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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26 개각 숨은 그림 읽기

박지원은 대선기획수석?

야당 반발 감수 DJ ‘회심의 手’ … 한나라당 “대선 위한 포석” 예의 주시

박지원은 대선기획수석?

박지원은 대선기획수석?
3·26개각을 통해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행보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파문 와중인 지난해 9월20일 “곧 국민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물러난 그는 자신의 희망대로 재기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언론 및 정무 분야는 물론 남북관계 등 전방위에 걸쳐 맹활약했던 ‘박지원 수석’의 등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첫 반응은 ‘격렬한 비난’이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박수석을 기용한 것은 이번 개각 최악의 자충수”라며 “국민 우롱의 극치로 정권의 운명을 단축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렇듯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박수석을 기용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해 레임덕을 막고 강력한 통치를 펴나가겠다는 전반적인 기조가 그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여론용으로 보면 낙제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지면 아무 것도 못한다. 어차피 민심이 바닥인 만큼 일로 평가받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기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통령의 박수석에 대한 신뢰는 정가에 널리 알려졌다. 일화 한 토막.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가진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은 “박 전 장관은 억울하게 사퇴한 것 같다. 한나라당이 너무 가혹했다”고 말해 이총재를 놀라게 했다. 당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총재가 이후 ‘박 전 장관의 컴백을 막으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지난 연말 이른바 ‘권노갑-한화갑 갈등설’이 한창일 때는 김대통령의 메신저로 양측을 오가며 중재를 하기도 했다.

박수석과 관련해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설과 국정원장설이 무성했기에 정책기획수석으로 기용된 것을 뜻밖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정책기획수석이라는 자리는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올라운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부지런한 박수석이 일하기에는 적격이라는 것.



정책기획수석실 한 행정관은 “정책기획수석실은 한마디로 업무의 신축성이 크다. 공공부문 개혁이나 규제완화 등 모든 부처를 아우르는 업무를 하는 게 특징이다. 또 기획예산처-중앙인사위원회와 업무상으로 깊이 관련돼 있어 인사와 예산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정부 들어 강봉균-김태동-김한길-김성재 등 출신 분야가 다른 네 명의 수석이 있었는데 각각 중점을 둔 분야가 달랐다. 수석이 바뀔 때마다 인적 배치가 전면적으로 바뀌곤 했다. 박수석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언론과 정무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나라당은 박수석의 기용을 내년 대통령선거와 연관지어 보고 있다. 여의도 연구소 한 관계자는 “박수석은 한마디로 대선기획수석이다. 그는 본격적인 대선기획을 책임지고 정책기획수석이 된 것이다. 개각을 계기로 동교동 구주류의 힘이 다시 커진 점, 박수석이 이른바 ‘영남포위론’을 주장한 이영작 박사와 절친하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김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구축한 이런 기조라면 4, 5월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수석은 또 ‘장외’에 있으면서도 한나라당과 지속적으로 채널을 유지하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가꿔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 측근인 한나라당 하순봉 부총재가 상대였다. 하부총재는 “대변인할 때 친하게 지낸 인연으로 가끔 전화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박수석이 김대통령과 이총재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간동아 2001.04.05 278호 (p14~14)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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