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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위기의 초딩’ 여름방학 구출 대작전

방안에서 학교처럼 공부하기? 초딩의 방학 잔혹사

방안에서 학교처럼 공부하기? 초딩의 방학 잔혹사

방안에서 학교처럼 공부하기? 초딩의 방학 잔혹사
초등학교 4학년 소민(10)이는 이번 여름방학을 필리핀에서 보낸다. 석 달 과정의 영어캠프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소민이는 이미 방학식이 시작되기 2주 전인 7월 초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소민이는 필리핀 사립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며 현지 교사들에게 영어를 배운다. 명칭은 ‘캠프’지만 몇 가지 야외활동을 제외하면 하루 8시간 넘게 영어수업이 진행되는 사실상 해외 영어연수라고 할 수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Reading/ Listening/ Speaking/ Writing/ Grammar로 이어지는 촘촘한 시간표에 따라 공부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간혹 또래 아이들 중에는 낯선 환경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는 아이도 있다. 소민이의 경우 하루나 이틀에 한 번 전화 통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전화를 한다.

소민이 엄마 서모(39) 씨 역시 10세 딸아이를 혼자 타국에 보내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 초 서울 강남지역으로 이사 온 후 “다른 아이들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는 걸 실감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당시 5학년이던 큰아이를 먼저 석 달간 필리핀에 보냈지만, 영어캠프 때문에 수학을 소홀히 한 탓에 6학년에 올라간 뒤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수민이는 무리를 해서라도 조금 일찍 보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빡빡한 영어캠프 아니면 학원수업

“아이들이 전학을 와서는 그래요. 여기 애들은 영어실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실제 영어유치원 출신도 많고,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온 아이도 한 반에 5~6명은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방학 동안이라도 영어를 보충해야 했죠.”



영어캠프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동남아 국가라지만 항공료를 제외한 캠프 비용만 5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욕심 같아서는 미국 캐나다 등으로 보내고 싶지만 그 경우 1500만~2000만원이 깨지는 것은 예사다. 소민이네 학급의 경우 약 20%의 아이들이 해외로 영어캠프를 떠났다.

방학 중 해외로 영어캠프를 떠나는 학생들은 계속 늘고 있다. 캠프 전문업체인 캠프코리아의 오재욱 대표는 “최근 2~3년 사이 영어캠프 시장의 크기가 확대됐고 그중에서도 해외로 떠나는 학생이나 영어캠프 업체 수는 2~3배 늘었다”고 설명한다.

이미 2000년 초부터 시작된 국내 영어캠프의 인기도 여전하다. 영어와 친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른바 ‘인텐시브 코스’로 불리는 특목고 준비 혹은 토플 준비 프로그램도 있다. 이 코스에서는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점심과 저녁 식사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영어수업으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4, 5, 6학년 학생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학년이 내려와 3학년 이하 저학년 참가자도 늘었다고 오 대표는 덧붙인다. 적게는 몇십만원에서부터 많게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200만~300만원을 넘기기도 하지만 유명 캠프의 경우 모집공고를 내자마자 등록이 마감되기 일쑤다.

물론 아이들의 방학에 영어캠프가 전부는 아니다. 대다수 아이들의 방학은 학원수업으로 채워진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대신 학원 ‘특강’이 개강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학 전문학원 이모 강사는 “아이들이 방학 때 더 힘들어한다. 방학에는 기존의 학원에 특강이 추가되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수학의 경우 아이들이 선행학습 하는 과목으로, 잘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미 중3 과정을 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지역의 한 초등학교 5학년인 윤정(11)이는 기존에 다니던 영어와 수학, 태권도 등에 이번 방학에 수영을 추가해 모두 6개 학원을 다닌다. 빡빡한 학원 스케줄에 학교 숙제보다 더 많은 학원 숙제도 무게를 더한다. 어린아이에겐 벅차 보이지만 윤정이는 되레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친구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친구 중에는 12개 넘게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실제로 서울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사회성이 없다”는 말이 돌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은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억울하다”고 답한다. 서울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 아이를 둔 이모(40) 주부는 “학원 교육이 아이 교육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는 방법이 없어요. 엄마가 매일 아이와 함께 여행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놀릴 수도 없잖아요. 우리 부모 세대는 아이를 방임해 키웠지만 이제는 워낙 경쟁사회이고 사회가 위험하다 보니 아이를 어디 나가서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어렵죠.”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김모 주부 역시 “분당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영어, 수학, 운동 하나, 악기 하나, 학습지 등 학원 5개는 기본”이라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안에서 학교처럼 공부하기? 초딩의 방학 잔혹사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 또 수업

