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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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정원장 카드는 다목적 포석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06-23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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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규 국정원장 카드는 다목적 포석

    새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김승규 법무부 장관.

    “고영구 현 원장보다 더 못한 카드네!”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법무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진 6월15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터져나온 불만이다. 우리당 쪽에서는 고영구 원장의 사임 이후 ‘관리형 인물’보다 국정 운영을 뒷받해줄 실세형 인사의 기용을 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승규 카드’여서 여권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김승규 카드’에는 노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정원의 탈(脫)권력기관화에 대한 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측근이나 실세형 인사의 국정원장 기용에 대해서는 지금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규 장관은 ‘법조계 신사’로 통하는 인물로 노 대통령의 국정원장 자격 기준에 적합한 인사다.

    여기에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노 대통령의 불만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의 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나 사법제도 개혁 논의 등에서 검찰 조직의 이해만을 대변함으로써 개혁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는 “김 장관이 7월 인사에서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청와대 주변에서 후임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이로 미뤄 노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면 결국에는 검찰 조직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 카드’의 또 다른 장점은 ‘호남 민심 배려’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당초 권진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국정원장 후보로 염두에 둬왔던 노 대통령이 ‘김승규 카드’ 쪽으로 급선회한 데는 호남 민심을 붙잡지 못하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장관은 전남 광양 출신이다.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전남 지역의 여론은 최근 들어 ‘반(反)우리당, 친(親)민주당’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4·30 재·보선에서 완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남 지역 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민주당에 가세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김 장관이 국정원장 후보로 내정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쪽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의 문제로 중도하차한 이후 ‘인사 검증’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권진호 보좌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한미정상회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권 보좌관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는데, 해들리 보좌관이 “권 보좌관과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고 해 ‘권진호-해들리’ 라인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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