 2007을 추천한다. 기갈 홈페이지에서 권장하는 빈티지는 2007 혹은 2006이다. 출시된 지 2년 이내의 것을 마실 것을 권한다. 이 화이트는 일찍부터 마시는 와인이라서 굳이 저장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시음 순서를 추천한다. 금요일 퇴근길에 2007 빈티지를 쇼핑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이웃이나 친지를 초대하고 상을 차린다. 안주를 특별히 장만할 필요는 없다. 부침개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와인의 과일 맛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장마에는 부추와 양파, 고추를 넣은 부추전이 좋다.



    밀가루보다 채소를 많이 넣어 식물성 맛이 듬뿍 느껴지게 반죽해 부친다. 와인은 전날 넣어둔 걸 꺼내기만 하면 된다. 차갑게 대령해야 제맛이다. 깨끗하고 맑은 큰 잔에 조금 따라 향기를 맡아보라. 풍성하고 진한 과일의 맛, 노란 빛깔, 여운과 감촉과 풍미가 있다. 그것 자체로 여름사냥이 된다. 좀더 강하고 진하며 풍부한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에르미타주 블랑(12만원)을 권한다. 포도의 구성은 같지만, 한층 강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입 신동와인, 소비자가격 5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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