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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DIGITAL IS BACK!

일곱 번째 쇼핑

DIGITAL IS BACK!

DIGITAL IS BACK!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가짜 황금처럼 번쩍거리는 디지털 시계가 인기랍니다. 옛날에 쓰던 디지털 시계와는 살짝 다르죠?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적인 형태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20년 전에 완전히 사라졌던―사라졌다고 생각했던―전자시계와 촌스러운 황금색 시계들이 다시 살아나 트렌드 세터들의 팔목 위에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겁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낚시가 아니라 파는 사람도 무척 안타까운 실제 상황이라는 걸, 인터넷 쇼핑몰을 밤새 뒤지고 난 뒤 토끼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더 믿을 수 없었던 건 ‘겨우’ 전자시계 하나를 사는데, 주문 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는 것이죠. 제작에 수년이 걸린다는 에르메스의 버킨 백도 아닌데 말이죠.

1980년대에 전 세계 시계산업을 발칵 뒤집어놓은 건 일제 디지털 시계와 쿼츠 시계들이었습니다. 일제 시계들이 사람 손으로 나사와 톱니바퀴를 깎아 만드는 스위스 기계 시계들을 몰아낸 것이죠. 싸고 정확한 데다 계산기도 붙어 있는 일제 디지털 시계를 누가 마다할 수 있었겠어요? 부지런히 밥을 줘도 조금씩 느려지는 기계식 시계는 서랍 어딘가에 처박혔고, 우리 모두는 숫자 시계 옆면의 스위치를 꾹 눌러 환하게 조명이 들어오면 ‘전격 Z작전’의 주인공이 되어 오지 않을 ‘키트’를 부르곤 했었죠.

하지만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21세기가 되자 사람들은 다시 아날로그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스위스 기계식 시계들은 르네상스를 맞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식 기능이 많은 기계식 시계는 발굴 ‘유물’보다 더 비싸답니다. 저도 정교한 기계의 품성을 보여주는 기계식 시계를 좋아해요. 그래서 번성했다 사라진 공룡처럼 디지털 시계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했던 거죠. 사실 그의 운명에 관심조차 없었어요.

그러나 70년대에 대한 복고가 온다면, 8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도 가능한 거죠. 디스코와 펑크, 부풀린 파마머리가 유행하고, 주렁주렁 매단 액세서리가 ‘잇 아이템’였던 그 시절 말이에요. 그때 젊은이들은 명품계 같은 건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싸구려 도금시계와 팔찌, 커다란 링 귀고리가 트렌드 세터들의 액세서리였지요.

최근 복고가 패션의 가장 강력한 키워드가 되면서 80년대에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금딱지와 디지털 시계도 되살아난 것 같아요. 번쩍번쩍한 금도금에 벽걸이 디지털시계를 축소한 듯한 빨간색 숫자는 다분히 팝적이고 키치적이어서 나이 지긋하고 점잖은 층의 고급 슈트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최근에 본 가장 배타적이고 젊은 패션 아이템이라고나 할까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노골적인 ‘유광’에 ‘골드컬러’ 디지털 시계가 가장 인기 있어요. 은근슬쩍 명품인 척할 생각은 전혀 없시다, 형씨, 이런 거죠.



DIGITAL IS BACK!
“올봄부터 장동건, MC몽 등 연예인들이 디지털 시계를 착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어요. 최근 인기 있는 미국 시계 브랜드들은 장사를 할 뿐 아니라 아티스트나 운동선수를 후원해요. 이런 이미지가 젊은 층에 명품 이상으로 어필하나봐요.”(박근태, ‘베스탈’의 리코 인터내셔널)

마음에 드는 시계들이 모조리 품절이라 서랍을 뒤져 10년 넘은 누런 시계를 찾아냈어요. 그런데 옛날 시계는 그저 옛날 것일 뿐이더군요. 한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지금 유행하는 금딱지 시계들, 옛날 것 같지만 동시에 매우 미래적인 콘셉트”라고 말하더군요. 유행이란 이런 거죠. 과거와 아주 닮았지만 단 한 개도 옛날 옷장에서 건질 수 없게 하는 것. 유행이란 결국 시간이니까요.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27~27)

  •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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