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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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800여명에 보낸 ‘러브레터’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01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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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800여명에 보낸 ‘러브레터’
    동인천 길병원 이수찬 원장(41·정형외과 전문의)은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올 한 해 자신에게 관절염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친필로 800여통의 편지를 썼다. 수술받은 자리는 어떤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수술 과정과 병원에서 불편한 내용은 없었는지 등이 편지의 내용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실적 3000건을 돌파한 정형외과 전문의인 그가 이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병원장이 된 지난 97년 5월부터. 퇴행성 관절염에 걸려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게 노환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지 잘 받았습니다. 쭛쭛할머니의 손자 쭛쭛” 그의 편지를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즉각 나타난다. 매년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 쓴 800여통의 답장이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물론, 병원 홈페이지에도 그들의 손자나 아들이 올린 감사의 말로 1년 내내 도배가 되다시피 한다. 편지의 내용은 ‘너무 감사한다’ 또는 ‘이런 의사도 있구나’ 하는 것이 대부분. 노인 환자에 대한 그의 배려는 지난해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일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무료수술로 이어지기도 했다.

    환자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라 그럴까? 노인 환자들은 이제 그의 편지를 숫제 ‘연애편지’라고 표현한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편지 속에 풀어낸다.

    “왜 우주복을 입고 수술하세요?” 요즘 환자들에게서 오는 편지 중 가장 많은 의문은 그의 수술복 차림. 수술중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우주복을 입은 것이 환자들에겐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이원장의 손이 굳은살로 단단해지고 투박한 것도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워낙 솔로 문지른 탓.



    이원장은 ‘가장 능력 있는 의사는 가장 친절한 의사’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환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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