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2005.09.20

“HIV 오염 혈액제제, 환자 감염은 진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9-13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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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혈액으로 만든 의약품의 안전성과 관련, ‘HIV에 오염된 혈액제제에 의해 일부 혈우병 환자가 감염된 것이 진실’이라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HIV 감염 혈액이 의약품에 들어가더라도 제약사에서 불활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완제품은 절대 안전하다”는 정부와 제약사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서기석)는 혈액제제 생산회사인 모 제약사가 울산의대 조영걸 교수(미생물학교실)를 상대로 낸 명예·신용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약사가 HIV에 감염된 혈액을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하였고, 제조과정에서 정기적인 점검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HIV를 완벽하게 불활성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HIV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제조하였으며, 혈우병 환자들은 이러한 혈액제제의 투여로 감염에 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조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제약사는 조 교수가 2002년과 2003년 논문·신문·방송을 통해 “에이즈 감염 환자의 혈액이 국산 혈우병 제제의 원료로 사용됐고, 혈액제제를 먹은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에 걸렸으며, 혈액 제공자와 감염 혈우병 환자의 HIV 유전자 염기서열이 매우 유사하다”고 밝히자 이 내용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이 내용이 ‘진실’이라고 판결한 것. 1심에서 법원은 혈액제제에 의한 에이즈 감염에 대해 가능성은 인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제약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특히, 이 사건의 피해자인 일단의 혈우병 환자들이 7월 이 제약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울동부지법)에서 승소한 뒤 나온 판례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 측은 “이번 판결이 사실 관계를 잘못 확인한 데서 비롯됐다”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했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불활화를 하면 HIV가 절대 활동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의 인간적 실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이에 상대편 변호인인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는 “진실은 이미 드러났고, 법률심만 남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간동아가 9월5일 동아닷컴을 통해 특종 보도한 ‘에이즈 감염 혈액으로 만든 의약품 수만병 유통’ 등 관련 기사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약사에서 불활화 과정을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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