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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iTV 주파수 쟁탈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勞-勞’

창준위 vs 비대위 감정의 깊은 골 … 독자적 컨소시엄 구성 회생 해법조차 양극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勞-勞’

“어! iTV가 아직도 방송을 하네?”

다이얼을 돌리다 우연히 FM90.7MHz를 접한 사람이나, 인천 송도유원지를 지나치다 iTV 사옥을 본 사람이라면 iTV가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3월부터 재개된 라디오 방송은 올해까지 남아 있는 방송권을 이용한 한시적 방송이지만, iTV 법인으로 통합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유중)는 방송위원회의 부당한 판단과 극단으로 치달았던 노사관계가 초래한 iTV 정파(停波)를 인정할 수 없다며 iTV 사수를 외치고 있다.

1월1일로 전파 송출을 중단한 iTV-경인방송. 8개월째 접어든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는 iTV 구성원들은 몰락한 회사가 초래한 고난의 길을 함께 가고 있다. 이들은 6개월간의 실업급여마저 끊겨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 새 직장을 구하는 젊은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망가진 방송국을 지키려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5월부터 라디오 방송 재개

“회사를 몰락케 한 노조가 주장하는 식의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허황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지역 민영방송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전직 노조원들의 모임입니다. 현 상태대로라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어 이렇게라도 회사와 다시 손을 잡게 됐습니다.”(김유중 비대위 위원장)



50여명으로 꾸려진 비대위 쪽 직원들은 기자직을 주축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라디오 FM방송과 뉴스 취재를 계속한다. 5월4일 iTV의 1대 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이 감자를 결의하고 항구적인 경영권 포기를 선언한 터라, 비대위는 새롭게 컨소시엄을 구성해 iTV 법인을 인수케 하는 방안과 방송위의 정파 결정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 1심 결정(9월2일)에 기대를 하는 눈치다.

그러나 옛 희망노조(이하 노조)에게 비대위는 2004년 11월, 노조의 파업 결정을 어기고 회사와 야합한 배신자 혹은 투항자에 불과하다. 노조는 일각에서 일었던 노노 갈등이라는 시각을 거부한다. “비대위는 노(勞)가 아닌 사(社) 측에 불과하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노조 중심으로 꾸려진 새방송추진위원회 김명환 대외협력처장은 “비대위 인원은 4월1일 iTV 법인에 고용 승계됐기 때문에 비대위 실체는 없어졌다”고 정리했다.

“회사 망친 주범 vs 회사 측 빌붙어”

그렇다면 노조의 복안은 무엇일까. ‘희망노조’라는 이름으로 1대 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과 극단적 대결 양상을 보인 노조는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이 거부되자 2005년부터 인천지역 인사들과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진보적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를 꾸렸다. 노조원들의 퇴직금 10억원과 시민 주주로부터 15억원을 모아 ‘공익적 민간 방송’ ‘시청자 참여 방송’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서 새로운 방송국 개국에 나선 것이다.

새 방송사 출범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전 노조 조합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 관계자들, 심지어 각계 진보세력까지 거의 모두 참여한 이 모임은 “방송을 사유화한 부도덕한 기업과 함께하는 방송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비대위 측과도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만큼 감정의 골도 깊을 대로 깊어진 상태다.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 양측 시각 차이는 iTV의 복잡한 해법과 갈등의 골만큼이나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로 내놓은 해법조차도 이들이 취했던 태도만큼이나 양극을 오가고 있어, 과연 이들이 한때 같은 노조에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제는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네가 죽느냐, 내가 사느냐의 싸움이다”고 토로할 지경이다.

7년 반 동안 심화된 노사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1%도 채 안 되는 미미한 시청률에서 기인한 낮은 광고 수익과 IMF 사태로 인한 자본 감식, 회사 측의 투자 의지 부족 등으로 인한 재정난으로 2004년 말 방송위로부터 재허가 심사가 거부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이들이 실패를 규정짓는 시각에서부터 크게 어긋나 있다.

“회사를 망하게 한 것은 노조 측이다. 요즘 밖에 나가서 아예 솔직하게 회사 구사대 노릇한다고 말한다.”(비대위 소속 기자)

“회사 측에 빌붙어 당근을 좇은 이들이 자신들을 노(勞)라고 규정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애당초 투자의지도, 노조와 대화할 의지도 없었던 회사 책임이 더 크다.”(창준위 소속 기자)

한마디로 이들의 의견 차이는 ‘현실론’과 ‘이상론’으로 정리될 수 있다(물론 노조 측은 “우리 역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비대위의 논리는 노조의 이익만을 좇은 강경 노조와 진보 이념 실현에 치우친 언노련 등의 외부 단체가 어떻게 회사 몰락을 재촉했는지 열거하면서 “앞으로 어떤 자본이 되건 간에 이 같은 강경 노조와는 어떤 방송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노조와 결별했다”는 의견을 내보인다. 노조의 지나친 경영 간섭, 강경 파업, 경영 비협조 등이 1대 주주인 동양제철화학과 2대 주주인 대한제당이 방송 사업에서 손을 떼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비판이다.

반면 창준위는 iTV의 실패는 동양제철화학의 무능 구태 경영이 시작되면서 예정돼 있었다고 본다. 어차피 몰락할 회사였는데, 그 시기가 좀 앞당겨졌다는 것. 1대 주주인 동양제철화학에 대한 평가 역시 극명하게 엇갈린다. 비대위는 “순진한 대주주들이 방송노조를 잘 몰라 당했다”는 시각이지만, 창준위는 “대주주들은 방송을 사유화하기 위한 추악한 3류 재벌에 불과했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노조는 현 iTV법인을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방식의 이전 iTV로 돌아가는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창준위가 공익적 민간 자본을 방송문화진흥위원회(MBC의 대주주, 이하 방문진) 기독교방송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을 꼽고 이들 가운데 하나를 1대 주주로 세우고 싶어한다. 1대 주주를 공익적 민간 자본으로 세우고, 시민 주주 10% 등을 내세워 40% 이상의 공익 자본을 방송을 꾸린다는 것이다.

현재 양측은 상호 비방을 자제하면서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어차피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판나는 만큼 독자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것. 창준위는 방문진이나 CBS를 최선의 협상 파트너로 꼽고 있지만 방송계 현실상 충격파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고, 비대위 측이 iTV 법인과 구성할 컨소시엄은 남아 있는 창준위 노조원의 고용 승계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의 한 고위 인사는 “iTV는 충분하게 매력이 있는 투자대상이지만 강성 노조라는 걸림돌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iTV 주파수로 방송에 뛰어드려는 일부 자본은 “노조는 끌어안을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화해하고 대통합하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고용 승계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긴 다툼 속에서 배는 조금씩 산으로 가고 있다. 비대위와 창준위 모두 지금보다 더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5.08.23 499호 (p20~2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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