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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 | 외국인 영어교육 봉사 동아리 ‘HOPE’

한국에서 받은 사랑 ‘희망’으로 돌려줄래요

영어교육에서 소외된 어린이들 열정과 정성으로 가르쳐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한국에서 받은 사랑 ‘희망’으로 돌려줄래요

한국에서 받은 사랑 ‘희망’으로 돌려줄래요

영어봉사를 펼치는 HOPE 회원들.

한국에서 영어는 기대 이상의 지위를 누린다.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어는 정규교육 과정에서부터 취업까지, 아니 취업 이후에도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올라서느냐 주저앉느냐를 냉정하게 결정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전체가 영어에 ‘미쳤다’. 조기 유학은 물론 국제중, 외국어고 진학에 목숨을 건다. 대학 다니면서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못한 사람은 원시인 취급을 받는다. 눈만 잠시 돌려봐도 수많은 영어학원 강좌와 영어 교재가 우리를 에워싼다. 바야흐로 영어 공화국이다.

하지만 누구나 영어교육의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영어 광풍에서 소외된 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간단한 ‘A, B, C’와 ‘Hello’. 그 이상은 없다. 영어 능숙도에 따라 사회적 격차는 심화되지만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양질의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움직임이 있다.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 의해서 말이다.

영어 봉사단체 HOPE(Helping Others Prosper through English)는 말 그대로 영어교육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필립 로자노(28) 씨를 중심으로 3명의 외국인과 1명의 한국인이 영어를 가르치는 네트워크를 조직한 것이 HOPE의 첫출발이다. 창립 멤버인 백규현(30) 씨와 필립 씨는 회사 건물을 같이 쓰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어색하게 인사나 하며 지나가던 사이가 어느 순간 진실한 얘기를 털어놓을 만큼 친한 친구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 ‘희망’으로 돌려줄래요

학생들과의 친숙함이 중시돼 영어 봉사자들은 최소 3개월은 봉사하도록 서약서를 쓴다. 왼쪽은 HOPE 홈페이지 포스터.

백씨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외국인들을 돕고 싶었다고 한다.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에서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합니다. 일부 검증받지 못한 외국인 강사들이 한국에 와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친구들은 봉사활동으로 그런 이미지를 씻어내고 싶어했죠. 하지만 이들에게 봉사활동을 소개하는 마땅한 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죠.”



HOPE는 영어교육에서 소외받은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해 이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영어교육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소외된 어린 학생들입니다.”(필립 로자노)

현재 HOPE 영어강의 봉사자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홍보를 통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및 외교관 부인들까지 봉사자로 모을 계획이다. 봉사자로 선정되면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1~2시간, 최소 3개월은 하도록 서약서를 받는다. 어린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생들의 나이와 레벨에 따라 교육 수준이 정해진다. 이때 한국인 조정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 자원봉사자 중에는 학원 제자들이 많다. 한국인 조정자는 외국인 선생님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그들이 교육과정에서 궁금해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시행착오에서 얻은 나름의 노하우다.

당찬 각오로 출발했지만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경제생활이 안 좋은 학생들을 모집한다고 광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도움을 주겠다는 구청과의 연계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이제는 여기저기서 봉사를 요청할 만큼 기반도 확대됐다.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웹 사이트(www. alwayshope.or.kr)도 만들어졌다.

HOPE의 활동영역이 커지자 교과서, 학용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주변에서 지원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중 학원이나 카페에서는 일정한 공간을 마련해 상설 교육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특히 교과서 기부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 대학교수는 자신이 구입한 교과서를 기부하겠다고 합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던 한 교포분은 자신의 온라인 영어교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죠.”(백규현)

교과서 기부 등 지원도 줄 이어

서울시도 2009년 예산 편성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이건준 간사는 “2009년에는 교육받은 선생님, 아동, 지역 센터 등의 만족도를 조사해 내후년도 예산에 반영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백씨는 한국인들이 봉사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직업과 봉사를 분리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봉사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는 일에 할애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만족한다는 것. 백씨는 “한국인들은 시간이 없으면 봉사활동을 뒤로 미룬다. 하지만 외국인 선생님들에게는 봉사활동이 일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새해에도 HOPE의 봉사활동은 계속된다. 주말마다 영어강의가 개설돼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국인들에게 친숙함을 느끼면서 다른 문화를 쉽게 접하게 된다는 것이죠. 상징적인 봉사를 벗어나 더 좋은 영어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필립 로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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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361-1066 scud2007@donga.com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92~93)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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