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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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캐고 범게 잡고‘추억 빵빵’

  • 최미선 여행 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5-09-14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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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들머리’: 첫날은 점심 전에 전북 고창군 해리면에 도착해 소금 긁기와 갯벌 사파리 체험을 즐기고, 노을이 아름다운 동호해수욕장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은 아침 일찍 서둘러 선운사와 학원농장을 둘러본 뒤 구시포해수월드에서 해수찜을 하고 나면 돌아오는 여정이 더없이 개운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긴 하지만 아직도 한낮의 햇살은 따갑다. 이즈음 피서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특히 싱그러운 갯내음을 맡으며 갯벌에서 꼼지락거리는 게와 조개를 만져볼 수 있는 갯벌 체험과 염전 체험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보다 요즘이 제격이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해넘이마을이라 불리기도 하는 해리면에 가면 눈처럼 하얀 소금을 직접 채취할 수 있고, 개조한 경운기를 타고 갯벌 사파리를 즐기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16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염전 규모를 자랑하는 해리면에 들어서면 바둑판처럼 네모 반듯한 염판만 가득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햇볕이 내리쬘 때마다 반짝반짝 소금꽃이 피는 이곳에선 짠물을 가득 담은 염판 위에서 직접 소금을 채취할 수 있다.

    소금 만들기 체험 요즘이 제격

    조개 캐고 범게 잡고‘추억 빵빵’

    구시포해수월드.

    바닷물이 어느 정도 증발된 염판에는 하얀 소금 알갱이가 동동 떠 있다가 농도가 더 진해지면 뽀얀 모습으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때 염판에 들어가 소금을 긁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 밑으로 소금 알갱이들이 사각사각 밟히는 느낌이 별스럽다. 이곳에서 나무 가래로 바닥을 훑으면 한 바가지는 족히 될 양의 소금이 밀려나온다. 그렇게 여러 번을 거듭하면 어느새 하얀 소금더미가 한가득 쌓인다.



    염판 위에서 땀 흘리며 소금을 긁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해 뜨끈한 물도 개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직접 소금을 채취하다 보면 ‘한 알갱이의 소금도 아껴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조개 캐고 범게 잡고‘추억 빵빵’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의 메밀꽃.

    염전에서 ‘뜨거운 맛’을 본 뒤엔 인근에 있는 동호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맛을 즐겨보자. 넓은 백사장을 따라 해송 숲이 장관을 이루는 동호해수욕장에서는 경운기를 타고 물이 빠진 바닷가를 마음껏 누비는 갯벌 사파리 체험이 이색적이다. 물이 빠지면 2km에 달하는 넓은 갯벌이 드러나는데 그곳을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재미가 그만이다. 특히 밀려오는 파도를 제치고 바닷물 안으로 들어갈 땐 더욱 신난다. 경운기가 바닷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통통배를 탄 듯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갯벌에 들어가 갯벌 생명체 관찰하기와 조개 캐기, 조개껍데기 줍기, 포망으로 새우 잡기도 할 수 있다.

    온몸에 흙이 묻어도 가족 모두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갯벌 체험이 끝나면 경운기를 타고 뻘흙이 고운 머드체험장으로 이동, 천연 머드팩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밤중엔 랜턴을 들고 갯벌 안에서 범게(무늬가 호랑이 얼굴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게)잡이도 할 수 있다. 어른 주먹만한 게를 한 가득 잡아 즉석에서 삶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선운사엔 꽃무릇이 한창

    동호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남짓 걸리는 곳에 위치한 선운사도 들러볼 만하다. 선운사는 동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이곳의 아름다움은 꽃무릇(석산)이 피는 초가을에 정점을 이룬다. 선운사 들머리에서부터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 마애불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무리지어 핀 빨간 꽃무릇 밭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선운사에서 가장 많은 꽃무릇을 볼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옆 개울 건너편. 작은 개울 너머에 온통 붉은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꽃무릇 군락지 안으로는 산책로가 나 있어 꽃밭을 거닐며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선운사의 꽃무릇이 한창일 즈음, 공음면 선동리에 있는 학원농장에 가면 하얀 메밀꽃이 피어 선운사와 달리 하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봄이 되면 20여만 평의 이 넓은 들녘에 녹색 보리밭이 가득하지만 보리 수확 후에는 메밀을 심어 9월이면 솜사탕을 뿌린 듯 흰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허리께까지 올라올 만큼 불쑥 자라난 메밀대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고개를 숙이며 하얀 물결을 만들어내는 들판을 걷다 보면 걷는 이의 마음도 순백으로 물들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돌아오는 길목에 구시포해수월드에 들러 뜨끈한 해수찜을 하면 금상첨화. 전국에서 가장 염도가 높다는 구시포 앞바다 물을 이용한 해수찜은 마음까지 개운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고창IC-아산(733번 지방도)-해리-왕촌 삼거리(22번, 77번 국도 병용 구간)-동호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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