“아침 8시에 영어 특강이 시작돼 밤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제가 가서 차로 데려와요.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분당에서 이렇게 안 하면 뒤처지니까 안 하게 할 수도 없죠. 집에 돌아오면 학원 숙제나 일기를 쓰고 밤 12시쯤 잠듭니다. 이렇게 되니 아이가 혼자서는 뭘 못하는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 ‘엄마, 나 뭐 해?’ 하고 물어본다니까요.”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과도한 학업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가 처음엔 드러나지 않지만 사춘기 시절에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는 “부모의 욕심으로 휴식이 필요한 방학에 과도하게 학원이나 캠프 등에 보내면 그에 대한 반발심이 생겨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불쌍해도 다른 집들을 보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2008년 여름방학을 맞은 대한민국의 ‘초딩’들은 옆집 아이들을 따라잡느라 ‘잔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기사 취재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김수영(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 서혜림(연세대 영문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체크리스트 혹시 당신도 잔혹 부모?

1. 방학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기간(1점)/ 지난 학기 배운 내용을 보충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기간(0점)이다.

2. 여름방학에 선행학습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0점)/ 아니오(1점)

3. 방학 생활 및 학습 계획은 아이와 함께(자녀의 의사를 존중해서) 계획하고 결정한다. 예(1점)/ 아니오(0점)

4. 방학 중 휴가계획은 아이의 학습 위주로(0점)/ 가족이 함께하는 휴식이 되도록(1점) 짠다.

5. 방학 동안 일상생활에 대한 아이의 의견을 잘 듣고 이해하려고 한다. 예(1점)/ 아니오(0점)

6. 나태한 방학생활은 용납할 수 없다. 방학 중에는 아이에게 잔소리와 간섭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예(0점)/ 아니오(1점)

7. 방학 때는 아이를 학원(가정방문 학습 포함)에 3개 이상 보낸다. 혹은 학기 중보다 더 많이 보낸다. 예(0점)/ 아니오(1점)

8. 하루 중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아이와 실질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은 5시간 이상(1점)/ 미만(0점)이다.

9. 방학 중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기회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된다. 예(1점)/ 아니오(0점)

10. 이번 방학에 아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원, 캠프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게 계획했다. 예(0점)/ 아니오(1점)

총점수가 5점 미만(0~4점)이라면 당신은…

자녀를 힘들게 하는 잔혹한 부모입니다. 당신은 자녀는 보지 못한 채 목표만 보고 있습니다. 부모가 독주해 무리한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고 독촉하면 아이가 자신감 저하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부모의 욕심이 아이를 병들게 합니다.

총점수가 5~7점이라면 당신은…

행복한 여름방학을 망칠 위험이 있습니다. 이번 방학에 충분히 휴식하며 알차고 건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아이의 처지에서 다시 한 번 계획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총점수가 8점 이상(8~10점)이라면 당신은…

아이의 여름방학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좋은 부모입니다. 당신은 아이가 부모의 관심 속에서 즐겁게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군요. 대화를 통해 부모와 자녀 서로간에 의견을 존중하며 계획을 세우고 보람찬 여름방학을 보내도록 지금처럼 노력해주세요.

본 체크리스트는 덕성여대 이경옥 교수(유아교육), 이정수 연구원(아동게임연구센터)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주간동아 2008.08.05 647호 (p30~32)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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