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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의 ‘溫故而知新’

경제수장 3인 합창 좀 하라!

경제수장 3인 합창 좀 하라!

경제수장 3인 합창 좀 하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등이 10월1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 때의 일이다. 태자와 중신 방총(龐蔥)이 볼모로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邯鄲)으로 가게 됐다. 출발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방총이 심각한 얼굴로 혜왕에게 묻는다.

“전하, 지금 누군가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믿으시겠나이까?”

“누가 그런 말을 믿겠소(不信).”

“두 사람이 똑같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찌하시겠나이까?”

“의심을 할 것이오(疑之).”



“만약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뢴다면 그땐 믿으시겠나이까?”

“그땐 믿을 것이오(信之).”

“전하, 저기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없는 것이 분명한데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뢴다면 호랑이가 나타난 게 되옵니다(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방총은 자신이 조나라로 떠난 이후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지만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말라고 당부했다. 왕은 어떤 모략도 믿지 않겠다고 했다. 역시나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 그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몇 년 후 태자는 돌아왔지만 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귀국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믿게 된다는 뜻으로 흔히 이르는 ‘삼인성호(三人成虎)’. 한비자의 ‘내저설(內儲說)’과 전국책(戰國策)의 ‘위책 혜왕(魏策惠王)’에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비명(悲鳴)이 봇물 터지듯 하는 요즘, 경제전문가 20인의 설문 결과가 흥미롭다(동아일보 10월23일자 1, 3면 참조).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르면 예상치 못한 혼돈 불러

국내 경제전문가 20명 중 14명(70%)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경제 수장(首長) 3인’의 손발이 맞지 않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3인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현 경제시스템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에 대한 소신이 강한 강 장관과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이 총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매긴 항목별 점수를 보면 더 구체적이다.

강 장관은 ‘신뢰’는 최하점(10점 만점에 4점), 용기는 최고점(7.90점)을 받았다. 이 총재는 신뢰(8점)는 높지만 협상력(5.78점)이, 전 위원장은 포용력과 인내력(7.16점)은 높지만 용기(5.90점)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독불장군형’ 강 장관과 ‘협상부족형’ 이 총재, ‘수동형’ 전 위원장이 ‘삼인삼색(三人三色)’이니 ‘하모니’는 요원할 수밖에.

언어는 인간의 의사소통에 불가결한 도구로 추상적인 논리와 사고를 발달시켰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말은 때론 예상치 못한 혼돈을 가져다준다. 탤런트 고(故) 최진실 씨 자살 사건도 그렇지 않은가.

경제위기의 깔때기로 빠져드는 요즘, 각기 다른 말로‘시장 혼선’이라는 예상 밖 호랑이를 만든 3명의 수장이 빠른 시간에 시장 신뢰를 회복해 경제 강국 ‘한반도 호랑이’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새 버전’을 위한 전문가들의 주문은 간단하다. “유기적인 협조를 하라. 정책 발표 전 사전 조율을 거쳐라. 담당 분야를 명확히 해 말실수하지 말라.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라.”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33~33)

  •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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