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7

2006.01.03

사이비 종교 망령에 또 상처

호주, 신도 간의 사랑 ‘신의 아이들’ 버젓이 활동 … 20여년 전 性학대 언론 통해 낱낱이 공개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입력2005-12-28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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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비 종교 망령에 또 상처

    방송에 나와 ‘신의 아이들’의 성적 학대를 공개한 과거 신도들.

    2005년 11월18일 호주인들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20여년 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해 호주 사회를 바짝 긴장시켰던 사이비 종교 ‘신의 아이들(The children of God)’이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신의 아이들’은 당시 교주로 있던 데이비드 버그가 ‘신도 간의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유로운 성관계를 강요했고, 미성년자의 성관계까지 조장해 도덕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다. 이러한 종교가 지금까지도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성인이 된 당시 아이들이 받았던 온갖 성적 학대가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

    호주 언론에 따르면 ‘신의 아이들’은 이름을 ‘가족(family)’으로 바꿔 신도를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1989년 이 종교 단체를 탈출해 현재 골드코스트에 살고 있는 에바 세인트 존스(45)는 “얼마 전 ‘가족’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이런 관행들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가족은 퀸즐랜드 주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신도를 모집하며 여전히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성년자에게 성관계 조장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이 단체의 실체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에바는 “단체의 핵심 세력들이 새로 가입한 신도를 감시하고 심지어는 ‘단체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죽여버릴 것’이라고 협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도들이 가입하는 즉시 이름을 바꾸기 때문에 그들의 친인척조차도 ‘신의 아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과거 이 단체의 신도였던 리처드(28) 역시 “일단 가입하면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알 수 없게 통제당한다”며 “축구를 ‘악마의 스포츠’로 규정해놓고 캠프장에서 사람들과 축구하는 것조차 금지한다”고 털어놓았다. 부모가 이 단체의 신도가 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공동 캠프장에서 자랐다는 나탈리 마코프(26)는 네 살 때 처음으로 10대 소년들과 ‘종교적 사랑’이란 명으로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성적 학대의 예를 자세히 공개한 그는 “열 살도 안 된 어린 소녀들에게 ‘천국의 소녀’라는 책을 나눠 주었는데, 여기에는 ‘신도 간 사랑’을 하는 한 방법으로 여러 소년들과 성관계를 하는 방법이 명시돼 있다”며 “심지어 새로운 남자 신도들을 유혹하기 위해 소녀들이 입어야 할 옷차림까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고 했다.

    어릴 적 공동 캠프장에서 성적 괴롭힘을 받은 피해자들은 성인이 된 지금도 대인공포증을 앓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경우엔 자신들을 그곳으로 데려간 친부모에게 극단적인 분노를 드러낸다. 리키 로드리게스는 2005년 1월 어머니의 친구인 안젤라 스미스를 칼로 살해하고 자신도 권총자살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리키는 그의 친부모가 사라지자 부모에 대한 분노심을 어머니 친구를 살해함으로써 달랜 것”이라며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 망령에 또 상처

    ‘신의 아이들’의 교주인 데이비드 버그.

    아무리 신자들의 믿음이 강하다 해도 자신의 어린 자녀가 성관계를 하는 것을 쉽게 용납할 부모가 있을까. 이에 대해 20여년 전 자녀와 함께 공동 캠프장에서 생활했던 에바는 “종교의 영향을 받아 당시에는 성관계를 어린아이들과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성병에 걸려 입원하는 것을 보며 이 종교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의 아이들’ 같은 종교가 당시 호주 사회에서 크게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종교학자들은 “‘신의 아이들’은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히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음악과 춤을 즐겼다”며 “노래 가사는 유독 억압된 성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친밀해진’ 신도들은 히피족처럼 집단으로 거주하며 서로간의 친목을 더욱 다져나갔던 것.

    사이비 종교 망령에 또 상처

    ‘신의 아이들’은 성관계 갖는 방법이 명시돼 있는 책을 열 살도 안 된 어린 소녀들에게 배포해 읽도록 했다.

    미국에까지 영향력 확대 충격

    또 ‘신의 아이들’은 기존 신도들이 새로운 신도들을 성적으로 유혹하며 세력을 넓혀갔는데(이는 ‘성적인 낚시질(flirty fishing)’이라고 불리는 공식화된 교세 확장 방법 중 하나였다), 이는 ‘가족’으로 이름이 바뀐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가족’에서 탈출한 글렌 맥라렌은 “스트립 바에서 일하는 여종업원 몇몇이 ‘가족’의 신도들이었다”며, “이들은 자신의 성을 팔면서 새로운 신도를 모집했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 망령에 또 상처

    ‘신의 아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현재 ‘가족’의 신도들.

    그런데 이렇게 이 종교의 실체를 언론 등에 증언한 사람들에 대해 각종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글렌 맥라렌은 “8월 한밤중에 누군가 내 차에 벽돌을 던져 크게 파손됐고, 지금도 밤마다 집으로 돌과 계란 등이 날아온다”며 “신변 보호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가족’의 대변인 클레어 보로스키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성적인 종교 관행은 철저히 금지되고 있다”며 그들을 향한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호주 연방 경찰청은 “신흥 종교인 ‘가족’이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FBI와 공조해 이 종교가 지금도 어린아이들에게 성적인 학대를 계속하고 있는지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연방 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 호주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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