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9

2008.06.10

잇단 ‘내우외환’ 파고 위기에 몰린 치안 리더십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6-02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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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내우외환’ 파고 위기에 몰린 치안 리더십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53·사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어 청장이 과연 경찰 수장직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가 뭘까.

    어 청장 주변에서 벌어진 상황만 정리한다면 그는 지독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문화제에 대한 강경 대처로 일부 정치권과 시민에게 질타받고 있는 데다 가족 문제로 연이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가뜩이나 촛불문화제의 배후세력 존재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 수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장남의 병역면제, 동생이 자본금을 댄 부산 모 호텔 내 업소의 성매매 의혹까지 연이어 불거지면서 완전히 코너에 몰린 신세가 됐다. 게다가 성매매 의혹에 대한 보도 배경과 취재기자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 현지 경찰정보과의 인력을 동원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여론은 더욱 세차게 그를 몰아치고 있다.

    사실 어 청장의 위기는 취임 초부터 찾아왔다. 지난 1월 경찰청장에 내정되자마자 경찰 내부에서부터 조직의 힘을 완벽하게 등에 업지 못했다. 당시 고려대 출신 강희락 전 경찰청 차장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리라는 기대감에서 움직인 일부 경찰 인사들을 좌천격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조직을 융합하는 데 실패한 것이 결정적이다. 그 부담은 이후 청장으로서의 운신에 많은 제약과 한계를 불러왔다.

    어 청장은 지난 정부에서 경남지방경찰청장, 부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노무현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어 청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에 임명됐고,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국민 여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도 촛불문화제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등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



    그러나 이전부터 본의 아니게 터져나온 일련의 상황들이 그를 돕지 않았고, 이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 창전동 네 모녀 살해 사건,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등 강력 사건들에 대한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잇따라 지적되면서 경찰 수장으로서의 권한과 통제력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러는 동안 어 청장을 바라보는 여론도 급냉각됐다. 그 스스로도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5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촛불문화제 얘기를 하다 말고 “민생치안 단속에 전념했지만 다른 건에 묻혀버려 아쉽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는 어 청장이 비(非)고시 출신인 데다 경찰 요직을 두루 거쳐 정권 초기 경찰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에 대한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어 청장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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