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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구조 편중, 변화는 제자리걸음

한국 제조업 비중 세계 2위…변화 속도는 90년대 절반

  •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dlee@lgeri.com

산업구조 편중, 변화는 제자리걸음

산업구조 편중, 변화는 제자리걸음

구조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 STX조선해양의 경남 창원시 진해 야드. [동아일보]

실물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 약화가 추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대다수 산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투자 활동이 위축되자 고용 창출 능력도 약화됐다. 한국 경제의 활력 약화가 산업구조 변화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부가가치 비중 변화로 산업구조 변화를 측정해보면 1970년대 이후 계속적으로 산업구조 변화 정도가 작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 산업구조 변화는 현저히 감소했다. 제조업의 경우 2000년대 산업구조 변화 정도가 90년대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그래프 참조).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2010~2013년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 정도는 35개국 가운데 29번째로 낮다. 특히 제조업은 비교 가능한 25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가까운 24번째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고착화 경향이 강한 산업구조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제조업 의존도 높은 산업구조

이처럼 산업구조 변화 정도가 작게 나타나는 것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1970년대 평균 21.8%에서 2010년대(2010~2015)에는 30.6%까지 상승한 것.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제조업 비중이 감소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의 제조업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비중 1위 산업을 기준으로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국가를 살펴보면 대만이 제조업 비중 30.7%(2014년 기준)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바로 한국(제조업 비중 30.2%)이다. 공공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은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여러 산업 중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이지만, 우리나라와 대만의 제조업 비중은 이를 감안해도 유독 높은 편이다.



제조업 내에서도 편중은 심하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의 비중이 가장 높다. 2014년 기준 제조업의 부가가치에서 전기·전자 업종의 비중은 22.7%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 제조업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8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에서는 제조업, 제조업에서는 전기·전자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주력 산업인 전기·전자, 운수장비, 화학업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2015년 기준 3개 업종의 비중은 제조업의 55.4%(전체 산업에서의 비중은 16.4%)로 절반을 넘어선다. 제조업에서 화학업종의 비중이 1970년대 이후 13% 내외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음을 감안하면 주로 전기·전자와 운수장비업종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금속제품이나 기계장비업종의 비중도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이렇듯 한국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산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투자가 많이 필요한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하고,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은 투자가 줄어들 경우 지금까지 유지하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우리는 글로벌 경기나 소비자의 수요가 변해도 단기적으로는 산업구조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고, 이 때문에 산업구조 변화가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들 몇몇 산업이 부진할 경우 전체 경제가 악화되기 십상인, 집중화 위험이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제조업이 위축될 경우 경제 전체가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산업처럼 소득이나 경기 변화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변동하고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해외 경영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로벌 경기부진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경기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산업의 비중이 높으므로 경기변동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위험도 높다. 기업 실적이 해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해외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는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전체 실물경기가 활력을 보이지만, 해외 여건이 악화하면 국내 경기나 기업 실적이 빠르게 위축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정부 경제정책의 유효성은 낮아지고, 사업 계획 수립이 어려워진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되며, 결국 사업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고 경제 활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주력 산업 부진이 전체 경제 위축으로

산업구조 편중, 변화는 제자리걸음

주 | 국민계정의 산업분류를 기준으로 부가가치 비중의 변화를 합산하는 방법으로 측정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민계정 통계를 이용해 계산

이러한 사업구조 고착화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경제활동이 역동적이고 산업 활력이 높은 상태라면, 기업이 성장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도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산업의 자원 배분이 증가하고 성장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반대로 생산성이 낮은 산업은 자원 배분이 감소하고 성장성이 낮아지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과 수익성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산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았다는 의미다. 산업구조가 정체돼 있다 보니 수익성에 따라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그에 따라 효율성 역시 낮은 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관건은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얼마나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느냐다. 먼저 부실화가 심해진 기업을 신속히 구조조정해 수익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원이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다양한 산업의 분산 성장을 통해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열쇠는 시장 기능에 의해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자원이 배분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해 수익성 높은 산업으로의 자본흐름을 촉진하고 창업을 장려해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안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6.15 1042호 (p50~51)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d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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