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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한 마리에 스무 가지 맛

한여름이 제철인 민어

한 마리에 스무 가지 맛

민어 맛의 하이라이트인 부레, 숙성이 잘돼 핑크빛이 도는 민어회, 다디단 맛이 나는 민어전. (왼쪽부터)

민어 맛의 하이라이트인 부레, 숙성이 잘돼 핑크빛이 도는 민어회, 다디단 맛이 나는 민어전. (왼쪽부터)

초복과 중복을 간신히 넘기며 더위를 견디고 또 견디다 보니 입추가 코앞이다. 그래서인지 뜨거운 햇볕에 땅은 절절 끓어도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보면 더위를 향한 원망이 조금 누그러진다. 파란 하늘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고 있자면 결국 몸서리처지는 더위가 물러가고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줄 테니 마음 졸일 일도 없지 싶다. 그러다 문득 여름을 가장 여름답게 해주는 민어 한 마리가 바다 같은 하늘에 둥둥 떠다닌다. 

민어는 비늘과 쓸개를 빼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게다가 우리가 식당에서 맛보는 민어는 생후 3~4년 된 것으로 1m 내외 길이에 무게도 5~8kg에 달하니 먹을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한 마리 잡으면 부위별로 다양하게 요리해 7~10명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민어가 특별한 이유는 무더운 여름에 유난히 더 맛있는 바다 생선인 데다 반드시 여럿이 모여야 그 맛을 골고루,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 

민어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바로 피를 빼고 얼음에 싱싱하게 보관해 유통한다. 민어 살코기의 제맛이 살아나기까지는 15시간가량 걸린다. 즉 활어보다 숙성회가 훨씬 맛이 좋고 대개 그렇게 손질해 식탁에 올린다. 잘 숙성된 민어 살코기는 연한 분홍빛이 감돈다. 맛있게 먹기 좋기로는 수놈을 더 쳐주는데 암놈은 아무래도 영양분이 제 살집보다 알로 몰리기 때문이다. 

민어의 커다란 몸통에 붙은 살은 먼저 회를 뜬다. 회는 널찍하고 큼직하게 저며 내야 잘 숙성된 살코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생선이 크니 등살, 뱃살, 꼬릿살, 뒷목살 등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특히 뱃살은 수놈에서만 나오는 부위로 기름진 풍미가 좋은데, 커다란 생선 특유의 웅숭깊은 맛이 난다. 살코기 몇 점은 잘게 썰어 무침회로 먹어도 맛있다. 유난히 두툼한 몸통 한두 토막은 남겨놨다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거나, 간장 양념에 재워 불고기처럼 구워 먹기도 한다. 구이와 회를 뜨고도 남는 살코기는 포를 뜬 뒤 달걀물을 묻혀 지진다. 이때 껍질 붙은 살코기로 전을 부치면 씹는 맛과 고소함이 더해 별미다. 

사실 힘들게 날 잡고, 사람 불러 민어 한 마리를 통째로 먹고자 하는 진짜 이유는 부속 삼총사 때문이다. 바로 껍질, 뼈다짐, 부레다. 껍질은 비늘을 긁어내고 따로 벗겨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차갑게 식혀 꼬들꼬들해지면 먹기 좋게 썬다. 뼈다짐은 아가미 쪽에 붙은 살과 뼈를 함께 곱게 다져 송송 썬 파, 마늘, 고추, 통깨를 약간 넣어 무쳐 낸다. 부레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듯 부레는 민어 맛의 하이라이트다. 녹듯이 부드러운 첫맛 뒤에 쫄깃하게 씹히는 맛까지 다른 식재료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선사한다. 길이 30cm 이상의 큰 부레로는 순대를 만들기도 한다. 이들 민어의 부속은 대부분 참기름, 소금과 함께 먹는다. 부속 삼총사에 하나를 더한다면 바로 간이다. 민어 알은 숭어 알처럼 어란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장과 살코기, 먹을 수 있는 뼈까지 다 발라낸 민어로는 탕을 끓인다. 민어는 크기가 커서 사골처럼 우러나는 맛도 풍부하다. 콩나물, 미나리만 넣고 소금으로 간해 맑게 끓이기도 하고, 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넣은 뒤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매운탕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소금을 뿌려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린다. 반건조 민어는 일 년 내내 입맛 돋우는 최고 반찬이다.




주간동아 2018.08.08 1150호 (p71~71)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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